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방문 닫고 가서 쉬세요." 아내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었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었다. 아내 혼자 힘들게 김장하고 있는 모습을 방 안에서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어서 방에서 나와서 어슬렁거렸다. 내 딴에는 김장하는 아내의 일을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아내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배어 있었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다가 달리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살그머니 방으로 들어왔다. 아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다.딸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을 졸업하였으니, 이제는 엄마를 도와서 김장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한다. 큰 놈은 아예 몰라라 하고, 둘째는 살짝 살짝 도와주기는 하지만, 요령을 피운다.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엄마의 표정에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으면 얼른 나서서 이것 저것 도와준다. 그리고는 이내 힘들다면서 방으로 들어 가버린다. 그런 딸을 집사람은 웃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딸의 모습이 조금도 밉지가 않은 표정이었다. a ▲ 김장 홀로 ⓒ 정기상 "딸들도 이제 다 컸는데, 좀 시켜먹지."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마디 하였다. 그러나 집사람의 대답은 의외다. 시집가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집안일인데, 뭐 벌써부터 시키느냐는 것이다. 자기도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황금 같은 귀한 딸들을 어떻게 시켜 먹느냐고 되묻는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어려서부터 시키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고, 시집가서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엄마가 자식을 잘못 키우는 것이 아닌가? 묵묵히 김장을 하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다본다. 결혼한 이후로 집안의 대소사는 모두 다 집사람이 도맡아 해왔다. 집사람이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여겼고, 실제로 잘 해오고 있었기에 믿었다. 집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가 없었다. 집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믿었다. 그런데 요즘 와서 뭔가가 조금씩 잘못되어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바라보았다.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는데 실수가 생기니,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사람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a ▲ 홀로 아리랑 ⓒ 정기상 집사람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들이 깊게 파여 있었다. 세월이 그만큼 흘러갔으니, 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집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헛웃음이 나온다. 어리석은 것이 사람이라고 하였던가? 왜 인지하지 못하였을까? 집사람도 사람이니, 당연히 달라질 수 있고, 실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진즉 알아채지 못하였을까? 집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믿었다. 집사람이 한 일이니까 실수가 있을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나 자신을 돌아다보게 된다.올 김장도 결국은 집사람 혼자 모두 다 해치웠다. 다 큰 딸들은 다 해놓은 밥상에 앉아서 품평회가 한창이다. 그런 딸들을 집사람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딸들이 내 눈에는 밉상으로 보이는데, 집사람의 눈에는 조금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어떻게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힘들게 혼자 김장을 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딸들을 바라보는 집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였다. 덧붙이는 글 | 단독 덧붙이는 글 단독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김장 추천5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정기상 (keesan)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극심한 통증, 밀려오는 후회...'이제 오줌을 못 눈다니'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서로를 사랑한 두 남자, 마지막 장면이 압권 하늘 구멍 난듯 내린 폭우… 창원터널 한때 차량 통제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AD AD AD 인기기사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올해도 결국 아내가 혼자 다 해치웠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경찰 진입해 체포... 산업부 전기 공청회 아수라장 오세훈,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대신 선택한 것은? 음악 크게 틀어달라더니 누워서 딥키스... 모멸감이 들었다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