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0잔 마시면서 청소노동자들과 친해졌어요"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20대들의 커피파티

등록 2011.01.16 14:14수정 2011.01.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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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파가 다소 누그러진 14일,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12일 째로 접어들던 날. 오후 4시 홍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학생들의 '커피파티'가 열렸다.

 

십 여 명의 인원이 모인 조촐한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뜨거웠다. 행사는 지난 지방선거 때 '알고 뽑읍시다'라는 주제로 커피파티를 진행했던 '파티20'이란 단체가 진행했다. 이번 행사의 열쇳말은 '성공'이었다.

 

기획을 맡은 김성환(28)씨는 "우리가 정한 이 단어엔 각자의 성공이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속뜻이 있다. 현재 청소노동자 분들의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대학생들이 이를 무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이럴 때일수록 목소리를 내야한다. 지금껏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좋은 사례들을 함께 공유하자"며 행사 의의를 설명했다.  

 

a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참가자들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참가자들 ⓒ 이선필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참가자들 ⓒ 이선필

 

'홍익대 총학생회장 발언 영상'과 'ROTC 경비 동원' 논란 등으로 홍익대 학교측과 노동자들의 갈등이 홍익대 학생과 노동자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커피파티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를 규정하는 나름의 열쇳말을 뽑으면서 홍익대 사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홍아무개(25)씨는 '김여진'씨를 열쇳말로 뽑았다. 그는 "연기자로 활동하는 사람이 타인의 시선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제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아무개(26)씨는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대학생들 모두가 자신들은 청소일이나 허드렛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 이웃과 친구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토론하는 시간에선 참가자들은 홍대의 비정규직노동자의 문제는 실상 대부분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란 데에 인식을 함께했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사용자 측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비판하면서, 연대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커피 10잔 마시면서 친해졌어요"

 

특히 이날 진행자이자 연사로 나섰던 김세현(26)씨는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대학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연세대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성공적인 연대를 이끌었던 '살맛'이라는 학내 모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살맛'은 당시 용역업체가 체불해온 연세대 내 환경노동자들의 임금을 학교로부터 직접 받아내는데 성공해 학생과 노동자 간의 모범적인 연대 사례로 꼽힌다. 

 

a  커피파티 행사에 연사로 나선 김세현씨

커피파티 행사에 연사로 나선 김세현씨 ⓒ 이선필

커피파티 행사에 연사로 나선 김세현씨 ⓒ 이선필

 

"커피파티라고 해서 모였는데 전 원래 커피를 안 마셨어요. 연세대 미화원 어미니들이 쉬는 곳이 지금 저희가 모인 방보다 훨씬 작았는데, 그 분들 뵈러 갔을 때 처음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셨어요. 참 이상한 것은 매일 학교에서 뵈었던 분들인데 정작 얼굴을 기억하려고 하면 생각이 나질 않는 거예요. 그만큼 무심했단 거죠. 어머니들은 매번 갈 때마다 커피를 타주셨고 그렇게 하루에 열 몇 잔씩 커피를 마시면서 어머니들과 친해졌어요. 비정규직 근로자로서 겪는 고통은 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라 성폭력, 인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그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선 노동조합이 필요했고 당시 연세대 학생들 중 생각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모였습니다."

 

본인의 경험담을 밝히면서 김성환씨는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을 '어머니'라고 불렀던 자신이 언제부턴가 '조합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을 단순히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차원에서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싸우는 동료로 인정한 셈이다.  

 

그는 연세대뿐만 아니라 지금껏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고려대, 동덕여대 등의 경우 역시 학생들과 노동자 분들의 적극적인 소통과 연대가 바탕이 되었고 '승리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경험' 역시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a  행사 후 홍대청소노동자들에게 각자의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다.

행사 후 홍대청소노동자들에게 각자의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이선필

행사 후 홍대청소노동자들에게 각자의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이선필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이선필입니다. 
#커피파티 #비정규직 #홍대청소노동자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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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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