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도 군의원도 방청객도 "XX"

전남 화순군의회 본회의장 "찢어죽일 X" "이XX" "XXX없는 자식" 난장판

등록 2010.12.02 20:09수정 2010.12.02 20:09
0
원고료로 응원
a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던 기획감사실장이 갑작스런 의장의 요구에 멈칫하고 있다 ⓒ 박미경


전남 화순군의회 본회의장에서 군수가 군의원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는 일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혼자말을 하던 군의원을 향해서다. 방청객들은 군수와 다소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 있는 군의원을 향해 육두문자가 섞인 막말을 쏟아냈다.

제173회 화순군의회 제2차 정례회 1차 본회의가 열린 1일에 벌어진 일이다. 조유송 의장이 집행부는 물론 동료의원들과도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군수에게 2011년도 예산안과 관련 제안설명을 요구하면서다.

군의회 본회의장에는 본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수십여 명의 방청객이 자리했다. 대부분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전완준 군수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인사들이었다. 이날 화순군의회는 의사일정을 결정하고 집행부로부터 2011년도 본예산안에 대한 군수의 시정연설, 제안설명 등을 청취할 계획이었다.

사건은 조유송 의장이 시정연설을 마친 전완준 군수에게 본예산에 대한 제안설명까지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군수가 시정연설을 마치자, 일부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을 보낸 것이 화근이 됐다.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을 보내자 조유송 의장은 방청객들을 향해 "본회의장은 박수를 치는 곳이 아니다, 박수를 치려면 나가서 치라"며 불편한 낯으로 제재를 가했다.

이어 허길중 기획감사실장이 제안 설명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조 의장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추경예산안은 기획감사실장이 제안설명을 해도 되지만 본예산은 군수가 제안설명을 해야 한다"며 군수에게 제안설명을 요구했다.

의장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전완준 군수와 허길중 실장 등은 당황하는 빛을 보였고 집행부가 입장을 정리하기도 전에 조유송 의장은 "제안설명을 하는 것이 싫다면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정회하겠다"면서 정회를 선포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어 의장이 퇴장하자 일부 의원들은 자리를 떠났고 일부 의원들과 군수, 부군수, 집행부 실과단소장, 방청객 등은 자리를 지키며 추이를 지켜봤다.


순간 방청석이 술렁이면서 서아무개 화순군체육회 사무국장이 "문OO 찢어죽일 X이 판을 짰다"며 자리에도 없는 문아무개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의장과 군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방청객들 사이에서 "의장이 마음대로 정회를 시켜도 되느냐" "이런 경우도 있느냐" "다른 의원들은 뭐하는 것이냐" "니들도 의원이냐" 등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 전완준 군수의 입에서 "OOO, 너 이 XX야, 누구한테 욕하는 거야, XXXX라고. XXX 없는 자식. 욕했잖아 임마" 등 상소리가 터져나왔다. 강아무개 의원이  "XX, 의원 못 해먹겠네"라며 혼자말로 중얼거린 것을 듣고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강아무개 의원 주변에는 상당수의 방청객 등이 있었지만 강 의원이 중얼거린 말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듣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강아무개 의원은 별도의 자리를 통해 "군수에게 욕설을 할 이유가 없잖냐"며 "의장이 느닷없이 군수의 제안설명을 요구하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한데다 일부 방청객들이 군의원들을 비난하자 혼자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방청석에서도 강 의원이 혼잣말을 한 것에 대해 군수가 과민 반응을 보인 것 같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이에 강 의원은 "그게 무슨 욕이냐"고 중얼거린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전완준 군수는 보도를 의식한 듯 취재 중인 기자를 향해서도 "(강 의원이) 방금 욕한 것 들었어요, 안 들었어요? 기사 똑바로 쓰세요"라며 으름장을 놓은 후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조유송 의장은 "4천억 원 가까운 본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장인 전완준 군수로부터 제안설명을 듣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군수에게 제안설명을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6대 의회 개원식에 군수가 노타이차림으로 참석하고, 축사조차 하지 않았고, 그간 의회의 본회의 출석 요구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한몫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통상 본회의 등이 열리는 시기를 피해 연초에 해왔던 군수의 군민과의 대화가 이번에는 시기를 앞당겨 연말에, 그것도 군정 주요업무추진실적 보고와 본예산안 심사 등이 예정돼 있는 정례회기와 맞물려 추진하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는 "군수가 군의회를 무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동안 군수의 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안하무인격한 행동으로 인해 모멸감을 많이 느껴 왔다"는 것.

전완준 군수는 정례회기가 한창인 12월 9일부터 27일까지 13개 읍면을 순회하며 군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당연히 본회의에는 참석치 못 한다. 통상 군민과의 대화에는 군수와 함께 기획감사실장과 행정지원과장, 농업정책과장 등도 참석해 왔다. 이번에도 그럴 경우 업무보고는 물론 내년 본예산 심사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조유송 의장의 매끄럽지 못한 의사진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부의장은 물론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도 아무런 상의없이 느닷없이 군수에게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요구하고 정회를 선포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유송 의장은 사전에 군의원들은 집행부와도 아무런 협의없이 군수의 제안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집행부 측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일방적으로 싫으면 말라식으로 정회를 선포하고 자리를 뜬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는 10시 30분경 정회된 후 40여 분만인 오전 11시 10분경 속개됐다. 전완준 군수와 조유송 의장, 강순팔 박광재 의원은 불참했다. 회의 진행은 이선 부의장이 맡았고 허길중 기획감사실장이 제안설명을 했다.

이선 부의장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군민과 방청객들에게 심려를 끼친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일(목) 화순군의회는 제1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실과단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개의에 앞서 조유송 의장은 1일 있었던 일과 관련 "매끄럽지 못한 의사진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완준 군수도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는 않았다.
#화순 #전완준 #화순군수 #화순군의회 #욕설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딸이 바꿔 놓은 우리 가족의 운명... 이보다 좋을 수 없다
  2. 2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3. 3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4. 4 '헌법 84조' 띄운 한동훈, 오판했다
  5. 5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