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통영 이기선 할머니 별세

'시민사회장'으로 장례 치러...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78명

등록 2011.01.03 20:14수정 2011.01.0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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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기선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기선 할머니. ⓒ 송도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기선 할머니. ⓒ 송도자

새해 벽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경남 통영에 사셨던 이기선 할머니가 3일 오전 11시 30분경 숨을 거두었다. 향년 88세.

 

2010년 마지막 날 밤 고 정윤홍 할머니에 이어 이기선 할머니까지 별세해,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78명으로 줄었다.

 

이기선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20일 장 마비란 위급한 상황을 맞아 진주 경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검사 결과 '장간격경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극도로 쇠약해진 할머니는 다시 통영 세계로병원으로 이송되어 보름 정도 사투를 벌이다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 이기선 할머니는 1923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7살 되던 해(1939년) 통영 한산면 일본지서에서 "일본 그물공장에 가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마을 처녀 2명과 함께 통영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그 길로 할머니는 기차에 태워져 중국 서주로 끌려갔고, '다마코'라는 이름으로 6년 간 혹독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배를 타고 부산으로 귀국했던 할머니는 부산포로수용소에 약 2개월간 수용 되었다가 다시 배를 타고 고향 통영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등록했으며, 2004년부터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08년 지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2009년 5~10월 사이 할머니의 삶을 영상으로 촬영해 증언하기도 했다.

 

할머니를 보살펴 왔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송도자 대표는 "생전의 할머니의 소원은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아이 낳아보는 것이었다"면서 "사랑하는 할머니, 이제 가슴의 한 모두 내려놓으시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못다 한 행복 다 누리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빕니다"고 말했다

 

통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기선 할머니의 장례를 '시민사회단체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할머니 빈소는 통영전문장례식장 203호.

 

통영거제시민모임은 4일 오후 7시 빈소에서 '추모제'를 연다. 발인은 5일 오전 9시30분 열리고, 할머니 시신은 화장해 장수사에 안장할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통영거제시민모임 #송도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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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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