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기억들 '길' 목판화를 통해 표현했다"

최영실 화가의 판화 '길 위에 서다' 전 눈길... 길을 통해 다양한 느낌 표현

등록 2011.01.13 15:33수정 2011.01.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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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영실 화가 지난 6일 전시실 작품 목판화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영실 화가.

최영실 화가 지난 6일 전시실 작품 목판화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영실 화가. ⓒ 김철관


"길게 사라지는 길, 기억도 시간도 잃어버리다. 길도 잃어버리다."

길을 통해 인간의 여정, 일상의 자연, 내면의 요구, 외로움과 고독 등의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는 목판화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서울 강북구 수유6동 갤러리 자작나무에서 열리는 최영실(49) 화가의 첫 번째 판화전 '길 위에 서다'에서는 하나의 목판 원판에 여러 느낌을 주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목판화는 수많은 기법과 색상들로 새로움을 표현한 현대 판화에 비해 현대적 테크닉, 화려한 색상 등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마지막 작업까지 모두 손으로 마무리한 것이 포인트다. 목판을 파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얇고 투명한 한지에 찍어내는 과정까지 모두 손으로 마무리했다.

a 목판화 최 화가의 목판화는 하나의 원판에 여러가지 서로 다른 느낌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목판화 최 화가의 목판화는 하나의 원판에 여러가지 서로 다른 느낌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 김철관


a 목판화 ‘길 위에서다’전은 나무, 길, 산 하늘 등 자연 현상을 소재로, 작가가 유화 작업에서 보여 주듯 그 현상들을 통해 느낀 심리적 현상들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목판화 ‘길 위에서다’전은 나무, 길, 산 하늘 등 자연 현상을 소재로, 작가가 유화 작업에서 보여 주듯 그 현상들을 통해 느낀 심리적 현상들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 김철관


하나의 목판 원판에 15장 이상의 판을 찍어내지 않는다. 15장 정도의 판화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른 느낌의 작품을 그려냄으로써 일련번호를 주는 일반 판화 개념과 전혀 다른 작업을 했다.

'길 위에 서다' 전은 나무, 길, 산 하늘 등 자연 현상을 소재로, 작가가 유화 작업에서 보여 주듯 그 현상들을 통해 느낀 심리적 현상들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최 화가 판화의 또 다른 특징은 '찰나'라는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고, 매순간 시간을 기록한 끝이 없는 영화와 같은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오늘, 내일, 과거의 순차적이며 역동적인 시간을, 화면에서 스쳐지나가는 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기존의 회화에서 보여지는 부드러운 필치와 다른 날카로우면서도 유함이 녹아있다.


a 목판화 다양한 프레임에 다양한 목판화가 선보였다.

목판화 다양한 프레임에 다양한 목판화가 선보였다. ⓒ 김철관


a 목판화 그는 목판을 파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얇고 투명한 한지에 찍어내는 과정까지 모두 손으로 마무리했다.

목판화 그는 목판을 파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얇고 투명한 한지에 찍어내는 과정까지 모두 손으로 마무리했다. ⓒ 김철관


지난 6일 오프닝행사에서 만난 최영실 화가는 "작품 테마인 '길 위에 서다'는 인간의 여정이면서 우리 일상의 자연이기도 하다"면서 "우리 내면의 요구이자 외로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바람과 대기, 나무와 길 위를 흐르는 기운, 그 기운과 맞닿는 우리의 감정, 오래도록 남아있는 내면의 기억 등을 목판화를 통해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유화숙 갤러리 자작나무 대표는 "최영실 작가는 숨어 반짝이는 빛같은 화가"라면서 "이번 첫 판화전을 통해 작가 내면의 예술의 세계를 만끽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을 관람한 문기철(46)씨는 "판화를 통해 작가가 자연을 동경하는 듯한 내면의 세계를 읽을 수 있었다"면서 "딱딱할 줄 알았던 목판화의 선의 흐름이 일반 회화보다 나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a 목판화 그의 판화는 기존의 회화에서 보여 지는 부드러운 필치와 다른 날카로우면서도 유함이 녹아있다.

목판화 그의 판화는 기존의 회화에서 보여 지는 부드러운 필치와 다른 날카로우면서도 유함이 녹아있다. ⓒ 김철관


최 화가의 판화 작품전 '길 위에 서다'의 작업 노트이다.

'길 위에 서다'

길이 시작되다.
길에 들어서다.
길 떠나다. 길을 묻다.
찾아가다.

길에서 서성이다.
가다. 쉬다. 만나다.
헤어지다.
돌아다니다. 길에서 살다.

눈부신 길, 흔들리다.
막막하다.
캄캄하다. 사라지다.
길을 멈추다.

길이 멀다. 길을 모른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치다.
길이 낯설다. 길이 끊어지다.

길을 벗어나다.
길 잃어버리다. 길을 바꾸다.
나타나다.
다시 길을 떠나다. 길이 이어지다.

a 오프닝 연주회 판화전 오프닝 행사로 코리아 기타 오케스트라(KGO) 5중주단 공연이 있었다. KGO는 1999년 '인천 클래식 기타 앙살블'로 창단해 지난해 코리아 기타 오케스트라로 연주단 명칭을 바꾸었다. 99년부터 지금까지 정기 연주회 17회 초청연주 150여회를 했다.

오프닝 연주회 판화전 오프닝 행사로 코리아 기타 오케스트라(KGO) 5중주단 공연이 있었다. KGO는 1999년 '인천 클래식 기타 앙살블'로 창단해 지난해 코리아 기타 오케스트라로 연주단 명칭을 바꾸었다. 99년부터 지금까지 정기 연주회 17회 초청연주 150여회를 했다. ⓒ 김철관


a 기념촬영 지난 6일 오프닝 행사에 관람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최 화가(중).

기념촬영 지난 6일 오프닝 행사에 관람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최 화가(중). ⓒ 김철관


지난 6일 오후 4시 갤러리 자작나무 전시실에서 열린 판화전 오프닝 행사에 앞서 코리아 기타 오케스트라 5중주단(이미경, 정미선, 최정아, 최영숙, 김성태)의 클래식 기타 연주가 관람객들의 흥을 돋웠다. 최영실 작가의 판화전은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최 화가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교차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화가이다. 판화전 '길 위에 서다'는 그가 첫 번째 선보인 판화전이다. 특히 그는 지난 2008년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주제로 로마국립미술원에서 국제 학술논문까지 발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태리어로 쓴 그의 국제 학술논문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최 화가는 지난 63년 경기도 파주에서 출생해 87년 서울여대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2년 로마로가 로마국립미술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8년 9월 '빛을 품다(서울 두루 아트스페이스)'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9년 2월 'Reminiscence(대구 갤러리 제이원)', 같은 해 5월 'Come il vento (로마 '청운당' 재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 전시관)', 같은 해 9월 '달콤한 우울(서울 갤러리 담)', 2010년 9월 'Hic et Nunc(로마 청운당 '재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 전시관)에 이은 같은 해 10월 '지금 여기에(서울 갤러리 담)'전은 개인 통상 일곱 번째 전시회이다. 또한 그는 국내외 수많은 단체전과 그룹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최영실 화가 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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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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