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장례식 치르자는 것이냐"

[토론 현장] 진보대통합 위한 노동자운동 발동 걸리나...'노동자선언' 조직하겠다

등록 2011.01.14 10:47수정 2011.01.1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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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주최 전국사무금융연맹)에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주최 전국사무금융연맹)에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권우성

"두 대표의 얘기를 들으니 역시나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 자리에서 나는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100만 원 걸고 내기한다. 오는 9월 이후에나 진보정당 통합이 가능하다? 안 된다고 본다. 적어도 3월에 기초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출발해야 통합진보정당이 가능하다."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권우성
민주노총이 뿔났다. 13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 토론회'에 참석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를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조 대표가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올 상반기 내엔 불가능하고 아무리 빨라도 가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진보 양당의 통합을 촉진하는 노동세력을 조직하겠다고 나섰다. 임 전 위원장은 "1차적으로 노동자들이 뭉쳐 '진보대통합 선언운동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가 몸을 던져서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이 돼 (진보통합정당으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당원 역할을 하며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이자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초석을 쌓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양당 대표들을 연차적으로 만날 텐데 오해는 마시라"고 예고했다.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노동세력의 '압박 드라이브'를 예고한 것. 지난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연내 구성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여전히 미적대고 있는 진보 양당을 향한 민주노총의 불만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2012년 진보정치 장례 치르겠단 것 아니라면 입장 분명히 해야"

'진보대통합' 압박... 고심하는 진보정당 대표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에서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진보대통합' 압박... 고심하는 진보정당 대표들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에서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권우성

임 전 위원장은 토론 과정에서도 진보 양당의 태도를 가혹하게 비판했다. 그는 "2011년 신년사에서 민노당·진보신당·사회당 등 모두 진보정치 대통합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각 당의 실천적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2012년에 진보와 진보정치의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현존하는 진보정당들은 통합의 길과 독자의 길 중 하나의 입장으로 분명히 입장을 정리하라"고 꾸짖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제안했던 진보 양당 전·현직 대표 회동 불발에 대해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노총에 물을 먹인 격"이라고 거칠게 표현했다. 앞서 진보신당은 이 6인 회동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선(先) 통합'으로 읽힐 수 있고 당의 공식적인 의사결정과정에도 맞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거부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에 "제안 자체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6인 회동이 (진보정치대통합의)시작이자 끝이 아니므로 응했어야 했다"며 "왜 진보정당의 전·현직 대표들도 진보정치사가 새로운 전환을 맞는 부싯돌이 될 기회를 걷어찼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그는 무엇보다 "진짜 중요한 시기는 2011년, 그 중 앞으로 3개월이 핵심"이라며 "3월 말에서 4월 초에 진보정당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정당의 설계도만 마련된다면 '준비위'라는 기둥은 금방 세울 수 있고 6월 쯤 준공식, 9월엔 입주식, 11월 노동자대회 때에는 대대적인 집들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성공하면 2012년엔 어디선가 먼저 연대의 손길을 뻗어올 것"이라며 "승리가 예상되는 길이 있다면 빨리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준비가 돼 있는데, 이것 저것 따지면 길 못 연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권우성
김영훈 위원장의 발언도 만만치 않았다. 김 위원장은 "통합이야말로 진보운동의 본성"이라며 "뿌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진보정당들이 서로 차별화 전략을 쓰려고 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평가했다. 다양성과 자기혁신을 기초로 한 만큼 그 다양하고 혁신적인 논의를 한 그릇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진보'라는 것이다.

그는 "통합을 이루는데 진정성만 갖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정성도 실력이 있어야 통하는 것"이라며 6인 회동 불발 과정에 대한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실력행사는 역시 노동세력의 구체적 '압박'이었다. 민주노총은 오는 27일 51차 정기대의원 대회를 열고 '2차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정치선언을 할 예정이다. 또 그에 맞춰 실질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압박'을 받은 진보 양당의 두 대표들의 표정은 편치 않았다.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구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던 지난해 12월 7일 이후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요구받는 자리에 이정희·조승수 두 대표가 나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올해 상반기 내에 통합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며 노동계의 문제제기에 동의했다.

이 대표는 특히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진다면 6월에 예정된 정책당대회도 앞당겨 치를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각 진보정치세력 간 이견은 합의되는 수준까지 마무리 짓고 통합의 설계도부터 마련하면 그 외의 문제들은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조승수 "올해 상반기 통합 어렵지만... 최대한 간격 좁히겠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에서 진보대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다른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조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에서 진보대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다른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조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권우성

그러나 조승수 대표는 "빨라도 올 가을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작년 9월 당대회에서 방향만 설정했던 '당의 역량 강화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오는 3월 당대회에서 확정해야 하고 또 다른 통합의 축인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상황을 볼 때 상반기 내 통합은 무리라는 것.

다만 그는 "당내에서 강도높게 내부토론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이 생각하는 시기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기엔 차이가 있다"며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제대로 된 정당을 위해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노당 분당을 촉발했던 북한 문제와 패권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없이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실패도 예견된다는 요지였다. 

특히 조 대표는 자신과 진보신당을 향한 '불신의 시선'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6인 회동 불발'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그는 "이날 토론회가 양당에게 압력을 넣으려고 했는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토론해보자고 마련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분당을 주도했던 조승수가 당의 대표가 됐으니 통합은 끝났다고 하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나는 통합파도 사수파도 아니다. 나는 현실에서 대중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게 진보주의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차원에서, 진보주의자 중 한 명으로서 지금의 시대적 소명에 어떻게 복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주최 전국사무금융연맹)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의 사회로 김세균 서울대교수,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손석춘 복지국가와진보대통합을위한시민회의 공동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주최 전국사무금융연맹)가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의 사회로 김세균 서울대교수,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손석춘 복지국가와진보대통합을위한시민회의 공동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권우성

#진보대통합 #이정희 #조승수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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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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