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육> 창간준비호 표지 지난 1월 8일 창립식을 가진 '교육공동체 벗'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오늘의 교육> 창간호를 올 3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창립식에서는 <오늘의 교육>창간준비호를 선보였다.
안준철
그럼 어쩌란 말인가?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내 안에서 이런 물음이 생성되어가고 있을 무렵 우리 교육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진단한 글쓴이의 대안에 해당하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스승 없는 시대인 오늘날, 우리는 교육의 위기를 말한다. 그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를 계속해서 탈인격화해 가는 사회적 진화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 아닐까?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교학상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전통을 회복하는 것! 이로서 더 나은 표준을 향해 구도하는 거대한 학습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소속되는 것! 이런 오랜 동양적 교육의 전통을 다시 찾는데 위기 극복의 열쇠가 있지 않을까?(159쪽)' '물론 시대는 변하였고, 우리가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는 사실은 글쓴이도 인정하고 있다. 하여, 그는 '이런 시대에 우리 인간 교사가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적인 활동은 배우는 삶이 가치 있고 추구할 만한 것이며, 그러므로 그런 삶을 살도록 학생들의 의지를 각성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교사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자신은 배우기를 즐기지 않으면서 계몽의 경계선인 교탁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학생에게 배움을 강요하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주어진 보편적 능력을 신뢰하고 배움의 의지를 작동시키는 탈근대의 꿈을 향해 교사들은 가르치기를 잠시 멈추고, 스스로가 학습하기를 즐기는 존재인지를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왜 우리 자녀들을 로봇이 아닌 인간이 가르쳐야하는지에 대한 문명사적 의문에 대해서 답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셈이다. 당신은 어떤 교사인가?(160쪽)' 여기까지 읽고 난 뒤 마지막 남은 한 꼭지를 마저 읽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돈을 남만큼 벌어다주어도 차도 못 사게 하고, 택시도 못 타게 하고, 가까운 거리는 아예 버스도 타지 못하게 하고 걸어가게 만드는 아내의 극성 덕에 나는 진화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며 살아온 셈이다. 중요하고 재밌는 것은 그런 역진화의 과정 속에서 내가 얻은 것은 마음의 평화요, 기쁨이요, 행복이란 사실이다.
당신은 어떤 교사인가? 나는 아이들을 기쁨으로 가르치는 교사라고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학교 밖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스스로 학습하기를 즐기고 있으며, 내 자녀와 학교 아이들을 로봇이 아닌 인간이 가르쳐야하는지에 대한 문명사적 의문에 답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이 모두 아내 덕인 것 같다. 싹수를 보아하니 허랑방탕한 삶을 살고도 남았을 내게 소박한 삶의 가치와 즐거움을 일깨워준. 됨됨이를 보아하니 사회 진화의 속도보다도 더 빨리 더 멀리 가려고 안달이 나고도 남았을 어리석은 남편에게 애써 참된 인간의 속도로 걸음마를 시켜준.
아내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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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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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빵' 강의 나가던 날 아내에게 배운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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