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묵은 해를 보내며

나를 던져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새해이길 발원합니다

등록 2010.12.30 17:20수정 2010.12.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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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기도 ⓒ 송유미

새해의 기도 ⓒ 송유미

1.

시간을 아껴가며 사는 법을 몰랐던

한 해의 끝자락 

오늘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나는 기도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어머니의 지칠 줄 모르는

자식에 대한 한 없는 사랑에 대하여

찜통 더위 속에서

등짐을 지고 연탄길을

오르내리던 아버지의 노고에 대하여

 

리어카 가득 폐지뭉치를

싣고 온종일 골목길을 누비는

할아버지의 수고에 대하여

 

내가 경멸하고 증오했던

시기와 질투, 성냄과 원망의 갖가지

이름을 다 붙일 수 없는

내 마음의 얄팍한 한계에 대하여

 

나비떼 팔락이는 촛대 앞에

무릎을 끓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하며

두 손 모아 감사 기도를 올립니다.

 

2.

내 짧은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어머니의 은혜와 스승의 은혜와

내 입으로 들어가는

땀흘려 농부가 지어 준 밥에 대한 감사함과 

헐벗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껏 옷을 지어준 이웃들의 노고에 대하여

 

꽁치 두 마리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주며

푸근한 새해 덕담을 함께 들려주는

좌판상 할머니의 살가운 인정에 대하여

 

밝아오는 신묘년 새해에는

이 모든 것을 365일 잊지 않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도합니다.

 

3.

비록 이 기도가 

새해가 오는 길목이면

늘 초등학교 일학년 학생처럼

반성과 후회로 반복될지라 하더라도  

 

갈참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깨끗하게 쓸어 놓은

정갈한 오솔길로 달려오는

새해를 마중하는 설날 아침에는,

 

때론 가슴을 치며

때론 통곡하며 서러워했던 

다사다난 했던 묵은해의 모든 괴로움과

슬픔과 고통을 다 잊어버리고 

 

새해에는 나를 던져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니르나바에 계신

당신께 간절히 발원합니다.  

2010.12.30 17:20 ⓒ 2010 OhmyNews
#새해 #신묘년 #기도 #희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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