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ROTC 경비원' 일당은 12만원"

청소용역의 3~4배...해고자들 "대학이 이럴 수 있나" 분통

등록 2011.01.11 18:05수정 2011.01.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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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홍대 농성장 야간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군단(ROTC) 소속 학생들 앞에서 청소용역 아주머니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김재우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농성장에서 근무를 섰던 'ROTC 경비원'은 학교측이 일당을 주고 모집한 아르바이트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이 경비학생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일당은 최대 12만 원 정도. 그러니까 일당 3~4만 원을 받아 온 청소용역·경비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최대 3~4배의 돈을 더 주고 학군단까지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셈이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170여 명은 지난 3일부터 홍익대 문헌관 6층 총장실 앞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익대가 최근 용역업체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를 책정하자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했고, 이에 대학 측이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170여 명을 해고하면서 사건이 비롯됐다.

'ROTC 경비원' 논란은 지난 9일 불거졌다. 당시 노조원들은 농성장을 경비하던 20대 남성 3∼4명이 ROTC 학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런 사실이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홍익대측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이 비(非) 일과시간에 근로를 자청했고, 학교 측의 개입이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하면서 "ROTC가 아닌 많은 일반 학생도 학교를 아끼는 선의에서 일하고 있다"고 대학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학생처 "학생과 경비원이 근무하는 건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 대비한 것"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확인취재 결과 학교측의 이같은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10일 밤 홍익대의 노조 점거 농성을 지키기 위해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던 한 학생은 기자에게 "원래 주간(경비)은 시급이 5000원인데, 야간에는 두 배를 준다"고 말했다. 경비를 섰던 학군단 소속의 다른 학생은 "하루 일당을 8만 원에서 12만 원까지 준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홍익대에서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은 총 40명으로 이들 중 14명이 학군단 소속 학생들이다. 이들은 농성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막는다는 이유로 임시로 고용된 경비원들과 함께 매일 주·야간 각 건물 경비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제로 경비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평상시에도 24시간 야간순찰 및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근로장학생들의 모임인 '와우사랑봉사대' 소속이다.


홍익대 경비 아르바이트생은 주·야 2교대 근무(주간 오전 8시~오후 8시, 야간 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를 하고 있다. 주간의 경우, 시급 5000원을 받아 일당은 6만 원이 되고, 야간은 2배가 돼 일당이 12만 원이 된다. 한달 평균 월급 75만 원이라는 청소용역 아줌마들의 일당 3만원보다도 최대 4배 정도 많은 돈이다.

이에 대해 학생처 관계자는 "현재 임시직 경비원과 학생 1명이 근무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한 것"이라면서 "야간은 시간당 1만원, 주간은 시간당 5천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따로 공고하지 않고, 와우사랑봉사대를 했던 학생들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학군단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서 모집했다"면서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근로장학금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학교가 학생들까지 동원해야 하느냐"

10일 밤 해고된 경비노동자 유동은씨가 12월 급여명세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 김재우



홍익대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유동은(57)씨가 10일 용역업체인 인광엔지니어링으로부터 받은 12월 급여명세서에는 100만1000원이 찍혀 있었다. 여기서 세금을 떼면 유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84만7040원이 전부다. 한달 근무(25일) 기준으로 보면 4만 원이 채 안 된다.

유씨는 "홍익대에서 경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하루 12만 원을 준다면 공산당보다 더한 놈들 아니냐"며 "그래도 대학이 최고 지식을 갖고 사람을 가르치는 곳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해고자도 "우리보다 딱 4배를 더 받는데, 이렇게 간단한 싸움에 굳이 그런 학생들까지 동원해야 하겠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학군단 후보생들이 학교에 동원돼 농성장 경비를 섰다는 보도로 비판이 쏟아지자 학군단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학군단 대대장인 이상진 후보생은 10일 홍익대 커뮤니티인 '홍익인(http://hongikin.com)'에 글을 올려 "언론보도는 억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교에서 모집한 경비 근무를 할 근로장학생 중 학군단 후보생이 일부 있었던 것"이라며 "이를 학교와 학군단이 결탁한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것에 당황스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재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재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 기자입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경비원 #ROTC #학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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