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사퇴로는 부족"... 여당 지도부 책임론 부글부글

"예산안 날치기, 2012년 총선·대선 악재될 것"... 안상수-윤증현 책임공방도

등록 2010.12.13 19:44수정 2010.12.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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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날치기 무효 국민 걷기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정부·여당의 예산안 날치를 비판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날치기 무효 국민 걷기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정부·여당의 예산안 날치를 비판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지난 8일 한나라당이 '이것이 정의'라며 밀어붙인 2011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안처리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2일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라며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의 당 운영에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2008년 예결특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츨연해 "예산안 처리를 고지 점령식으로 서둘러 하고, 서민 예산을 빠뜨린 게 핵심인데, 그렇게 보면 고 의장 사퇴는 어색하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를 지휘한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민심 악화, 장기적 문제될 듯...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난감한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기자와 만나 "주말 동안 민심이 좋지 않다는 건 확인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넋두리했다.

 

이 의원은 "당장의 여론악화가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다"며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 미흡으로 민심이 안 좋은 상태에서 예산안 처리 문제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말하는 '장기적인 문제'는 다가오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이번에 예산안과 법안들을 밀어붙인 것이 악재로 작용할 것 같다는 우려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정부·여당 견제심리'가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증폭된 형태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것.

 

지난 8일 UAE파병동의안, 서울대 법인화법, 친수법 등이 예산안과 더불어 직권상정돼 처리된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당 내부의 토론도 필요했던 사안인데 그렇게 쉽게 처리해버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금 '지도부 물러가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들 앞에 당이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할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며 선뜻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국회 예산심의권 무시, '당권 대권 분리' 당헌에도 위배"

 

한 초선 국회의원은 기자가 예산안 처리 얘길 꺼내자마자 "정책위의장이 책임지네 마네 이런 얘기하는 것은 단선적인 얘기이고 당장 아프니까 아까징기(빨간 소독약) 바르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도 앞서의 의원과 같이 "근본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면 내년에도 반복될 문제"라고 못 박았다.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무시당했고,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규정한 한나라당 당헌 정신에도 어긋난 일이었다는 것.

 

이 의원은 "예산심의라는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유야 어떻든 정부가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예산 심의가 이렇게 졸속으로 된 것은 행정부가 입법부의 권한과 권능을 무시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한나라당 당헌에는 당권과 대권은 분리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청와대 주문'에 따라 이유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언제까지 끝내라'고 못 박아서 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기획재정부의 참견이 심하다고 해도 거대 여당의 지도부가 '어디다 대고 지시를 하느냐'고 한 마디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도부의 책임을 거론했다.

 

'떠넘기기'도 만만찮네, 안상수-윤증현 '예산 누락'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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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본회의장앞 로텐더홀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형오 전 의장, 이주영 의원이 당직자들에게 둘러싸여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본회의장앞 로텐더홀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형오 전 의장, 이주영 의원이 당직자들에게 둘러싸여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도 한나라당의 대국민 약속을 존중하고 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 정부는 한나라당 정권이 만든 정부임을 이 정부는 결코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템플스테이 예산이나 춘천-속초간 고속화철도 기본설계비, 아동 양육수당 등 일부 예산이 누락된 것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찾아 안상수 대표에게 일부 예산 누락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안 대표가 윤 장관에게 요구한 것은 사과였지만 윤 장관은 유감 수준에 그쳐 '정부 책임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비쳤다. 

 

안 대표를 만나기 전 윤 장관은 기자들에게 "국회가 예년과 달리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 및 부수법안을 통과시켜 연평도 사태나 구제역 문제 등에 예산 배정이 용이해졌고, 내년에 즉시 예산집행이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당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예산 누락 등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예산과 재정이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을 당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0.12.13 19:44 ⓒ 2010 OhmyNews
#예산안 #날치기 #책임론 #윤증현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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