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외로운 곳에 더욱 필요한 니캉 내캉 사이좋게 얼쑤!

교정시설 문화예술교육을 마치고.....

등록 2010.12.29 18:31수정 2010.12.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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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놀아보세! 나비야 청산가자! 즐겁게 놀아보세!"

 

이렇게 한바탕 잘 놀아본 사람들은 누구일까? 무엇을 취득하고자 목적을 위해 또는 합격하기 위해 머리 아프게 공부를 해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간을 즐기는 단순한 마음으로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의 교환 공연을 통해서 즐겁게 놀았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단순한 동작으로 느리게 송파산대놀이를 했지만, 교정시설 교육생들은 말뚝이춤, 봉산탈춤, 양반춤 등을 차례대로 역동적으로 펼쳤다. 어르신들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르신들은 30여 회를 훨씬 웃도는 횟수를 교육받았고 교정시설은 특성상 갑자기 교정행사, 운동회, 높은 분의 방문 등으로 담당 교도관이 해당 교육생들을 방에서 데리고 교육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여 교육횟수가 많이 떨어졌는데 내용면에서 너무나 활동적이고 숙련된 몸짓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로 연습을 한 것이 아니라 감방 안에서 마음으로 몸에 날개를 달아 그렇게 배운 것을 되새기면서 동작을 외워서 했던 탓도 있고, 노인계층보다 장년계층이 많은 탓도 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 너무나 아쉬운 만큼 적극적으로 교육을 스폰지처럼 흡입력을 가지고 수혜받은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생각을 하고 연습을 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담 안에서 살아가는 노년을 포함한 중·장년 재소자들과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어르신들이었다. 어르신들은 70평생을 살아도 교도소 근처에 가보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분들은 교도소에 들어가기까지는 가슴이 콩닥콩닥 햇다는 분들도 여러 명이셨다.

 

교도소서 교육 발표를 한 소감을 받아보니깐 어떤 분은 교도소에 들어가면 언론에서 본 것처럼 수백 명의 재소자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줄 알고 있던 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분은 언론에서 보도한 그런 사람들인 줄 알고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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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캉 내캉 사이좋게 얼쑤! 어르신들이 교정시설에서 탈춤복을 입고 공연준비하는 모습 ⓒ 이영미

▲ 니캉 내캉 사이좋게 얼쑤! 어르신들이 교정시설에서 탈춤복을 입고 공연준비하는 모습 ⓒ 이영미

 

교도소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으러 나오는 분들 중에서는 범죄라기보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온 행정직공무원도 있고, 부도가 나서 사기로 몰려 온 분들도 있다. 그 어떤 것들도 수용생활을 합리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할 사항이 못 된다.

 

하지만 삶에 대해 쫓겨서 여유가 없이 살았다는 것은 모두 비슷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1년을 교육하고 수료식을 한 뒤 소감 말하기에서 이렇게 좋은 문화예술을 교정시설에서 있었기 때문에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 착잡하다고 말했다. 죄를 짓지 않았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문화예술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교육을 시행하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교정시설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와 공동체성 함양이었다. 그러나 만족도 검사에서 나타난 효과는 불안정서 치유와 대인 관계 향상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모두 탈을 쓰게 하고, 자기 얼굴을 내보이고 싶어 찍는 순간 탈을 벗은 분은 음표를 달아서 안 보이게 했다.

 

얼굴에 대해서는 일반사람이 생각하듯이 수용생들이 모두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이렇게 문화교육을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를 가졌는데도 수용생들의 생각과 달리 교정규칙상 수용생들의 얼굴이 전혀 보이면 안 된다고 교정시설과 약속을 해서 노출하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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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마치고.. 교정시설 수용생들은 얼굴이 나오면 안되기에 탈을 쓰고 공연을 마친 어르신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 이영미

▲ 발표를 마치고.. 교정시설 수용생들은 얼굴이 나오면 안되기에 탈을 쓰고 공연을 마친 어르신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 이영미

 

그러한 검사 결과에 따라 탈춤은 단순 탈춤 교육이 아닌 치유 교육으로 연결하여 현재 내년초까지 다른 계층을 대상으로 예술치유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일반인들도 생활의 균형을 잡아가는데 필요하지만 마음이 많이 외롭거나 불안한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효과가 있다.

 

올해 교정시설의 교육은 기획자로서 교육생들과 강사, 그리고 연계했던 기관 담당자들과 실버 인재 어르신들 모두 마음에 큰 보람을 거두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산이 모자랐다. 그리고 예산과 상관없이 매주 간식을 꼭 챙겨보내야 했고, 부수적으로 다른 경비도 알게 모르게 들어갔다. 그래서 내년에는 하지 말라고 주변에 말리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돈꽃보다 귀중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보이지 않는 웃음꽃들을 또 보고 싶기 때문에 내년에도 기회가 오면 공모를 거쳐서 교정시설에 들어가고 싶다.

2010.12.29 18:31 ⓒ 2010 OhmyNews
#교정시설 문화예술 #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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