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펜 떡칠한 비밀해제문서... 위키리크스는 그림의 떡

세계를 뒤흔든 외교비밀문건 공개... 한국은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료에도 '딴지'

등록 2010.12.03 20:50수정 2010.12.0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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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 ⓒ 연합뉴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 ⓒ 연합뉴스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에 전쟁의 공포가 퍼졌다. 서해에 미 항공모함이 떴고, 북한도 이에 대응해 연일 포격 훈련을 실시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쟁이 터질 것을 두려워하며 한숨을 쉬고 있다. 이것이 2010년 12월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왔듯이 이런 위기상황을 국민들이 현명한 지혜와 의지로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한반도가 이렇듯 전쟁위기의 혼란을 겪는 와중에 전 세계는 다른 이유 때문에 충격에 빠져 있다. 바로 '위키리크스(http://www.wikileaks.org)'가 공개한 외교 비밀문건들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됐고, 각국의 외교 '뒷담화'가 그대로 노출돼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여기에는 북한, 중국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수많은 외교 기록들도 포함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 북 고위관료들 우리나라로 망명 ▲ 지난해 남북회담 추진 ▲ 북한이 2015년 내에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 ▲ 우리나라 외교 2차관이 중국의 6자회담 대표 우다웨이를 가장 무능한 관료로 비하했다는 기록 등이다. 이들은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낳을 수 있는 것들이다. 

 

외교 '뒷담화' 그대로 노출... 충격에 빠진 세계

 

미국은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샌지를 간첩죄로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인터폴은 각국에 적색경보를 내려 어떻게든 그를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또한 그의 성추행 경력을 거론하면서 도덕성에 상처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이미 25만 건의 각국 외교기록을 확보하고 있고, 줄리언 어샌지를 보호해 주는 수많은 국가와 단체들이 있어 그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번 사건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자. 위키리크스는 어떤 단체이고, 그들이 공개하고 있는 외교 비밀기록은 어떤 성격을 지니는 것이며 우리의 고민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짚어보자.

 

우선 위키리크스는 내가 일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및 미국의 민간 NGO인 NSA(National Security Archive) 등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정부로부터 기록을 입수해 기록의 원본 및 진본 등을 언론 및 자신의 사이트에 공개 및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 단체의 성격은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정보공개센터와 NSA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라는 정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정부 기록을 입수하지만, 위키리크스는 내부 제보나 해킹으로 추정되는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입수·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가끔 우리나라에서는 정보공개청구를 거쳐 합법적으로 입수한 자료를 블로그에 올렸다고 공공기관의 담당자들이 항의하는 '황당한' 경우가 벌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정보공개센터 회원 중 한 명이 국가기록원에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뒤 블로그에 게재했다. 이 사진들에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딱딱한 대통령'이 아닌, '소탈하고 재미있는 대통령' 모습들이 많이 담겨 있어 크게 화제가 되었고, 언론들도 이를 크게 보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기록원은 이 사진들이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블로그에서 내려달라고 했고, 계속 공개할 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엽기적인 주장까지 했다. 

 

a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11월 29일 <뉴욕타임스>의 기사.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11월 29일 <뉴욕타임스>의 기사. ⓒ 뉴욕타임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11월 29일 <뉴욕타임스>의 기사. ⓒ 뉴욕타임스

 

국가안전보장 아닌 '정권안정보장' 위한 비밀 더 많아

 

하지만 정보공개센터가 각국의 사례를 분석해 보았지만 국가의 기록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경우는 없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기록을 생산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저작권 운운하는 모습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어쨌든 이와 달리,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고 있는 기록 대부분은 외교 비밀기록 및 비공개기록들이다. 바로 이 점에서 여러 국가들이 흥분하고 있고, 미국은 줄리언 어샌지를 어떻게든 체포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위키리크스의 서버는 스웨덴 및 아이슬란드 등에 걸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강제적으로 처리할 방법도 없다.

 

그러면 외교 비밀 및 비공개 기록은 무엇인지를 분석해봐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면서까지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고자 했던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비밀기록의 정의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가 비밀기록을 규정하고 있는 보안업무규정을 보면 "비밀이라 함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유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 기밀로서 이 영에 의하여 비밀로 분류된 것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말 그대로 '국가안전보장'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될 경우 비밀로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및 각국의 비밀 조항도 이와 유사하다.

 

그런데 '비밀'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국가안전 보장이 아닌 '정권안전 보장'을 위해 쓰이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무총리실이 민간인 사찰과 관련 기록을 디가우저(저장 장치에 자기장을 쏘여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시키는 장치)로 파기하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대부분 비밀기록 및 대외비 기록이라는 명목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인들이 현재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와 같은 기록들을 입수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최근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기록을 보면 사실상 미국이 전 세계를 사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각국의 미국 대사관들이 각국 정상들을 평가해 본국에 전달한 내용을 보면, 미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공개된 외교 전문은 세계 전역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관에 의한 유례없는 뒷거래와 각국 지도자들의 거칠지만 솔직한 입장, 핵과 테러범의 위협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바로 이런 지점을 위키리크스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위키리크스의 문서 공개로 일반 시민들은 외교기록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알게 됐다.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의 외교부의 비밀 행태를 지적하고 싶다.

 

절차적 불법성이 문제인가, 진실의 공개가 중요한가

 

외교부는 현재 매년 비밀기록을 해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밀기록이 해제되면, 일반 시민들은 물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거의 대부분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외교부의 경우 '비밀기록해제목록'을 정보공개청구하면 그 목록조차 민감할 수 있다며, 까만 펜으로 대부분 다 지우고 공개하고 있다. 그러면 비밀기록을 왜 해제하는 것이며 그 해제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말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비공개하고 있는 것인지, 외교부 자체의 이익 때문에 비공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나마 일부 공개되는 목록을 보면 도저히 비밀기록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비밀로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밀주의 행태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를 불신하는 것이고, 위키리크스와 같이 비합법적인 방식의 공개에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비밀기록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형태적인 면에서 비밀기록으로 규정해 놓아도 그 내용이 국가안전보장과 상관없는 것이라면 공개해도 괜찮다는 판결도 수없이 나와 있다. 위키리크스는 바로 이런 관점에 따라 각종 외교 문서들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차상의 불법은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진실의 공개는 늘 절차적 불법성에 우선하는 것일까 아닐까, 아니면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진실은 묻어두는 게 마땅한 것일까?

 

전 세계 시민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2.03 20:50ⓒ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 #외교기록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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