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 추첨 번호' 당첨되면 경품 준다고?

이웃나라 일본의 설 풍습... 섣달 그믐날 메밀국수 먹고, 1인당 34장 가량 연하장 발송

등록 2011.01.01 09:41수정 2011.01.01 14:29
0
원고료로 응원
a

새해를 맞이하면서 문 양 옆에 세워둔 마츠가자리(松飾り)입니다. 잡신을 몰아내고 새해 좋은 신을 맞이하는 뜻에서 세운다고 합니다. 오사카 이쿠노구 모모다니 역 앞에서 찍었습니다. ⓒ 박현국


시간의 지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항상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면 죽음에 다가간다는 숙명의 지배를 받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땅에 사는 사람이나 사람들은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기쁘고 즐겁게 맞이합니다.

이곳 일본 사람들을 생활 속에서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는지 그간 보고 느낀 것을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새해 첫날을 한 해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 여깁니다.

a

오사카 모모다니역 상점가에서 메밀국수집에서 메밀국수(소바)를 팔고 있는 모습입니다. 긴 메밀국수 가락처럼 한 해 동안 좋았던 인연들이 새해에도 이어지기를 희망하면서 먹는다고 합니다. ⓒ 박현국


이곳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밤에 메밀국수를 먹습니다. 국수의 긴 면가락처럼 한 해 동안 있었던 좋은 인연이 다음 해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합니다. 시장에서도 메밀국수를 파는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메밀국수(소바)를 사갑니다.

정월 초하루를 앞두고 사람들은 자신의 집 앞이나 가게 문 앞에 마츠가자리(松飾り), 가도마츠(門松)를 세웁니다. 예로부터 나무에 신이 내린다는 관념에서 한 가운데 소나무 가지를 꽂고 주위에 화려한 꽃으로 장식해 둡니다. 이것은 잡신을 몰아내고 새해를 맞이해서 좋은 신을 맞아들인다는 생각에서 문 앞 양 옆에 세워둡니다. 일반 가정집 앞에는 잎이나 밀감이 달린 나무 가지를 세우기도 하고, 큰 회사나 백화점 앞에는 사람 키 높이로 큰 장식을 세우기도 합니다.

a

오사카 역 앞에 있는 한큐 백화점 입구에 세워둔 마츠가자리입니다. 백화점 크기를 고려해서인지 사람 보다 더 큽니다. ⓒ 박현국


정월 초하루에는 우리나라 떡국과 비슷한 뜻으로 오조니(お雑煮)를 먹습니다. 오조니는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 떡국은 둥글고 얇게 썬 흰 떡을 넣어서 먹는데 일본 오조니는 찹쌀로 만든 둥근 떡을 도미, 당근, 무, 송이버섯, 우엉, 토란, 어묵, 밤, 근대, 메추리알 등을 넣어서 삶은 물에 넣어서 먹습니다. 오조니는 원래 조상신에게 드리는 제사 음식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제사 음식이라는 생각이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월 초하루부터 사흘간 일본에서는 옛날 부엌에서 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때 불을 사용하면 부엌 불의 신이 노여워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흘간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고 미리 만들어 둔 오세치(お節) 요리를 먹습니다.

지금은 불의 신과 관련 없이 10월 무렵부터 정월 초하루 날 먹는 오세치 요리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오세치 요리는 도미 찜, 검은 콩 볶음, 어묵 찜, 멸치 볶음, 정어리 알, 토란, 백합뿌리 찜 등등 요리해서 추운 겨울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오세치 요리 역시 지역에 따라 농업·어업 생산물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신앙적인 의미와 관계없이 쉽게 오세치 요리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일본인 1인 당 약 34장 연하장 보내... 추첨 번호 당첨되면 경품 주기도

a

오사카 이쿠노구 골목 안 부동산 소개점 문 앞에 달아둔 마츠가자리(松飾り)입니다. 소박한 모습으로 겨울에 수확하는 잎이 달린 밀감이나 풀고사리가 장식으로 달려있습니다. ⓒ 박현국


그리고 정월 초하루 아침에는 각 가정에 연하장이 배달됩니다. 사람들이 10월 말부터 팔기 시작한 연하장을 사서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면 우체국에서 이것을 각 가정별로 나누어 두었다가 정월 초하루 아침 일찍 배달해 줍니다. 우체국에서 만든 연하장은 우체국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인터넷이나 일반 가게에서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연하장은 그림이 그려진 것도 있고 백지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인쇄할 수 있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해마다 연하장 판매량이 발표되는데 2010년 1월 발표에 의하면 41억4000천만 장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 한 사람이 연하장 34장 정도를 보내는 셈입니다. 연하장은 단순히 인사를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하장 아래 쓰여 있는 추첨 번호가 당첨되면 우체국에서 상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섣달그믐 밤 늦게부터 새해 첫 사흘 동안 사람들은 유명한 신사나 절에 가서 새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합니다. 이것을 하츠모데(初詣)라고 합니다. 도쿄의 센조우지(浅草寺)는 정초 사흘간 253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2010 년 1월 초).

그밖에 메이지진궁(明治神宮)이나, 교토의 이나리진자(稲荷神社)를 비롯하여 마을의 크고 작은 절이나 신사를 찾아가서 참배합니다. 이 날 참배객 수는 수천만 명을 헤아리고 그들이 낸 돈을 세는데 은행 직원 몇 명이서 며칠간 세기도 합니다. 아마도 일본 신사나 절은 해마다 첫날 버는 돈으로 한해를 꾸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일찍이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는 조선과 그 예술(신구문화사, 1994)에서 한국의 전통미는 곡선에 있고, 중국은 규모에 일본은 색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정월 설 장식이나 음식을 보면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색에 집착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문에 장식하는 마츠가자리(松飾り)도 소나무의 푸른색을 중심으로 대나무의 겉과 속의 대비, 꽃 장식, 푸른 풀 고사리, 노란색 밀감 등등, 그리고 오세치 요리에서도 검정콩, 노란색 정어리 알, 흰색 백합뿌리 등이 그렇습니다.

새해 첫날 일본사람들이 행하는 풍습을 몇 가지 적어보았습니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새로 맞이하는 첫날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소박한 꿈이 서려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겠지요.

덧붙이는 글 | <참고>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이길진 옮김, 조선과 그 예술, 신구문화사, 1994.
http://headlines.yahoo.co.jp/hl?a=20101231-00000400-yom-soci
http://nenga.cocosta.jp/e2336.html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참고>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이길진 옮김, 조선과 그 예술, 신구문화사, 1994.
http://headlines.yahoo.co.jp/hl?a=20101231-00000400-yom-soci
http://nenga.cocosta.jp/e2336.html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본 설 풍습 #마츠가자리(松飾り) #하츠모데(初詣) #오조니(お?煮) #메밀국수(소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