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의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
Chelsea FC
디디에 드로그바(3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 득점왕을 차지했고 2006년엔 아프리카축구연맹으로부터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코트디부아르 출신 축구 선수다. 드로그바는 지난 6월 열린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북한을 3-0으로 이긴 코트디부아르 팀을 이끌기도 했다.
현역 최고의 골잡이 중 하나로 꼽히는 드로그바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드록신'으로 불린다. 팬들이 신(神)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그를 높이 평가하는 건 단지 그의 축구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서 유럽으로 건너가 빼어난 축구 실력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런 선수라면 '흑표범'으로 불린 라이베리아 출신의 조지 웨아(1995년 유럽과 남미 이외 지역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로 선정됨)를 비롯해, 드로그바 외에도 여럿 있다.
'드록신'이라는 별칭은 그가 축구장 바깥에서 조국 코트디부아르와 관련해 펼친 인상적인 활동과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자리 잡은 코트디부아르는 17세기 이후 상아·노예무역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지배에서 아프리카 17개국이 독립해 '아프리카의 해'로 불린 1960년, 코트디부아르도 프랑스로부터 완전 독립한다. 그러나 그 후 30년이 넘는 1인 통치, 그에 뒤이은 쿠데타 등을 겪으며 코트디부아르 정치는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2002년 내전이 시작되면서 혼돈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남부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정부군과 북부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반군 간의 내전이었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 코코아(초콜릿 원료)를 팔아 무기를 구입했고 내전은 '피의 초콜릿' 양상을 띠었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제1의 코코아 생산국이다.
그러던 중, 2005년 드로그바를 주축으로 한 축구대표팀이 코트디부아르 독립 이래 최초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2006 독일월드컵 진출이 결정된 날, 드로그바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여러분, 단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전쟁을 멈춰주세요." 드로그바의 호소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 동안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멈추는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7년, 정부군과 반군이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내전은 끝났다. 드로그바가 '드록신'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처럼 그가 내전을 끝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한몫했다.
드로그바의 기적... 하지만 3년 만에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