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도덕성과 대표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쓴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가 김성훈 전 경실련 공동대표에게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다만 1·2심 재판부는 <조선일보>에도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조선일보로서는 대학교수인 신지호 대표의 기고문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실련 통일협회 간사를 거쳐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겸 자유주의연대 대표로 활동하던 신지호 대표는 2006년 7월 10일자 <조선일보> '시론'란에 <시민운동, 개혁대상으로 전락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신 대표는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시 신 대표는 칼럼에서 '경실련의 쇠퇴와 도덕적 타락'을 비판하면서 "경실련의 대표적 위치에 있는 모 대학 총장이 전혀 기여도 하지 않은 연구조사 결과물 출판 때 자기 이름을 내겠다고 해 결국 그렇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1998년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 전 장관은 2004년 경실련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상지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책자 출판에 연구책임자로서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책자 출간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으면서 자기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등 도덕적 타락에 빠졌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신지호 대표와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한창호 부장판사)는 2007년 5월 김성훈 전 경실련 공동대표가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지호 대표와 조선일보는 연대해 2000만 원을 배상하고, 조선일보는 정정보도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고문은 책의 출간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원고가 자기의 이름으로 책을 내겠다고 주장해 결국 그대로 됐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그와 같은 원고의 태도를 '도덕적 타락'이라고 논평함으로써,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이므로, 기고문의 게재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책의 '저자'로 표기된 것이 아니라 '연구책임자' 및 '공동 편자(엮은이)'로 표기됐는데, 기고문은 원고가 스스로를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처럼, 또는 금융실명제를 주창해 온 단체대표자가 원고실명제도 실시하지 않는 것처럼 적시한 것은 허위사실"이라며 "신지호는 대학교수로서 '저자'와 '편자'의 차이에 대해 잘 알 수 있다고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를 비방하려는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기고문은 위법하게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가 입은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문의 내용, 조선일보가 언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 원고의 사회적 지위 및 그에 대한 평가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지호 대표와 <조선일보>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2008년 7월 "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신지호 대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확정하면서도, "<조선일보>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은 잘못이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현재 모 대학 총장으로 경실련의 대표적 위치에 있으면서 책자의 출간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원고가 자기의 이름으로 책을 내겠다고 주장해 결국 그대로 됐다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고, 그와 같은 원고의 태도를 '도덕적 타락'이라고 논평함으로써,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위법성이 없어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문제삼았던 책자는 출간과정에서 출간 명의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출간 작업이 진행될 무렵 원고의 출입국 내역이나, 피고가 기고문을 투고할 때 대학교수였다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조선일보>로서는 기고문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해, 원심 판결 중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조선일보 패소부분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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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김성훈 비판 글 쓴 '신지호', 손배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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