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한 오세훈... "의회 3/4이면 다 되냐"

[현장] 무상급식 반대 세불리기... 학부모·교총 잇단 방문

등록 2010.12.20 20:40수정 2010.12.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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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만 하면 (민주당 시의원들이) '4분의 3을 밀어준 시민의 뜻인데, 왜 시장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거부하고…', '당신, 민주주의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고 저한테 그럽니다. 4분의 3이 원하면 뭐든지 다 해줘야 합니까. 선거 때 공약한 것은… 아, 정말…."

20일 오전, 양천구 목동에서 열린 양천지역 학부모 대표 200여명과의 현장대화. 20여 분간 거침없이 '무상급식 반대논리'를 쏟아내던 오세훈 시장은 울컥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오 시장은 "시정 질문 시간 40분 동안 의원들이 35분간 질문한다, (제가) 답변하려고 하면 1분 내에 답하라고 그런다, 그보다 더 한 사람은 질문 시간 40분 중에 39분 질문 한 다음, 답변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그런다"면서 "정말 참다, 참다 이런 시정 질문에 응하는 건 바보짓이다, 시민들과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결심했다)"며 그간의 설움(?)을 토로했다. 발 디딜 틈 없이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 대표들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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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찾아간 오세훈 "밥 굶는 애 한명도 없어" 오 시장은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지역 학부모들을 만나 교육현장의 요구를 수렴한다는 계획으로 <시장과의 현장대화>를 열었다. ⓒ 최인성


[학부모와의 대화] 목동지역 학부모 대표 "급식은 학부모가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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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양천구 목동 행복플러스가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양천지역 학부모 대표 200여명과 '학부모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서울시 언론과


시의회와의 시정협의 거부를 선언한 지 18일째, 오세훈 시장은 이 자리에서 "무상급식은 혹세무민"이라며 무상급식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 이슈에 관한 한 양보할 생각이 없다, 직을 걸고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는 지난 1일 시의회에서 통과된 무상급식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서울광장조례에 이어 두 번째다.  

'시민현장요구 수렴'을 위한 '학부모와의 대화'였지만 오 시장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정작 학부모들이 발언한 시간은 40분 가운데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학부모 4명이 발언을 했을 때 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정문진 시의원(한나라당, 양천1)은 "오세훈 시장님께서 40분에 떠나셔야 한다"며 "답변은 서면으로, 서면으로"라고 말해 헛헛한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학부모 가운데 일부 학부모 대표들은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 최강명문", "100년이 넘은 사학명문"이라며 자신의 학교를 홍보하는데 시간을 할애해 다른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전면무상급식에 대해 이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한 학부모 대표는 "급식은 부모가 해결할 수 있다"며 "부모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부모 대표는 오 시장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말씀해 달라"고 요구해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이런 현장의 분위기를 교육감님과 같이 와서 들었더라면 이런 사달이 나지 않았을텐데"라며 말을 이어갔다.

"교육청에 전화 한 통씩 해 주세요. 정말 침묵하는 다수가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침묵하면 무서워하지 않아요. 교육청에 전화해서 '나가서 정정당당하게 토론하라'고 말해주세요. 오늘 저한테 말씀하셨던 걸 교육감님께 해주세요."

[무상급식반대 공동선언] 교총 회장 "굴하지 말고 끝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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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교총 다산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공교육살리기 학부모 연합 등 보수성향의 35개 학부모·시민단체와 함께 '포퓰리즘 전면무상급식 반대'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시 언론과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오세훈 시장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공교육살리기 학부모 연합 등 보수성향의 35개 학부모·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포퓰리즘 전면무상급식 반대' 공동선언식에 참석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함께 공동선언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예기치 않게 경기도에서 친환경 급식 예산이 통과되어 오늘 이 자리에 오세훈 시장만 외롭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며 "김문수 지사가 교육본질에 초지일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명한다"고 김 지사를 비난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님께서 절대 굴하지 마시고 끝까지 교육의 본질을 위한, 한국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끝까지 무상급식에 대한 투쟁을 계속 하시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이 "전면무상급식에 대해 16개 시·도 자치단체장 중에서 유일하게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이라며 오 시장을 치켜세우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에 오 시장은 "많은 단체들이 함께 해줘서 오늘 이 순간, 이후부터 고군분투라는 표현은 저 스스로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는 무상급식의 허상을 파악하고 있는 양식 있는 다수가 모여 주셨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의지를 굽히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훈 #무상급식 #교총 #무상급식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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