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자료사진)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거넨 혐의로 기소된 H건설사 대표 한아무개씨가 20일 공판에서 검찰 진술을 정면으로 뒤집어 파장이 예상된다.
한씨는 이날 오후 열린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비겁하고 조악한 나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며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을 앞둔 지난 2007년 3월~9월 사이 한 전 총리가 한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미화, 자기앞수표 등 9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검찰 주장을 정면 부인한 것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대부분 한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뤄졌다.
그러나 한씨는 공판에서 "검찰 수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수십번의 정치자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은 맞다"면서도 "수사 초기에 한 인사가 찾아와 서울시장 선거 등을 거론하며 겁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허위 진술했다, 수감 후 억울하게 뺏긴 회사자금을 되찾을 욕심도 있었다"고 재판부에 털어놨다.
당황한 검찰이 "왜 수사 때와 지금 진술이 다르냐"고 추궁하자 한씨는 "애초 진술 자체가 허위다, 검찰의 강압수사는 없었지만 다 내가 지어내서 한 말"이라며 한 전 총리의 혐의가 근거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한씨 "3억 원 빌려준 적은 있다"... 진술 번복 재판에 영향 클 듯 다만 한씨는 한 전 총리의 비서 출신인 김아무개씨에게 3억 원을 빌려 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에 3억원을 준 것은 맞다"며 "하지만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묻지 않았다, 현금 2억원과 수표 1억원을 준비한 것 같은데 달러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김씨에게 준 돈은 대여금이라는 얘기다.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로 지목된 한씨의 진술이 번복되자 법정이 크게 술렁였다. 한 전 총리는 두 눈을 꼭 감고 한씨의 진술을 들었고, 한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참관인들은 전했다. 일부 방청객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또 한 전 총리의 비서 출신인 김아무개씨는 재판 도중 실신해 119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2월~11월 사이 돈 심부름을 하며 한씨로부터 9500만원 등을 수수한 혐의로 한 전 총리와 함께 검찰에 기소됐다.
한씨의 검찰 진술 번복으로 한 전 총리 재판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특히 돈을 줬다는 핵심 증인의 진술이 180도 달라져 재판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총리 공관에서 불법 정치자금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명숙 공대위'는 21일 오전 11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검찰의 '표적수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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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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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박하는 바람에...'한명숙 9억' 허위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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