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남소연
[2신 : 오후 6시 30분] 거짓말하다 들킨 방통위... 결국 무단 삭제 인정?
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긴장상황 때 인터넷글 무단삭제를 추진한 적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해명자료에서 "정부는 무단으로 인터넷 글을 삭제할 수 없으며, 이를 추진한 바도 없다"며 "현재도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는 명백한 허위사실 및 유언비어 게시 글에 대한 삭제 등 자율적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는 "향후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긴장 상황 발생 시 명백한 허위사실 및 유언비어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조치하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적 조치? "사실상 인터넷글 삭제요청" 하지만 정보제공이 사실상 인터넷 글 삭제 요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도 민간 기구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게시 글 삭제 요구에 대해 포털 사이트들은 사실상 100% 받아들이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는 말을 쓰더라도 포털 사이트들은 삭제 요청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현재 그나마 있는 형식적인 방통심의위의 심의조차 하지 않고, 방통위가 직접 기사 삭제 요청을 한다는 데 큰 심각성이 있다.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엄열 방통위 네트워크윤리팀장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결국 심의 없이 삭제 요청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긴박한 상황에서는 심의를 하면 늦다, 글이 퍼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돌발 사태나 명박한 허위사실에 대한 판단 기준 마련이 가능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엄 팀장은 "내년 상반기에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포털 사이트와의 접촉이 없었다"는 방통위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그런(긴장상황 발생 시 인터넷글 삭제 요청) 방향과 관련해서, 사전 의견 조율 차원에서 미팅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신 : 22일 오후 3시 30분]"사이버 계엄령이라도 내릴 셈인가?"정부가 인터넷 글을 심의 없이 곧바로 삭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포털 업체들로 하여금 게시판이나 카페·블로그에 올려진 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이 허위라고 신고한 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태 때 '예비군 동원령 발령'이란 허위 내용의 유언비어가 인터넷 게시판과 이동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퍼져 사회불안을 증폭시킨 것과 같은 상황 발생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는 것"이라며 "긴장상황 때 정부기관이 명백한 허위라고 신고한 글에 대해서만 심의 없이 삭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긴장 상황이나 사회 불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터넷 글이 삭제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방통위 "관련 업무 추진" 일부 인정... "인터넷 검열하겠다는 것"방통위는 22일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공식 트위터(@withkcc)를 통해 "정부는 무단으로 인터넷 글을 삭제할 수 없으며, 이를 추진한 바도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긴장상황 때 인터넷 글의 무단 삭제를 추진한다'는 보도는 오보다, 관련 매뉴얼을 만들지도 않았다"면서도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민간의 자율심의를 강화한다고 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방통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1년 방송통신 핵심과제'에서 "사회교란 목적으로 인터넷상에 유포되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언비어 정보에 대한 민간의 자율심의 강화"를 강조했다. 또한 "법률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관계 부처의 유권 해석이 필요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기관 간 협조체계를 통해 신속 조치"도 덧붙였다.
민간 자율심의기구라고 자임하는 방통심의위가 이미 '인터넷 관제 검열기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인터넷 단속'이 더욱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월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현 통신심의가 사실상의 행정심의로서 적법절차를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확성을 결여한 심의 기준으로 인해 사실상 검열이 될 가능성이 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볼 우려가 있으므로 현행 통신심의제도를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지난 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3개의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허위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며 각 포털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8조(사회적 혼란 야기 등)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연평도 포격이)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을 감안할 때 사실을 왜곡하거나 무리한 억측 또는 과도한 추측성 정보를 제공하여 불필요한 의혹을 조정하거나 이용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일반인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등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부터 인터넷 공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 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정부가 자의적으로 사회교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위헌 판결이 난 사전심의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방통심의위의 형식적인 심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인터넷을 '간이하게' 검열하겠다는 발상일 뿐"이라며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때 반드시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