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군사교류 물꼬... MD의 소용돌이로?

일 도시미 방위상 방한이 갖는 의미... 두 개의 군사협정 논의

등록 2011.01.10 09:05수정 2011.01.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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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 도착해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 도착해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 유성호


10일 일본의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이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김관진 국방장관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문제 등을 논의한다.

도시미 방위상의 이번 방한은 형식적으로는 지난 2009년 4월 당시 이상희 국방장관의 방일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양국 간 군사교류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도발을 내세워 자위대의 급속한 전력증강 및 활동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간 나오토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가능성까지 거론한 데 이어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나 올봄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양국 간 '군사협력 공동성명'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일 양국이 군사협력을 포함해 포괄적인 협력 강화를 담은 새 공동선언을 올 봄에 발표할 것"이라며 "자위대와 한국군이 처음으로 평시 협력 등 한·일간 안전보장 협력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간의 군사적 협력은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 국방 예산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은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일본군과의 협력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a 해상자위대 훈련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며 훈련을 벌이고 있다.

해상자위대 훈련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며 훈련을 벌이고 있다. ⓒ www.mod.go.jp/msdf


무엇보다 우리 군은 일본과의 협력으로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2009년 11월 해상도 60cm급의 정찰위성 '광학 3호'를 발사한 데 이어 2012년까지 정찰위성 4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일본과의 군사비밀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이를 바탕으로 유사시 북한에 대한 전략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자위대가 확보한 북한 관련 정보를 주일 미군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는 현재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정보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입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의 수송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해 상호 협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태국, 뉴질랜드, 터키, 필리핀, 호주, 이스라엘, 캐나다 등과 이 협정을 맺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협정이 체결되면 "일본과 가까운 곳에서 훈련 중인 한국 군함에 기관 고장 등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물품을 일본군으로부터 제공받고 나중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급변사태 및 핵·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본과의 군사협력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다는 것이 국방부의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면밀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외교안보 전문지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한일 양국 정부가 논의할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또 "군사정보 공유나 군수지원의 낮은 차원의 군사관계가 아니라 군사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상시적으로 군사적 공조를 하는 데에 있어 이 두 가지 협정이 가장 기본"이라며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0년전 맺었던 불평등 협정 '한미 PSA'

이 부분에서 20년 전 한미 양국이 체결한 '한미 군사비밀특허협정 (PSA : Patent Secrecy Agreement)'은 주목해서 들여다 볼만하다.

1992년 1월 4일, 당시 이상옥 외무장관과 도널드 그레그 주한미대사가 서명해서 발효된 이 협정은 군사상의 발명과 기술을 상대국에 특허로 출원할 경우, 출원 접수국은 이를 일정 기간 동안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약속하는 특례적인 공업소유권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쌍무협정으로 맺어진 이 협정은 전형적인 불평등 협정이다. 당시 미국이 약 5000여건의 비밀특허를 갖고 있었던데 반해 한국은 겨우 4건의 비밀특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협정으로 한국은 군사기술 뿐 아니라 군사기술과 유사한 내용의 각종 첨단기술의 개발과 사용, 국제특허취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불리하고 종속적인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우리 정부는 왜 이 협정을 체결했을까?

그 내막은 이렇다. 한국국방연구원(KDIA)가 지난 1999년 발간한 <국방정책연구> 제46호에 실린 '일본의 탄도미사일 방어구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한미 군사비밀특허협정이 미국이 80년대 추진했던 '전략방위구상(SDI :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에 한국이 참여하기 위한 사전 조치였음을 밝히고 있다.

SDI와 MD로 가는 길목

이 기고문에 따르면 1983년 3월 미국의 SDI가 발표된 후 캐스퍼 와인버거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으며 한국은 이에 따라 몇 년 뒤인 87년에 두 차례 조사단을 파견했다. 당시 조사단은 정부가 2000년대 과학기술입국을 주창한 현실에서 SDI 참여는 매우 바람직하며, 과학기술처가 주관부서가 돼 참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에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미 국방부는 한·미간 SDI 공동연구를 위해서는 한미 군사비밀특허협정(PSA) 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하는 등 양국 간에 상당히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SDI는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탄(ICBM) 등을 비롯한 소련의 핵미사일을 비행 도중에 격추시키는 방법에 관한 연구계획이었지만, 클린턴 행정부 때인 93년부터는 구소련의 붕괴로 더 이상 SDI의 존재이유가 없어졌다고 판단, 새로운 '전역 미사일 방위구상(TMD)'으로 변화하게 된다.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기원인 셈이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지역별로 MD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을 주축으로 MD 체계 구축작업을 시작했으며 한국이 여기에 상당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주도의 MD체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일본이 내미는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은 어떤 위험성이 담겨 있을까?

a MD 실험에 참여한 이지스 구축함 '곤고' 2007년 12월 17일 하와이 근해에서 실시된 미사일 요격실험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곤고'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MD 실험에 참여한 이지스 구축함 '곤고' 2007년 12월 17일 하와이 근해에서 실시된 미사일 요격실험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곤고'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 www.mod.go.jp/msdf


지난 2007년 12월 17일 정오(한국시각 18일 오전 7시)를 조금 지난 시각 하와이 카우아이섬 근해,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을 탑재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곤고'에서는 우렁찬 굉음과 함께 SM3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단 7분 만에 수백Km를 날아가 대기권 바깥 100Km 상공에서 미군이 표적용으로 발사한 중거리 미사일을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의 미사일 요격실험이 실시되기 2개월 전부터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이 첩보를 입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적인 통보도 받았다. 곧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을 취역시킬 예정이던 해군은 여러 루트를 통해서 일본에 참관단을 파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본의 반응은 싸늘했다. 절대 협조해 줄 수 없다는 것. 최고 기밀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미사일 요격 관련 기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현재 일본이 방위 기밀을 포함한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맺은 곳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뿐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상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의 전 단계 작업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태영 전 국방 "지역MD 가입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런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국방부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MD에 참여할 계획이 있느냐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질문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지역 MD 가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의 발언이 MD 참여를 유보해온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국방부는 바로 다음날 입장자료를 내고 "장관이 국회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했는데 해석을 달리 하다 보니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김 장관의 발언은 "우리가 미국의 지역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니며, 하층방어 위주의 한국적 미사일방어(KAMD)체계를 구축하되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과 정보 공유, 가용자산 운용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당시 국방부의 해명이었다.

"한 발 빠뜨리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빨려들어가"

하지만 국방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각이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한미 양국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작전통제소(AMD Cell)를 통합 운용한다는 것은 한국 MD가 미국 전략사령부를 대신해 미국 공군의 대우주작전을 기획, 집행하는 미국 본토의 미 14 공군 합동우주작전사령부(JSpOC)와 연동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한국 MD가 미국 MD 체계에 전면 종속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와 무기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미국 주도의 지역 MD 참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대 편집장은 "한 발 빠뜨리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MD 추진구조"라면서 "이 때문에 한일 군사협력 문제는 아주 신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MD #기타자와 도시미 #PSA #GSOMIA #AC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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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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