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그 애증의 존재에 대하여

연꽃을 닮은 아내,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속내를 비쳐 봅니다

등록 2010.12.05 15:51수정 2010.12.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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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를 연꽃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연꽃은 모양이 둥글고 원만하기도 하지만 색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기품 있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 나의 아내가 그렇다. 생김새가 원만하게 생겼고 말은 부드러우며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연꽃 줄기처럼 부드럽고 유연해서 조그만 바람에도 흔들리기는 하지만 웬만한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생활이 아무리 곤궁해도 일렁일렁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신과 가족을 지킬 줄 아는 여자다. 아내가 연꽃을 닮았는지 연꽃이 아내를 닮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의 아내가 그렇다.


그렇다면 나는 아내에게 있어 어떤 존재일까? 워낙이 누워서 침 뱉는 짓을 많이 해왔지만 이번 고백만큼은 참으로 쑥스럽다. 그러나 내가 쓰는 글은 항상 아내의 검열을 비켜갈 수 없는 처지임을 감안할 때 없는 얘기 꾸며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a . 내 팔을 베고 자며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이해해 주는 사람.  사랑이 별거더냐?  옆에서 함께 해주는 것,  이것이 사랑이지...

. 내 팔을 베고 자며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이해해 주는 사람. 사랑이 별거더냐? 옆에서 함께 해주는 것, 이것이 사랑이지... ⓒ 조상연


"나는 아내에게 있어 여섯 자짜리 통나무일 뿐이다."

통나무란 무엇인가? 의자도 될 수 있고 탁자와 침대도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내포 하고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질박한 통나무 그 자체가 아니던가? 바로 그 통나무 같은 나를 아내는 쓰다 달다 불평 하나 없이 25년 동안을 다듬어서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LP판 수천 장을 사들여도 바라만 보았고 수천 권의 책을 사들일 적에는 오히려 "잘한다, 잘한다" 부추기기까지 했다. 내가 글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은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면 아내는 "당신 글은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많아. 기승전결이 뚜렷치가 못해" 하며 싫은 소리도 서슴지 않는 평론가이기도 했다. 이렇게 아내는 통나무 같은 나를 절치부심으로 모난 곳을 둥글게 다듬어가며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자리를 빌어서 아내에게 항상 고생만 시켜온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볼까 한다.

a . 남편 이렇게 만들어 놓고 옆에서 흐망허니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허허.

. 남편 이렇게 만들어 놓고 옆에서 흐망허니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허허. ⓒ 조상연


白 姸美

목덜미가 눈이 시리도록
하얘서 흰白인가 하였더니
못난 남편 사랑하는 마음이
저녁노을 빛나는 서산에 쌓인
눈보다도 하얗기만 하다.


살갑게
와 닿는 살갗이 고와
고울姸인가 하였더니
못난 남편 사람 좀 만들어 보겠다고
애쓰며 다니는 그 마음 참으로 곱다.

동글동글
얼굴이 아름다워
아름다울美인가 하였더니
시부모님 공양하는 마음씨가
태산을 뒤덮어 아름답기 한이 없다.


아내의 이름 백연미(白姸美) 석자로 삼행시를 지어 보았다. 죽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아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내에게는 악담일 수밖에 없지만 나는 참말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뿐이다.

덧붙이는 글 | 한 건물에서 사대가 함께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밥상만도 일곱번 이상을 차려내야 했지요. 지금은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지만 10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생각다 못해서 이렇게 오마이뉴스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한 건물에서 사대가 함께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밥상만도 일곱번 이상을 차려내야 했지요. 지금은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지만 10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생각다 못해서 이렇게 오마이뉴스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아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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