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의 '정동기 인사 반란' 잠재우려면...

당정, 갈등 축소 안간힘.. 후임 감사원장 선정이 시험대

등록 2011.01.12 18:10수정 2011.01.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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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김무성 원내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홍준표 최고위원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김무성 원내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홍준표 최고위원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유성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김무성 원내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홍준표 최고위원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사퇴했고 여권 지도부 인사들은 '당·청 관계 이상없다'를 외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결정 이후의 당·청 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던 안상수 대표 최고위원은 12일 서울 부암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식 축사에서 "당·청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소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당·청이 소통해서 함께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재오 특임장관도 자신이 안 대표를 끌어들여 권력투쟁을 벌인 바람에 '안 대표의 반란'이 일어났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강력 부인했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는 파워게임도 없고 2인자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자신을 '정권 2인자' '왕의 남자'로 부르면서 권력투쟁을 벌였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왕의 남자가 누구와 파워게임을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안 대표가 이끈 '인사 반란'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나라당의 핵심당직자는 "이번 일은 청와대 통보 과정에서 연락이 늦게 이뤄지는 등 우발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안 대표가 당·청관계 변화의 깃발을 들었다'고 표현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안 대표가 신년 연설에서 강조한 '민심의 국정 반영' 부분에 대해서도 "취임 이후 줄곧 얘기해 오던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청와대 참모진이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향도 크지 않다. 안 대표도 이미 '문책은 필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의 '거사'에 대해 '별다른 의도가 없는, 우발적인 일'로 치부하고 있는 셈. 이는 '거사'에 대한 의미 부여가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당·정 갈등을 증폭 시킬 것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당·청관계 변화 불가피... 김성식 "보약이 될지 '상호 비토'가 될지"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결정이 내려진 직후 원희룡 사무총장이 나서서 청와대와의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여당이 '당·청관계 정상화'의 깃발을 들었다가 청와대에서 거친 반응에 다시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셈. 그러나 정동기 후보자는 이미 사퇴했고, '청와대 일방독주'에 대해 당이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선 사건의 여파는 이후의 당·청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도 "곧 있을 정 후보자 대체인사에 대해서는 당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당·청간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 소속의 김성식 의원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성찰한다면 이번 일이 보약이 될 수도 있고, 어리석은 '상호 비토(거부)의 관계'로 갈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청와대와 당 각자의 대응에 따라 당·청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반대로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 의원은 "사건의 핵심은 '청와대가 너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었다"며 "국민들이 이미 옛날의 국민들이 아닌 상태에서 중립성이 요구되는 헌법기관의 수장을 대통령의 측근으로 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필연적인 것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도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 등에서 의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등 평소에는 정부 견제를 전혀 못하다가 이제야 그런 일을 하고 나서니 문제가 이렇게 불거진 것"이라며 "(당과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전체가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해서 국민들의 (여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청관계의 변화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시험대는 이미 예정돼 있다. 청와대가 사퇴한 정동기 후보자를 대신할 감사원장 후보자를 인선할 때 한나라당의 의견이 반영되느냐 여부가 2년여 남은 이명박 정부의 당·청관계를 좌우할 수 있는 것.

 

남경필 "독립성 살리는 인사로 정하고, 당과 상의 거쳐야"

 

4선의 남경필 의원은 "이번 (정동기 후보자 부적격 결정) 통보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당도 (청와대에) 예의를 갖춰야겠지만 청와대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찬반 표결이 필요한 감사원장 후보자라면 인사검증을 거친 뒤 적어도 당과는 상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새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은 감사원장의 본연의 임무에 맞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잘 살리고, 공정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분으로 정해야 당도 찬성의 명분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2011.01.12 18:10ⓒ 2011 OhmyNews
#정동기 #감사원장 #당청관계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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