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문학 6집이번호에는 날카로운 쟁점과 풍부한 화제로 현 단계 한국평화문학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화남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현장에서 작가가 길어 올린 희망의 씨앗은 그 의도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의 서사가 지닌 딜레마를 표상하는 양날의 칼로 기능하는 듯하다. 임정아의 생존을 통해 암시한 새로운 서사의 실루엣으로 '강남의 욕망'을 대적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이리라." - 문학평론가 고인환, '서사 전략의 부재로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로 전락한 <강남몽> 몇 토막'
이승철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이번 <한국평화문학> 6집에 실린 글 가운데 백미는 황석영과 조정래가 펴낸 <강남몽>과 <허수아비춤>에 대한 서슬 퍼런 비평이다. 문학평론가 고인환은 <강남몽>에 대해 "우선 박선녀를 중심으로 기획된 '강남 형성사'와 4장의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쐐기를 박는다.
그는 "마치 작가는 '욕망 절제'를 척도로 등장인물을 계열화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비꼰다. 그는 "서사를 치밀하게 구조화하지 못한 한계와 '너무나 복잡해서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을 파편화된 이야기 구조로 포착하는 일은 분명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쓴다. 왜? "역사적 사실을 단순화하여 제시하는 작업과 이를 해체하여 서사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조정래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그린 <허수아비춤>도 고인환이 벼린 섬뜩한 '평론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한다. 그는 <허수아비춤>에 대해 "작가의 단순명료한 현실인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불러온다"라며 "백번 양보해서 '선진국의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정당한(?)' 기업 운영이 제3세계 민중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어찌 할 것인가"라고 오히려 작가에게 되묻는다.
그는 "우리는 과연 정치민주화를 이루었는가? 군부독재정권이 물러났다고 해서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너무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라고 조정래를 거칠게 다그친다. 그는 이어 "이 소설에는 '어떻게'가 생략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물음표를 툭 던진다.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것들이 당위적 명제에 따른 반복일 뿐이며 "이러한 의문들은 텍스트의 주변을 맴돌 뿐 작품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 110여 명이 몸과 마음을 꼭꼭 다져 쓴 글<한국평화문학> 6집에는 황석영, 조정래가 쓴 <강남몽>과 <허수아비춤>에 따른 날선 비평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김영현 소설가가 쓴 독일 보쿰대학 초청강연 내용과 전자책 출판에 따른 미래상을 다룬 이상운 바로북닷컴 대표가 쓴 글, 문단 데뷔 40주년을 맞는 양성우 시인(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이 쓴 글, 이원규 시인이 쓴 지리산 생활에 얽힌 이야기, 이소리 시인이 쓴 막걸리 열풍과 탐구, 유명선 시인이 쓴 난고 김삿갓 기행문 등 '평화에세이 6인선'도 읽을거리다.
'특별기고'에는 <김대중 자서전> 쓰기에 얽힌 비화를 다룬 경향신문 김택근 논설위원이 쓴 글과 '걷기'와 '명상' 등 체험 길을 보여주는 <동아일보> 김화성 전문기자,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북녘 어린이 의약품 돕기 운동'을 소개한 임종철 시인, 분단문제를 화폭 속에 담은 박진화 화가,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따른 진실을 스스로 생체험으로 진단한 환경운동가 명호, 이항진이 쓴 체험수기가 실려 있다.
'신작시 28인선'에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고 있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김준태, 리명한, 박희호, 이승은, 이원구, 박선욱, 용환신, 방남수, 정기복, 이행자, 김여옥, 손태연, 함순례, 김진, 김민서 시인 등이 신작시를 실었다. '특집 신작'에는 홍일선 시인이 쓴 4대강 시 '신새벽 강노래' 등 6편을 실었다.
'신작소설 3인선'에는 김재호, 박종관, 권영임 작가들이 쓴 문제작으로 채워졌다. '나의 삶, 내 문학의 현주소'에는 최근 신작시집을 펴낸 시인 정양, 강상기, 차옥혜, 서홍관, 김만수, 이규배, 정우영, 김운환, 최기종, 정철훈, 손택수, 최연식, 차주일, 정재분 대표시와 문학관이 솔직한 눈을 뜨고 있다.
황석영, 조정래에 이은 '쟁점비평' 두 번째는 시인 임동확이 쓴 '불기의 정신과 영성으로의 모험'이, '서울예대 김기인 교수 추모특집'에는 작가 이경자, 강기희, 김기선, 이승철, 정용국, 손태연이 쓴 글이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고 있다. 김기인 교수는 지난 2010년 9월 3일, 서울예대 제자들 공연연습을 밤늦게까지 지도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고 김기인 교수는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그동안 50여 차례 열었던 '평화문학축전' 행사에서 현대춤 공연 안무자와 예술감독으로 문학예술인들과 늘 자리를 함께 한 우리 시대 탁월한 춤꾼이다. 그밖에 '한국문학평화포럼'이 7년에 걸쳐 펼친 평화문학축전 행사에서 시인들이 낭송한 신작시 45편도 실려 있다.
홍일선 회장은 "이번 6집에는 우리 시대를 문학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문화예술인 110여 명이 몸과 마음을 꼭꼭 다져 쓴 글들이 화두처럼 들어 있다"라며 "이번에 펴낸 <한국평화문학>이 남북 간 팽팽한 긴장을 봄눈 녹듯이 스르르 녹여 한반도와 지구촌 곳곳에 통일과 평화를 몰고 오는 봄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매듭지었다.
한국평화문학 Vol.6
화남출판사 편집부 엮음,
화남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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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조정래, '경제성감대' 그것밖에 못 건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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