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첫 재롱잔치가 가슴 찡했던 이유

극소심하던 아이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등록 2010.12.19 14:09수정 2010.12.19 14:0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play

새롬이 첫 재롱잔치 보며 느낀 감정은? ⓒ 윤태


지난 금요일(17일)은 6살 큰아들 세영이(태명 새롬이)의 첫 재롱잔치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신종플루 때문에 5살 때 재롱잔치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는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조그맣게 했기 때문에 실상 재롱잔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첫 재롱잔치에 저는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첫 무대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가수 다섯 손가락의 <풍선>이라는 노래에 맞춰 율동 연습하는 모습을 종종 봤고 제가 인터넷에서 노래를 들려주며 아빠와 같이 연습했던 율동인데 그걸 놓쳐버렸습니다. 아내도 미용학교 끝나고 저보다 더 늦게 재롱잔치에 왔습니다.

재롱잔치를 보는 내내 참으로 놀랐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던 여러 가지의 율동과 재주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날 어리광 부리고 짜증내며 아기처럼 응석받이 하던 녀석이 저 집단 속에서 하나의 일원이 되어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을 보니 저 녀석이 제 아들이 맞나 생각도 들더군요.

재롱잔치 중에서 특히 국악 코너는 아들을 더욱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맨 앞에 앉아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리듬에 맞춰 장구를 치며 멘트를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아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율동을 하면서 영어 노래를 하고 또 수화와 함께 율동을 하는 등 6살 아이들 수준에서 결코 쉽지 않은 동작들을 꽤나 멋지게 해내고 있던 겁니다. 물론 집에서 이런 것들을 재미삼아 조금씩 웅얼거리고 장난삼아 연습하고 장난치는 모습은 종종 봐왔습니다. 다만 이러한 율동의 한 조각만 얼핏 봐온 것이기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것일 줄은 몰랐던 겁니다. 그러니 감동이 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 또래 아이들 재롱잔치 한번 하고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 타박주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평범한 일상인 재롱잔치, 또래 아이들 다하는 재롱잔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큰아들은 임신 5주차부터 <오마이뉴스> 통해 태아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이후 육아일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죠. 쉽지 않게 얻은 아들인만큼 애정과 기대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다섯 살 봄에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한동안 친구나 선생님과 소통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뒤에 서서 뻘쭘하게 바라볼 정도로 소극적인 행동을 꽤 오랫동안 보여 왔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겁니다.

이번에 재롱잔치를 보고나서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갖고 있던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모두 가시어 버린 겁니다. 얼마 전 담임선생님과 상담했을 때 아이가 사회성이 아직은 또래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 걱정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는 미용학교 때문에 시간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엄마 아빠가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어린이집에서 어떤 재롱잔치를 하는지 아이에게 물어봐서 같이 율동연습도 하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런 활동을 통해 부모와의 정을 더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희 부부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아니, 아내는 종종 아이와 함께 했지만 저는 거의 참여를 못했습니다.

간단한 율동이나 몇 개 하려나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꽤 '스케일'이 큰 아들의 공연을 보고 나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요. 동시에 아빠가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구나 하는 점도 깨닫게 됐고요.

재롱잔치를 보는 내내 마음속이 뭉클해지고 앞으로 아이에게 정말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치더군요. 그런데 참 재밌지 않습니까?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들 녀석, 재롱잔치 끝나고 꼭 안아주고 나오는데 자신은 꽃 못 받았다고 징징대고 떼쓰면서 억지 부리는 녀석을 보니 다시 꿀밤을 주고 싶은 겁니다.

아이들 키우는 게 다 그런가봐요.

a

국악. ⓒ 윤태


a

사랑의 밧데리 공연 ⓒ 윤태


a

재롱잔치 모습, 밝은 원안이 아들 모습. ⓒ 윤태


a

수화 ⓒ 윤태


a

레인보우 영어 공연 ⓒ 윤태


a

수화 ⓒ 윤태


a

재롱잔치서 격파하는 장면 ⓒ 윤태

#새롬이 재롱잔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