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비경제적인 점
.. 그러나 이러한 불임에 대한 처치는 성공률이 22∼23퍼센트로 아직 낮다는 점, 비경제적인 점, 유전자 조작 과정의 위험성, 자연적 질서에 대한 과학의 도전이라는 윤리적 시비를 비롯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최민희-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다섯수레,2001) 31쪽
"이러한 불임(不妊)에 대(對)한 처치(處置)는"은 "이러한 불임 처치는"이나 "아이를 못 낳을 때 쓰는 이러한 방법은"이나 "아이를 낳으려고 쓰는 이러한 방법은"으로 다듬고, '점(點)'은 '대목'으로 다듬으며, "유전자 조작(造作) 과정(過程)의 위험성(危險性)"은 "유전자를 건드리는 위험"으로 다듬습니다. "자연적 질서에 대(對)한 과학의 도전(挑戰)이라는"은 "자연 흐름에 맞서는 과학이라는"이나 "자연 흐름을 거스르려는 과학이라는"으로 손질하고, "윤리적(倫理的) 시비(是非)를 비롯한"은 "옳으냐 그르냐를 비롯한"이나 "옳지 않다고 할 뿐 아니라"로 손질하며, "많은 문제점(問題點)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많다"나 "말썽거리가 많다"나 "말썽거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로 손질해 줍니다.
┌ 비경제적(非經濟的) : 산출량이나 효과에 비하여 비용이나 품이 많이 드는
│ - 비경제적 설계 / 우리 회사는 비경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비경제 : x
│
├ 비경제적인 점
│→ 돈이 많이 든다는 대목
│→ 돈이 많이 드는 대목
│→ 비싸다는 대목
│→ 너무 비싸다는 대목
└ …
'비경제'라는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비경제적'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꽤 많습니다. '경제-경제적'이라는 한자말을 쓰면서 저절로 '비경제적'이라는 한자말을 쓰는구나 싶은데, '비경제'라는 한자말은 따로 안 쓰면서 '비경제적' 같은 한자말을 쓰는 모습은 사뭇 놀랍습니다.
'비경제적'이란 "비용(費用)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합니다. '비용'이란 "어떤 일을 하는 데 드는 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비경제적 = 돈이 많이 드는' 일을 일컫습니다.
물건 하나를 장만하면서 돈이 많이 들 때에 으레 '비싸다'고 이야기합니다. 국어사전에서 토박이말 '비싸다'를 찾아보면 "물건을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보통보다 높다" 같은 풀이말이 달려 있습니다. 틀림없이 돈이 많이 드는 일을 이야기하는 낱말이지만, '돈'이라 가리키지 않고 '비용'이라고 가리킵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경제적'이라는 한자말은 '싸다'라 가리킬 자리에 으레 끼어듭니다. 손쉽게 '싸다'고 하면 넉넉한 자리에 거의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이라고 읊는 우리들이라 할 만합니다. "경제적인 구매"가 아닌 "싸게 산" 일이요, "비경제적인 구매"가 아닌 "비싸게 산" 일입니다.
┌ 비경제적 설계
│→ 돈이 많이 드는 설계
│→ 값비싼 설계
│→ 비싼 설계
├ 우리 회사는 비경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우리 회사는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
│→ 우리 회사는 돈을 헤프게 쓰고 있다
│→ 우리 회사는 돈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 우리 회사는 돈을 엉뚱한 데에 퍼붓고 있다
└ …
쉽게 쓰면 될 말을 쉽게 쓰지 않으니 어려워집니다. 값싸게 하면 될 일을 값싸게 하지 않으니 비싼 값을 치릅니다.
한 번 더 헤아린다면, 쉽니 어렵니를 넘어 알맞게 할 일입니다. 싸니 비싸니에 매이지 말고 알맞을 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제대로 설계를 하고 제대로 회사를 꾸려야 합니다. 쓸모있고 짜임새있게 설계를 한다면 돈이 적게 드느니 많이 드느니 따질 일이 없습니다. 알맞게 들일 테니까요. 회사를 알뜰살뜰 잘 꾸린다면 돈을 헤프게 쓰느니 엉뚱한 데에 퍼붓느니 하는 말이 사라집니다. 써야 할 곳에는 쓰고 아껴야 할 곳에는 아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써야 할 곳을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돈을 들일 곳을 옳게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마음을 들일 곳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며, 삶을 들이며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찾아서 껴안을 길을 붙잡지 못합니다. 말이 말답기란 참 벅차고 까마득합니다.
ㄴ. 비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 아마추어가 프로들이 하는 방식을 무조건 따른다는 것은 대단히 비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목적에도 부합하기 힘들다 .. <김윤기-내 멋대로 사진찍기>(들녘,2004) 77쪽
"프로들이 하는 방식(方式)을"은 "프로들이 하는 대로"나 "프로들이 하는 모습대로"로 손질하고, '무조건(無條件)'은 '그냥'이나 '생각없이'나 '고스란히'로 손질합니다. "목적(目的)에도 부합(附合)하기 힘들다"는 "뜻에 걸맞지도 않다"나 "사진찍기에도 어울리기 힘들다"나 "처음 뜻과 어울리기도 힘들다"로 다듬어 봅니다.
┌ 비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
│→ 도움이 안 되기도 하거니와
│→ 쓸데없기도 하거니와
│→ 부질없기도 하거니와
└ …
사진을 하든 그림을 하든 글을 하든, 또 노래를 하든 춤을 하든 몸짓을 하든, 굳이 프로나 아마를 가를 까닭이 없습니다. 내가 즐기는 일로 돈벌이를 하면 돈을 버는 셈이요, 내가 즐기는 일로 굳이 돈을 벌지 않겠다면 돈을 안 버는 셈입니다. 언제나 우리가 깊이 돌아볼 대목은 우리가 참말 우리 일을 즐기느냐 아니냐입니다. 사진을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이지, 사진으로 돈을 얼마를 버느니 안 버느니가 아닙니다. 돈벌 사진을 찍겠다 한다면 돈벌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다만, 돈버는 사진은 돈버는 사진일 뿐이니, 이러한 사진을 놓고 스스로 문화이니 예술이니 말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버는 사진이든 돈 안 버는 사진이든 누구한테나 똑같은 삶입니다. 내 살림을 일구는 일거리로 사진을 찍으며 돈을 번다면, 이 또한 이 나름대로 문화이며 예술이 됩니다. 전업작가라 해서 더 문화이거나 예술이지 않지만, 취미라 해서 덜 문화이거나 어설픈 예술이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 다르게 가꾸면서 보듬는 문화이며 예술인 삶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아마추어라 여긴다면 아마추어다운 길을 걸으면 됩니다. 스스로 프로라 생각한다면 프로답게 걸음을 떼면 됩니다. 서로서로 좋은 모습은 배우며 나눈다면 한결 아름답습니다. 다만, 눈치를 보듯 기웃거린다든지 누가 더 높느니 낮으느니 하고 다툴 까닭이란 없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쟁이라서 더 티없는 사진이 아니요, 프로 사진쟁이라서 더 빼어난 사진이 아니니까요.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가짐이 어떠하느냐를 살필 노릇이고, 사진 한 장에 담는 내 마음과 삶이 어떠한가를 돌아볼 노릇입니다. 서로서로 참다이 도움이 될 대목을 보아야 하고, 더없이 쓸데없거나 부질없는 어슬렁거림은 털어내야겠습니다. 손을 맞잡고 어깨를 함께 겯을 좋은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사진 하나에 사랑을 담고, 사진 둘에 믿음을 실으며, 사진 셋에 따스함을 깃들이면 좋겠습니다. 사진 넷에 보람을 맺고, 사진 다섯에 웃음을 보태며, 사진 여섯에 눈물을 고이 여미면 반갑겠습니다.
┌ 바보스럽기도 하거니와
├ 멍청하기도 하거니와
├ 어리석기도 하거니와
├ 얼토당토않기도 하거니와
├ 터무니없기도 하거니와
└ …
바보스럽지 않은 사진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바보스럽지 않은 삶이며 바보스럽지 않은 눈썰미로 바보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엮으면 좋겠습니다. 튼튼하면서 고운 사진으로 나아가며, 튼튼하면서 고운 삶과 눈썰미를 지키고, 튼튼하면서 고운 이야기와 말글을 건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일구는 사진으로 다시 태어나고, 하루하루 차근차근 북돋우는 삶으로 새로워지며, 하루하루 차근차근 가다듬는 이야기와 말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와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10)>(그물코,2007∼2010)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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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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