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가 3일 내보낸 신년 여론조사 결과.
부산일보
박 전 대표에게 신년 스포트라이트 공세를 가하기는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문화일보> 등 신문사 4곳과 MBC와 KBS 등 방송사 2곳에서 새해를 맞아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에서 높게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MBC 조사에서 42.3%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다른 주자들을 압도했고, <한겨레>(37.5%), <문화일보>(35.3%), KBS(34.6%), <한국일보>(33.5%), <서울신문>(29.8%)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MBC 조사에선 박 전 대표에 이어 유시민 전 장관 8.3%, 오세훈 서울시장 7.4%, 손학규 민주당 대표 5.8%, 김문수 경기도지사 5.6% 순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한겨레> 전화 여론조사에선 37.5%의 지지도를 기록해 2위 유시민 전 장관(7.1%), 3위 오세훈 시장(6.7%)을 30% 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언론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군에 넣은 <서울신문>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박 전 대표 29.8%, 반 사무총장 12.2%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대부분 전화조사 방법을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응답률 저조가 낮은 신뢰도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후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발생하게 될 외생변수가 가장 큰 관건이다. 게다가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유난히 응답률이 낮고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부동층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응답을 한 사람 중에서도 그냥 한 번이라도 귀에 익은 이름을 택하거나,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선택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ARS 전화조사의 성공응답률이 저조한 경우, 조사 결과가 특정 집단의 의견에 많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시간대에 가정에서 전화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가정주부들이라 전체 의견을 반영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비밀투표의 심리상 대답을 정확하게 하지 않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표본에서 처음부터 제외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전화여론조사는 못 믿을 여론조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화여론조사가 바닥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여론조작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정치', '정치 여론조사' 경계해야 하는 까닭 신뢰도를 의심하게 하는 낮은 응답률은 선거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됐다. 여론조사 기본 전제는 응답자와 무응답자 정치성향이 동일하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 무응답층 가운데 의도적으로 응답을 꺼리는 이들이 있다면 조사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어느 한쪽에 유리한 여론조사 환경에서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쏟아진다면 바닥민심과 무관한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 밴드왜건(bandwagon)효과 때문이다. 이는 민심 왜곡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기에 '여론조사 정치' 또는 '정치 여론조사'를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권자나 정치권 모두에게 해당된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충격의 참패'를 겪은 직후 '충격'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11일 출입기자들에게 "5월 9일 청와대가 자체 조사한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가 51.7%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취임 후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참패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뉴스 수용자들의 의식이 과거와는 다르게 '정치 여론조사'에 쉽게 속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결과다. 지방선거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시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에 압승을 안겨줬어야 옳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참패'를 겪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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