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하면서도 감칠맛 향의 어묵으로 성탄파티

등록 2010.12.26 14:04수정 2010.12.26 14:1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추운 겨울날 어묵꼬지 만한 간식도 없는것 같다.
추운 겨울날 어묵꼬지 만한 간식도 없는것 같다.오창균
추운 겨울날 어묵꼬지 만한 간식도 없는것 같다. ⓒ 오창균

성탄절 전야, 30년 만의 혹한 추위와 가로수를 휘감은 트리전구 불빛이 반짝거리는 시내 도로는 차량으로 꽉 막혀서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머리를 차도 쪽으로 빼꼼 내밀고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며 발은 동동 제자리를 뛰고, 정류장 한 편의 분식 포장마차는 몇 겹으로 둘러싼 사람들 머리 위로 하얀 김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가족들과 성탄절 파티를 할 네모난 케이크 상자가 손에 손에 들려 있다.

 

겨울철 길거리 음식의 대표격인 어묵과 국물 한 컵이면 잠깐이나마 추위를 잊을 수 있어서 추운 날에는 그 비릿하면서도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화학조미료)로 맛을 낸 감칠맛 향의 어묵 꼬지가 간절하지만 포장마차를 둘러싼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버스도 포기한 채 집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렸다.

 

 꽃게, 무우,청양태양초로 국물을 만들었다.
꽃게, 무우,청양태양초로 국물을 만들었다.오창균
꽃게, 무우,청양태양초로 국물을 만들었다. ⓒ 오창균

일주일 전, 아들의 방학식 날 한 학부모가 어묵 꼬지를 준비했는데 추운 날씨에 대박 인기를 끌었다. 집에서 직접 멸치육수를 만들고 기다란 대나무에 길고 둥근 어묵, 납작한 어묵을 접어서 꽂는 솜씨와 맛이 보통이 아니어서 물었더니 화원을 하느라 연탄난로를 피우는데 난로 위에 항상 어묵을 올려놓는다고 한다.

 

성탄절이면 뭔가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서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을 의례히 했던 터라 이번에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방학식 때 먹었던 어묵을 추천했더니 모두 좋다고 한다. 다만 그때와 같은 분위기와 맛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어묵 맛은 국물에서 좌우되기에 지난가을에 마리당 천 원에 구입한 꽃게와 무, 청양태양초를 기본 양념으로 해서 푹 끓였다.

 

 가스렌지에 끓이면서 먹으면 맛이 더 좋다.
가스렌지에 끓이면서 먹으면 맛이 더 좋다.오창균
가스렌지에 끓이면서 먹으면 맛이 더 좋다. ⓒ 오창균

 매콤한 고추장양념과 간장양념은 어묵 국물을 이용한다.
매콤한 고추장양념과 간장양념은 어묵 국물을 이용한다.오창균
매콤한 고추장양념과 간장양념은 어묵 국물을 이용한다. ⓒ 오창균

대나무 대신 나무젓가락으로 어묵을 꽂고 간장과 고추장 양념을 만들 때는 끓인 어묵국물을 이용하면 맛이 더 좋다. 국물의 담백한 맛을 위해서는 어묵을 끓인 물에 살짝 한번 데쳐내어 찬물에 담그면 기름기와 화학조미료 맛을 걷어낼 수 있다. 푹 끓인 국물의 간을 맞출 때는 조금 싱겁게 해야 하는 이유는 어묵을 넣고 끓이면 국물이 줄어들고 간이 세지기 때문이다.

 

국물을 계속 끓이면서 어묵이 통통하게 부풀어 부드럽고 진한 맛이 배도록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이면서 먹는다. 몸이 추위를 느껴야만 제대로 된 어묵 맛을 느낄 수 있기에 보일러를 끄고 창문을 열고 싶었으나 이날은 그냥 있어도 춥다. 평소에 화학조미료 음식과 어묵을 자주 먹지 않아서 몇 개 만에 속이 좀 거북했으나 그 맛(?) 때문에 자꾸 손이 갔다.

 

 500원 짜리로 한개 더 주세요.
500원 짜리로 한개 더 주세요.오창균
500원 짜리로 한개 더 주세요. ⓒ 오창균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도 점차 바닥을 보이고, 뜬금없이 아내가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돌아가면서 해보자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서로 덕담을 해보자는 취지였던 것 같은데 방학 후 집안에만 있는 아들에게 아내가 조언한다는 것이 잔소리가 되어버렸다. 중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알고 아들의 기분을 맞춰준다는 것이 더 큰 잔소리가 되고 말았다. 나를 타박하는 아내와 눈을 흘기는 딸, 그리고 심통이 난 아들, 국물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냄비는 금세 달아오르게 할 수 있지만, 이미 식어버린 이 분위기 이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묵 #꽃게 #성탄절 #방학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