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의 과소비... 호화청사에 휴양소도 두 개

양주 이어 제주휴양소 건립 48억 편성... "주민들 관광욕구 늘어나"

등록 2010.12.13 12:32수정 2010.12.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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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청사 건설로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 용산구청이 또 다시 낭비성 예산을 편성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구청은 약 52억 원 투입해 조성한 구민휴양소가 개장한 지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아, 제주도에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휴양소를 짓겠다고 나섰다. 박장규 전 구청장(한나라당) 임기 시절, 공사비만 약 1500억 원이 소요된 '호화청사' 신축으로 비판을 받은 용산구청이지만, 성장현 현 구청장(민주당) 당선 이후에도 '무개념' 예산 사용이 반복되고 있는 것.

제주도 휴양소 건립에는 부지와 건물 매입에만 48억 원이 책정됐고 이후 리모델링과 각종 기자재 구입비용을 감안하면 그 액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용산지역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구의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을 중심으로 새해 예산안에서 제주휴양소 예산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산낭비에다 구청장 치적 쌓기 위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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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조감도. 약 1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용산구청 신청사는 지난 3월 완공됐다. ⓒ 용산구청 홈페이지


용산구청은 지난 12월 3일 2011년도 용산구 구유재산관리계획안을 구의회에 제출함과 동시에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소재의 한 호텔 부지와 건물 매입비용 등을 새해 예산안에 책정했다. 용산지역에서 시행되는 각종 재개발 사업에 구유지를 매각하며 생긴 수입으로 다른 부동산을 매입해 구의 자산을 유지한다는 목적이었다.

용산구청은 지난 8월 용산구 원효로 1가 41-1번지 일대 1만8000천 제곱미터의 구유지를 재개발 업체에 매각하면서 15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가운데 48억 원이 제주도 휴양소 건립에 사용될 예정인 것이다.

문제는 용산구청이 최근에 이미 구민 휴양소 하나를 개장했다는 데 있다. 용산구청은 박 전 구청장 때 경기도 양주의 한 모텔과 주변 부지를 매각해 구민 휴양소를 건립했다. '남산관', '한강관', '후생관' 등 세 개 건물로 이뤄진 양주 휴양소는 24개 객실과 다용도 복합체육구장, 야외 바비큐장 등을 갖춘 종합 레저타운으로 조성됐다. 양주 휴양소가 문을 연 것은 지난 10월 22일, 아직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다.


'평화와 참여의 지역 공동체 용산연대'(이하 용산연대) 손종필 대표는 "총 52억을 쏟아 부어 만든 휴양소가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제주도에 또 휴양소를 만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48억 원을 그런 식으로 쓴다는 것은 예산낭비이고, 현 구청장의 치적을 쌓기 위한 예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손 대표는 "구민들을 위해 제주 휴양소를 만든다고 하지만 구민들이 얼마나 이용할 수 있겠느냐"라며 "차라리 사회 복지 예산으로 활용하거나, 지방재정 기금을 조성해서 나중에 재정이 어려울 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월 1만 원 장수수당 기준 높이고, 도로예산은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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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개장한 경기도 양주군의 용산구 구민 휴양소. ⓒ 용산구청 홈페이지


오는 20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둔 용산구의회에서도 휴양소 예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휴양소 관련 예산은 용산구의회 행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설혜영(33) 민주노동당 구의원은 용산구의 열악한 복지환경을 지적하며 휴양소 예산책정에 반대했다. 설 의원은 6.2지방선거를 통해 진보정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용산구의회에 진출한 초선 의원이다.

설 의원은 "용산구청은 구 재정이 어렵다며 노인복지와 관련된 예산도 축소했다"라며 "현재 용산구 도로시설의 안전진단 결과가 매우 낮게 나와 보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예산 반영이 안 되는 상황에서 복지예산까지 줄이고, 있는 휴양소를 또 하나 세우는데 수십억을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용산구청은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만 원씩 지급하는 장수수당의 지급기준을 85세로 높이는 조례안을 제출했고, 구의회는 지난 8월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용산구청은 또 2011년 예산을 편성하며 안전진단에서 노후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온 한남육교에 대한 예산 7억8천만 원을 책정하지 않았고, 도로 정비와 도로시설물에 대한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이에 설 의원은 "용산구도 지난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를 입은 지역이어서, 치수과에서도 하수도 관련한 예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우선 꼭 써야 하는 곳에 예산을 사용하고 나중에 예산이 남는다면 부동산 구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제출 과정에 대한 절차 문제도 지적됐다. 예산책정 이전에 의회에 제출돼야 하는 구유재산관리계획안이 예산안과 함께 제출됐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르면 구유재산관리계획안이 의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 용산구청의 예산안에 반영돼야 한다.

설 의원은 "구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하기도 전에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계획안에 대한 의회 의결을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라며 "어떤 땅을, 어떤 건물을 사는 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민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용산구청 "주민 관광욕구 늘고 부동산 가격 낮아 구입 적기"

이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제주도 휴양소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향후 관광레저 사업이 활성화 되고 주민들의 관광욕구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구민들의 복지도 향상시키고 국내 관광산업도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행 비행기 가격이 많이 싸졌고 관광비용도 예전처럼 높지 않아 주민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구유재산을 매각해 얻은 수입이기 때문에 예산으로 소요시키는 것은 구유재산을 늘려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 구유재산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낮은 제주도에 지금 휴양소를 매입하는 게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주휴양소가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휴양소를 건립하는 것에 대해 그는 "양주휴양소는 서울과 너무 가까워 주민들이 휴가를 즐기기보다는 하루 정도 쉬어가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양주휴양소에 대한 예산낭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솔직한 생각은 휴양소로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설 의원은 13일 오후 용산구청 앞에서 용산연대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용산구 위원회 등과 함께 제주도 휴양소 예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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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혜영 민주노동당 용산구의원. ⓒ 최지용


진보정당 출신으로 처음 용산구의회에 진출한 설혜영 민주노동당 의원을 11일 오후 용산구청 구의원실에서 만났다. 설 의원은 제주도 휴양소 예산편성 반대에 앞장서며 양대 정당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 제주도 휴양소 예산 편성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50억에 가까운 큰 규모의 액수가 책정됐기 때문입니다. 토지와 건물의 매입비용만 그 정도이고 이후에 리모델링 공사와 기자재 구매가 진행되면 그 예산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습니다. 또 구유재산관리계획안이 예산안과 동시에 제출됐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떤 재산을 살 것이냐 판단하는 것과 예산편성을 동시에 하라는 것인데 말이 되지 않죠. 절차상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휴양소를 가진 곳은 단 7개(중구, 동작구, 동대문구, 성북구, 금천구, 서초구, 용산구)밖에 없는데 모두 하나씩뿐입니다. 용산구는 경기도 양주에 두 달 전에 개장한 휴양소가 있는데 또다시 제주도에 휴양소를 마련한다고 하는 거죠. 제주도에 휴양소를 마련한다고 구민의 복지가 얼마나 증진될지도 의문이고, 제주도 가서 휴양을 즐길 구민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구에서 남는 예산을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휴양소 예산 편성이 왜 문제이고, 어떻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구에서는 구유지를 매각해 발생한 예산이기 때문에 다른 땅을 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살 땅이 마땅치 않다는 거죠. 하지만 구내 토지를 매입해 여성문화회관을 세운다거나, 구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용산에는 제대로 된 구립도서관 하나 없습니다. 현재 청파동에 있는 구립도서관은 다른 구의 마을문고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장서도 2만 권이 채 안 되고, 담당하는 사서도 없습니다. 복지 측면에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노인복지 관련 조례가 개정되면서 노인복지 예산에서 지급됐던 장수수당이 축소됐습니다. 80세 이상이면 월 1만 원씩 지급되던 게 기준을 85세로 높여 예산을 줄인 것이죠. 용산구청에서 재정적인 압박으로 인해 조정하자고 제출한 조례안이었습니다. 현재 용산구는 도로시설도 열악한 상황입니다. 안전진단이 매우 낮게 나와 보수를 해야 하는데 예산 반영이 안 된 곳도 있고 치수과에서도 하수도 보수를 위한 예산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편성이 안됐습니다. 지난여름 집우호우 때 용산구도 수해가 있었던 지역인데 말이죠.

개발사업이 일어나는 곳에서 구유재산을 매각해서 얻은 돈이라서 다시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타당하지만 그게 왜 꼭 제주도여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구청장이 제주도 휴양소 예산을 삭감을 하면 토목과나 치수과에도 관련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 꼭 살림에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예산이 남는다면 그때 자산을 확보하는 쪽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구청장이 민주당 출신이어서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안에 동의하겠지만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는 반대 의견을 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의견들을 모아 나가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용산구 의회는 한나라당 7명, 민주당 5명, 민주노동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 한나라당 출신의 박장규 전 구청장이 3선을 하고 민주당 구청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구의원이 되시기 전에도 용산에서 꾸준히 활동해 오셨는데, 구청장 교체 후 구정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성장현 현 구청장이 꾸준히 하는 사업이 목요일마다 하는 구민과의 대화 시간입니다. '보여주기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주민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려는 점은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 구청장의 대표적인 공약은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관련 투자였습니다. 지금도 무상급식 시행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박 전 구청장이 용산구의 재개발 사업에만 몰두했던 것과 가장 차이 나는 모습입니다."

- 용산구에서 무상급식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무상급식관련해서 자치구가 확보해야 할 예산분(서울교육청 50%, 서울시 30%, 자치구 20%)은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내년부터 초등학교 3~4개 학년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 서울시는 무상급식으로 예산안 편성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용산구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습니까?
"구청장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주당 출신이고 한나라당 의원분들도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여서 특별한 충돌은 없었습니다."

- 진보정당에서 용산구 의회에 처음 배출한 의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초선이기까지 한데 구정활동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어려운 점이 많죠.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용산구 의회에 처음 진출을 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있고, 또 만족시켜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의회에 들어와서 활동을 하다 보면 의회 내에서는 당연하다고 말하는 지점들이 제가 상식적으로는 알고 있는 것과 다를 때가 있습니다. 한번은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자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제기했습니다. 돌아오는 말은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예산이 많다', '주민들에게 무슨 말이 나오겠냐'는 식의 말들이었죠. 과연 저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활동을 구민들과 많이 나누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문제가 제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밖으로 드러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제가 '지역아동센터지원조래'를 대표 발의를 했는데 상임위인 복지건설위원회에서 두 번이나 심의 보류 됐습니다. 내용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는데, 사실 지역아동센터조례는 정당끼리 대립할 만한 첨예한 문제가 아니에요. 인력이 부족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센터를 돕자는 취지인데, 이 조례를 '민주노동당 설혜영'이 대표 발의했다는 이유로 쟁점화시키고 심의 보류를 시켰다고 생각해요. 진보정당 의원, 초선 의원 길들이기죠. 이럴 때 소수정당 의원으로 어려움을 느낍니다."

#용산구청 #용산구 #설혜영 #용산연대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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