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박순천 기념사업에 여성단체 반발

부산 기장군 사업 추진에 "반역사 행보 당장 멈춰야"

등록 2010.12.02 11:12수정 2010.12.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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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장군이 '친일 여성'으로 비난받고 있는 박순천(1898∼1983)의 생가 복원과 기념사업을 전개해 여성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기장군의회는 오는 7일 예결산위원회를 열어 관련 예산을 통과시킬 예정인데, 여성단체들은 "역사 흐름에 맞지 않다"며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순천의 생가 터는 부산 기장군·읍 대변리에 있는데, 생가는 3~4년 전 철거되었고 현재 우물터 정도만 남아 있다. 생가 복원 사업은 최현돌 전 군수 재직시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보류됐는데, 오규석 군수 이후 다시 추진되고 있다.

기장군은 생가 터 일대 약 542㎡를 매입하기로 했으며, 군의회는 지난 8월 추경예산심의 때 부지매입비(5억 원)를 통과(찬성 4, 반대 2, 기권 1)시켰다. 기장군은 내년에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군의회는 오는 7일 새해 예산안 심의 때 이 문제를 다룬다.

박순천은 5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총재를 지낸 한국 여성정치인 1호이자 야당 거물 지도자였다. 교사로 재직했던 1919년 3.1운동에 참가하는 등 독립운동을 했지만 1940년 이후 친일행적이 드러났다.

여성단체들은 "박순천은 지난날 그의 학생들에게 정신대 지원을 독려하며 '경성 가정의숙'이라는 여학교를 설립하여 친일행보를 걸었던 민족 반역자"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박순천은 일본군의 전쟁협력을 목적으로 조직된 친일단체이며 군수자재헌납운동을 전개하였던 '황도학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황도사상보급, 황도정신보급, 신사참배 등을 주장하는 강연회 활동에 앞장섰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친일 논란이 있지만 공이 훨씬 많은 인물"이라며 "생가 복원사업과 기념사업 추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친일여성 박순천 생가복원 전개 멈춰라"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부산여성연대회의, 부산민중연대 2일 오전 기장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장군은 친일여성 박순천 생가복원과 기념사업 전개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2010년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지만, 우리는 아직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일이지만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 모두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최근 부산 기장군에서는 이런 역사적인 흐름과 맞지 않게 친일행적이 있는 박순천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기장군의회 김아무개 의원은 '근로정신대 여성은 월급도 받았고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망발을 하였던 바 참으로 그의 역사 인식이 졸렬하기 그지없다"며 "이는 정신대의 고통으로 그 지난한 삶의 역경을 이어온 정신대 할머니들을 또한번 죽이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기장군수는 공청회나 시민여론수렴절차를 요구한 기장군의원의 발언에 대하여 이미 의회에서 승인된 사항이라 더 이상 재고의 가치가 없다고 묵살하였으며 박순천의 과오에 대하여 이미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가지고 왜 그러냐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과연 부산의 한 지자체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의 역사의식이 맞는지 참으로 황당하고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날 통영경찰서에서 통영 경찰서 내에 세워진 김덕보 공덕비가 친일행적이라는 논란을 제기하면서 자진철거 되었는가 하면 국내 전국의 지자체에서 관광자원화란 이름으로 각종 명목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하다 친일행적이 드러난 경우 모두 사업을 취소하거나 사업자체를 변경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단체들은 "기장군은 전 인류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구현하며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며 미래사회의 진보를 위하여, 정신대 동원에 앞장선 친일인사를 미화하고 기념사업을 벌이는 반역사적인 행보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신대를 미화한 기장군의원은 즉각 사과할 것"과 "기장군의회는 박순천생가복원사업을 적극 저지할 것", "기장군은 친일여성 박순천 생가복원 및 기념사업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다.
#박순천 #부산 기장군 #부산여성단체연합 #친일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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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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