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5천원짜리 '오세훈표 부자급식' 사양합니다

[取중眞담] '사회지도급 인사'들 위한 '무상만찬' 명세서를 보니

등록 2010.12.30 17:20수정 2010.12.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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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3억5492만 원'

 

이는 서울시가 지난해 10차례 대형 오찬·만찬 행사에 지원한 액수다. 6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2억3000여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하루에 1억7000여만 원을 쓴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 금액인 3억5492만 원은 2011년 서울시 예산 20조5850억 원의 0.0017%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야말로 '새발에 피'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한 심기는 금액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보편적 복지'의 상징인 전면 무상급식 예산 배정에는 그토록 인색하던 서울시가 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오찬·만찬 행사에 선심쓰듯 수억원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한 끼 9000만 원짜리 만찬, 이게 바로 '부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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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본부 상임대표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본부 상임대표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2009년도 서울시 주최 오·만찬 행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로 기업 관련 단체, 대학·변호사단체 등의 행사에 만찬 비용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는 서울시가 직접 행사를 유치하지 않거나 오세훈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만찬에는 주로 5만~8만 원짜리 양식 정식 코스요리와 1병에 수만 원짜리 와인·막걸리 등이 나왔다. 식사뿐만 아니라 기념품이 제공된 경우도 있었다. 한 다단계업체가 주최한 '09허벌라이프 기업회의'에서는 라이트펜 2만1000개(6300만 원), 명함집 400개(800만 원), 크리스털문진 40개(154만 원) 등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데 8123만 원을 썼다.

 

이를 두고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즘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무상급식은 안 되면서 니들은 밥 먹는데 9000만 원을 쓰냐?(@lekarto)", "이러고 댕기면서 애들 밥 먹이는 돈은 아깝다 이거지(@leesc1979)"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애들 급식 한 끼 2500원, 오세훈 만찬 비용 일인당 30만원(@Hichally)", "오세훈이 사용한 만찬비용은 1억 7천만 원, 이 돈이면 56667명의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있습니다(@oopsya)"라며 만찬비용과 무상급식비용을 비교했고, "오세훈씨, 이런 게 바로 시민들 세금으로 헛짓하는 '부자급식' 아니겠어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지출이 '예산낭비'라는 비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시는 29일 해명자료를 통해 "만찬비용 지원을 통해 서울을 (세계) 주요 인사들에게 알리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은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비용이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예산낭비론'을 적극 반박했다. 더 나아가 서울시는 "비용대비 효과가 훨씬 커서 앞으로도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찬·만찬행사에 수억원을 들이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지원 액수를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예산낭비', 새로울 것 없는 '서울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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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 유성호

오세훈 서울시장. ⓒ 유성호

이러한 서울시의 반박·해명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소야대' 시의회가 출범한 이후 오세훈 시장의 토목성·전시성·홍보성 예산은 계속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다.

 

지난 11월 서울시 예산안이 발표된 뒤, 서울지역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루어진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위크'(이하 풀시넷)에서는 서울시 전시성 예산, 삭감 대상 예산 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예산을 모두 더하자,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을 위해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 700억 원보다 12배 이상이나 많은 8878억 4770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시의회 예산안 예비심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21일, 오 시장은 직접 예산안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서울시를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국제적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2~3년 전 한 노 금융전문가가 저녁 만찬석상에서 제게 물었다. '서울시의 비전이 뭐냐'. 그래서 제가 답했다. '당연히 금융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을 이야기해줬더니 노 금융전문가가 '그러면 금융도시는 이미 된 거나 다름없다'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세계적인 금융허브가 되려면 문화도시가 되어야 한다. 금융 사업은 최고급 사업이다. 그 업종 종사하는 사람들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다. 그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금융도시가 된다'. 노 금융학자는 어떻게 하면 금융도시가 되고 세계투자자원을 유치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오 시장은 이어 "시의회의 예산안 삭감으로 인해 미래를 위한 중점사업들이 하나, 하나 날개가 꺾이고 있다"며 대표적인 토목·전시성 사업으로 지적되고 있는 서해뱃길을 비롯해 한강예술섬, 서남권 돔야구장,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어르신 행복타운 등 서울시 핵심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사업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는데 무상급식 타협하면 안 되냐'고 이야기한다"며 "그러나 저는 둘 다(서울시 핵심사업·전면무상급식 반대) 꼭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가치의 충돌이 있다고 해서 서울시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오 시장은 서울시 예산안이 민주당 시의회 단독으로 처리된 30일에도 이러한 가치를 굳건하게 지켰다. 서울시는 민주당이 증액·신설한 무상급식 예산 700억 원을 집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7만 5000원짜리 '초호화 식사' vs. 2500원짜리 '차별 없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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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밤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 뒤 집단퇴장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밤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 뒤 집단퇴장하고 있다. ⓒ 유성호

 

물론 1000만명이나 되는 서울시 시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 자신의 정책과 비전에 일관된 소신을 갖는 것도 꼭 필요하다. 서울시의 해명처럼, 한 끼에 30만 원이 드는 만찬 식사도, 전시성·토목성이라 비판받는 사업들도 모두 장기적으로는 서울시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재선된 이후 반년간,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논리'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다. '700억 원 부담하는 게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일까?' 물론 오 시장은 이런 식으로 반박한다.

 

"무상급식이 왜 700억 원인가. 10년 하면 7000억 원이다. 한 번 시작하면 영구적으로 돈이 든다, 여기서 무너지면 서울시가,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발언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보온병 포탄'을 제치고 트위터에서 '올해의 개드립' 1위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동주민센터에서 무상급식 신청을 받으면 낙인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으로 아이 스스로가 가지게 될 낙인감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콤한 망고 소스 관자, 브리오쉬 크루톤과 아스파라거스 수프, 구운 단호박과 그린 페러 소스를 곁들인 쇠 안심 구이, 럼 바닐라 소스의 초콜릿 무스, 커피 또는 차'.

 

지난해 9월 2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 전자정부 CIO 포럼 환영만찬'에서 제공된 7만 5000원짜리 식사 메뉴다. 서울시는 이러한 만찬비용에 대해 "여론주도층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의 품격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비용을 지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하면 서울시와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했는데, '여론주도층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에게 제공된 호화만찬 목록을 보면서 그런 식의 '부자급식'이 대한민국 미래를 무너뜨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짜로 먹는데 많이 먹을 땐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한 어린이의 글을 보면서, 여론주도층 사회지도급 인사들을 위한 7만 5000원짜리 '초호화 식사'와 2500원짜리 '차별 없는 밥' 가운데 무엇이 더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2010.12.30 17:20 ⓒ 2010 OhmyNews
#오세훈 #서울시 만찬 #무상급식 #오세훈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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