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일제고사 포상 학교, '부정행위' 의혹

"시험감독 교사, 조언하거나 힌트 줬다" 주장 제기돼... 학교는 "그런 일 없다" 부인

등록 2011.01.13 15:00수정 2011.01.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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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2010년 7월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에서 성적이 오른 초등학교에 포상금을 주고 일부 교사를 선정해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등 포상금 잔치를 벌여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 학교가 부정행위를 통해 성적을 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평신문>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인천지역의 일부 초등학교는 지난해 7월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부정행위를 했다. 시험 감독을 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에 대해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하거나 힌트를 줬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는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A 초교의 교무부장 교사는 과학 시험 문제였던 '그림은 맑은 날 낮의 바닷가 모습입니다. 낮에 바닷가 지표 부근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을 ( ) 안에 화살표로 나타내시오. 바다 ( ) 육지'라는 서답형 문제를 학생들이 많이 틀리자 "그림에 나와 있는 깃발 모양을 잘 보라"고 조언했다.

같은 학교의 다른 교사는 '<경주에서>라는 시와 절(=사찰)의 사진이 담긴 자료를 제시하며, 자료에 제시된 절의 이름을 쓰시오'라는 사회 서답형 문제를 많은 학생들이 틀리자 "너네 수학여행 때 경주 안 갔어? 경주 갔다 왔잖아. 절 안 갔어? 잘 생각해봐"라고 조언했다.

A초교의 한 교사는 "감독 교사들이 대놓고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문제는 정답을 알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힌트를 많이 줬다"며 "이렇게 해서 성적을 올리면 무슨 소용인가, 하고 회의가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A초교 교감은 "각 반 당 감독을 2명이나 두면서 철저하게 감독을 했기에 부정행위가 있을 수 없다"며 "2009년에 비해 성적이 향상된 것은 맞지만, 교사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올라간 것이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기분이 나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제 고사 감독 교사가 힌트 줬다는 의혹... 학교는 "그런 일 없다" 부인


B초교와 관련해서는 교사들이 시험 감독을 하기 전 모인 자리에서 교감이 "너무 심하게 감독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며, 감독 교사들은 오답을 쓴 학생들에게 다시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학교는 '학력향상 우수교'로 선정돼 2010년 12월 30일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25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으며, 이 학교 교사 1명도 '학력향상 우수교원'으로 선정돼 해외연수를 갈 예정이라 파문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B초교 교사는 "시험 감독을 했던 교사로부터 부정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교사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말이 많았는데 이번에 포상금을 받았다는 소식에 당황스러웠다"며 "다른 초교에서는 대놓고 정답을 가르쳐 줬다는 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B초교 교감은 "시교육청에서 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교사들에게 너무 심하게 감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6학년 교사들이 학력향상을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좋은 성적이 나온 것 뿐"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임병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은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려는 인천시교육청의 눈물(?) 나는 노력이 6학년생이 매일 문제를 풀도록 닦달하고 0교시·7교시 보충수업에 이어 방학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교사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며 "시교육청은 늦었지만 부정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포상금 지급, 해외연수 등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2010년 12월 30일 일제고사 성적이 오른 '학력향상 우수교' 10개교를 선정해 250만 원씩의 포상금을 지급했으며, 60명의 '학력향상 우수교원'에게 250만 원씩의 예산을 지원해 오는 15일부터 7박 8일 동안 미국·캐나다와 북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보낼 예정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계획한 해외연수 일정이 3~4차례의 교육청·학교 방문을 빼놓고는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2010년 9월 충청북도에선 일제고사 시험을 감독하면서 학생들에게 정답을 가르쳐주거나 힌트를 준 교사 4명이 교육청에 적발·징계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일제고사 #일제고사 포상금 #부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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