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 앞에서 화장장 인근 주민 100여명이 집회를 갖고 서울시에 화장장 이전과 이전 때까지 시설 현대화, 그동안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양시 관내의 주민기피시설에 대한 시정 요구는 전임 시장도,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들도 해온 것이다. 그러나 특별시장은 이들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늘 하던 대로 서울 '변두리 지방민의 불평불만' 쯤으로 간주했다. 그런 안일한 대처가 이번에 고양시장의 고발로 된통 당한 셈이다. 왜냐면 "이 싸움은 고양시가 무조건 이기게 돼 있기 때문"이다. 최성 시장의 장담이다. 왜 그럴까?
"서울은 만원이다". 1966년 이호철씨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제목이다. 그로부터 44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여전히 만원이다. 서울시의 '한눈에 보는 서울' 통계(2009년)에 따르면, 하루 245명이 서울에서 태어나고 106명이 죽는다. 하루 189쌍이 결혼하고 66쌍이 이혼한다. 서울의 주민등록인구는 1046만4051명이다. 이들이 하루에 1만1447톤의 생활폐기물을 쏟아낸다. 이 가운데 36%는 재활용쓰레기, 30%는 음식물쓰레기이고, 18%는 소각쓰레기, 17%는 매립쓰레기다.
서울 종로구의 상권은 다른 구에 비해 요식업소 비중이 높다. 광화문 일대와 종로의 피맛골 그리고 인사동이 대표적인 식당가이다. 생활쓰레기 중에서도 음식물쓰레기 배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로구의 생활쓰레기 일부는 마포자원회수시설에서 처리되고, 대부분은 김포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서 처리된다. 때때로 분리수거가 안 되어 거부당한 쓰레기는 급한 대로 민간쓰레기처리장으로 가는데 처리비용이 두 배이다.
종로구 예산 2000억 원 가운데 1/10이 넘는 220억 원이 청소예산이다. 종로구 청소차 70~80대는 주민들의 기피로 주차해 놓을 데가 마땅치 않다. 그러니 경기도나 서울시 인근 자치단체에서 서울시 생활하수나 쓰레기 처리를 거부하면, 서울은 당장 쓰레기와 똥오줌으로 뒤덮일 판이다. 서울시의 '환경대란'은 서울시를 둘러싼 인근 자치단체들 하기에 달린 셈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양시의 무더기 고발은 '서울 이기주의'에 억눌린 지방의 '반란' 성격이 짙다. 서울은 그동안 지방에 '군림'했지만, 이번 싸움으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고양시가 서울시의 불법행위에 이행부과금을 매기거나 불법시설에 철거명령을 내리고 강제집행이라도 하면 서울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 이기주의'에 억눌린 지방의 '반란'더구나 고양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최 시장의 고발조처를 지지하면서 기피시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계 투쟁을 할 태세다. 서울시를 빙 둘러싼 다른 자치단체들이 '지방연합군'을 만들어 "서울시 똥은 서울시가 치워라"고 가세라도 하면 서울시는 당장 백기투항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우자'는 명분(?)으로 무장한, 서울에 대한 지방의 '유쾌한 반란'이다. 그래서 서울을 향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아무도 들지 않은 그 깃발을 든 최 시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기는 요즘은 '민란'이 대세다. 시민의 힘으로 민주 진보진영을 하나의 정당으로 묶어내려는 '유쾌한 100만 민란' 운동도 따지고 보면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민초의 반란이자 중앙에 대한 지방의 반란이다. 그 민란을 앞장서 이끄는 문성근씨도 고양시민이다.
덧붙이는 글 | 강준만 교수의 책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2008)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90년대 초반에 이미 호소카와 모리히로-이와쿠니 데쓴도가 쓴 <지방의 논리 : 정치는 지방에 맡겨라>(삶과꿈, 1993)에서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지방이 돼라" "'지방의 논리'로 무장하라" 같은 멋진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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