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여기 가보는 건 어떨까요?

춥지만 이런 곳으로 겨울여행 떠나봐요

등록 2010.12.25 11:43수정 2010.12.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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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24일 아침 서울의 기온이 영하 15도 란다. 식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기어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는데, 차가운 아침공기가 가시가 되어 얼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숨쉴때마다 길게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은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 존재구나 실감하게도 한다.

날씨가 이렇게 춥다보니 연말을 맞아 여행을 가자고 해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내가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추운 겨울날 여행이 주는 알싸한 즐거움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아쉽다. 게다가 눈까지 펑펑 온다는 예보까지 있으니 겨울 여행이 더욱 풍성해질 텐데 말이다.


겨울은 춥지만 겨울여행은 춥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이나, 겨울 여행이 뭐 볼게 있냐고 알싸한 즐거움은 커녕 춥기만 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분을 위해 연말 혹은 연초의 겨울 여행지로 좋은 몇 곳을 추천해본다.

a  삭막하기만했던 한강다리에 예쁜 카페가 생겼다.

삭막하기만했던 한강다리에 예쁜 카페가 생겼다. ⓒ 김종성


a  아담한 카페에 앉아 창밖의 한강 야경을 보노라면 겨울추위는 잠시 잊게 된다.

아담한 카페에 앉아 창밖의 한강 야경을 보노라면 겨울추위는 잠시 잊게 된다. ⓒ 김종성



한강 다리 위에서 보내는 오붓한 저녁 시간      

볼일이 있어 다른 동네로 넘어가기 위해 종종 자전거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다닌다. 그동안 한강다리는 차들이 지나가는 삭막한 차도에 다름 아니었다. 그랬던 곳에 아담하고 예쁜 카페들이 들어서 한강다리와 한강을 친근하게 해주고 있다. 양화대교, 한강대교, 한남대교, 잠실대교, 광진교 위에 이런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찾아갈때는 되도록 낮이 아닌 밤이 좋겠다. 서울과 한강은 낮보단 밤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고, 카페의 큰 창으로 보이는 한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아담한 분위기의 간이역 같은 카페에 앉아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다 보면 창 밖의 한겨울이 느껴지지 않고 훈훈하고 오붓하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120 (24시간 운영)
한강대교 노들카페 (02)790-0520, 양화대교 아리따움 (02)2631-7345
동작대교 구름카페 (02)3476-7999, 노을카페 (02)3481-6555
광진교 리버뷰 8번가 (02)476-0722

a  동구릉안 입구의 저 붉은 홍살문을 지나면 사색의 숲길이 펼쳐진다.

동구릉안 입구의 저 붉은 홍살문을 지나면 사색의 숲길이 펼쳐진다. ⓒ 김종성


a  명당중의 명당이라는 동구릉은 눈이 내리면 더욱 신묘하게 느껴진다.

명당중의 명당이라는 동구릉은 눈이 내리면 더욱 신묘하게 느껴진다. ⓒ 김종성




눈이 펑펑 내리면 바로 이곳으로 출발 

* 백설이 하얗게 뒤덮인 왕들의 무덤 동구릉 거닐기

58만 평이나 되는 넓디 넓은 왕들의 묘역이 있다. 경기도 구리시의 동구릉이 그곳으로 조선의 초대 임금인 태조 이성계부터 조선 말기의 24대 헌종까지 조선시대 9대 왕과 왕비가 묻혀 있는 집안묘역이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곳은 소나무를 대표로 한 수목들이 울창한 멋진 숲길이 펼쳐져 있어 한겨울 눈이 내리면 더할 나위 없이 걷기 좋다.

특히나 아홉 개의 큰 무덤들의 안내를 받으며 이어진 한적하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눈쌓인 길은 깊숙히 들어가면 갈수록 오래된 절집에 온 듯 피안의 세계마저 느끼게 한다. 왕들의 무덤에서 도심 속 사색의 공간으로 겨울날에 더욱 분위기 있고 운치 깊은 곳이다.

ㅇ 추천 교통편 : 수도권 전철 중앙선 구리역 하차 - 마을버스 2번, 6번 

a  눈내린 겨울날 남한산성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눈내린 겨울날 남한산성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 김종성


a  남한산성을 품은 남한산은 작지만 큰산이다. 특히 눈내린 겨울에는 더욱 그러하다.

남한산성을 품은 남한산은 작지만 큰산이다. 특히 눈내린 겨울에는 더욱 그러하다. ⓒ 김종성



* 내딛는 걸음마다 한폭의 그림인 산행길 - 남한산성

눈이 많이 오면 도시는 그만 슬로 시티로 바뀌고, 자칭 만물의 영장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은 하늘하늘 쌓이는 하얀 눈에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그런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탄성이 나오는 멋진 설경의 세계를 선물해주니 역시 자연은 공평한 것 같다.

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고 산세도 웅장하지 않은데 계절마다 오르는 이들에게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하는 산들이 있다. 도시인에겐 조금 심심하고 지루할 만한 산속에 구불구불한 능선을 따라 오래된 산성이 숨어있듯 자리하고 있다면 그 그림은 더욱 풍성하게 변한다. 경기도 남부 500m가 갓넘는 키의 아담한 남한산이 그런 곳 중의 하나다.

겨울 한파와 폭설에 짜증을 냈을 사람들도 눈 내린 남한산성에 오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상에 저 눈 좀 봐' '올 겨울은 최고구먼' '천국이 따로 없네'...남한산성에 오르며 직접 들은 감탄사 들이다.

ㅇ 추천 교통편 : 수도권 전철 8호선 남한산성역 하차 - 남한산성 유원지 까지 도보 10분
                       하산할때는 남한산성 동문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전철역에 하차

a  동해바닷가 묵호항의 언덕배기에는 멋스러운 묵호등대가 서있다.

동해바닷가 묵호항의 언덕배기에는 멋스러운 묵호등대가 서있다. ⓒ 김종성


a  겨울바다 여행의 진미는 인상파의 그림같은 일출을 만나는 것이다.

겨울바다 여행의 진미는 인상파의 그림같은 일출을 만나는 것이다. ⓒ 김종성



멋진 등대에 기대서 동해바다 일출 감상하기

이렇게 겨울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이상하게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겨울바다, 특히 동해다. 한겨울의 바다를 굳이 찾아 떠나 마침내 겨울바다를 마주하면 생각보다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온난화가 심한 도시에서도 덜덜 떨게 하는 겨울이 왜 동해 바다에 가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질까? 그건 아마도 깊고 짙은 푸른빛의 바다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파도소리 때문이 아닐까.

겨울 동해 바다가 춥기보다는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또 다른 것으로 등대가 있다. 동해 외에도 서해나 남해 등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문지기처럼 서 있는 등대지만, 동해 바닷가에서 마주친 이 등대는 여러모로 다른 등대들과는 다르게 기억된다.

동해바다행 기차를 타고 묵호역에서 내리면 만날 수 있는 묵호등대가 바로 그런 곳이다. 묵호등대가 서있는 이곳 묵호동 언덕은 동해시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곳이라고 한다. 어쩐지 사위가 밝아오면서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오렌지빛 일출 장면이 숨이 턱 막힐 정도다.

등대 주변의 정겨운 바닷가 언덕동네와 풋풋한 바닷냄새가 나는 묵호항, 깊고 푸른 바다에서 나오는 새파란 파도소리, 해안가를 따라 난 철길은 묵호 등대를 더욱 잊지 못하게 하는 소금같은 존재다. 특히 새벽 6시경 아침이 밝아오면서 길라잡이 등대 불빛을 따라 묵호항에 들어오는 작은 어선들과 뱃사람들의 분주한 항구 정경은 놓치면 후회한다.

ㅇ 추천 교통편 : 서울 청량리역에서 동해바다행 기차를 타고 묵호역에서 하차 – 묵호등대가 있는 묵호항까지 도보 10분

a  갈라진 바닷길을 걸어서 그 섬에 가고 싶다.

갈라진 바닷길을 걸어서 그 섬에 가고 싶다. ⓒ 김종성


a  제부도 바닷가의 높은 목책 산책로는 바다를 조망하며 걷기 참 좋은 길이다.

제부도 바닷가의 높은 목책 산책로는 바다를 조망하며 걷기 참 좋은 길이다. ⓒ 김종성



신비의 바닷길을 걸어서 그 섬에 가기 – 제부도

우리나라에는 바다가 갈라지면서 길이 생겨 건너갈 수 있는 섬들이 있다. 보통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달이 지구와 친해지고 싶은지 자꾸만 끌어당기려고 하면서 생기는 신비한 자연의 현상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것 같은 바닷길을 걸어 그 섬에 갈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제부도다. 차도 옆에 난 인도를 따라 멋있게 구부러진 에스라인 바닷길을 여유로이 걸어보자. 불과 몇 시간전만해도 바다였던 곳의 흔적이 발길 곳곳에 남아있어 참 이채롭다.

해안선의 총 거리가 12Km인 아담한 이 섬의 해안도로는 언덕이 없는 평지라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기에도 좋다. 해안길 중 특이하게도 포장된 길이 아닌 나무로 된 산책로가 길게 나있는데 바닷가 높은 위치에 있어 바닷바람도 시원하고 전망이 참 좋아 꼭 걸어보라고 강추하는 길이다.

ㅇ 추천 교통편 : 수도권 전철 1호선 금정역 4번 출구앞에서 330번 좌석버스를 타면 제부도 바닷길 입구까지 간다.  
ㅇ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http://www.khoa.go.kr)에 가서 우측 상단에 있는 제부도의 바다 갈라짐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가자.
#겨울여행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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