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뺏긴 부시맨에게 닥친 '다이아몬드 재앙'

보츠와나 정부, '물 달라'는 부시맨 소송 진행 중인데도 대규모 광산 허가

등록 2011.01.19 14:38수정 2011.01.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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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뺏긴 부시맨들에게 '다이아몬드 재앙'이 또 닥쳤다는 소식을 전한 서바이벌인터내셔널. ⓒ 서바이벌인터내셔널


다이아몬드에 대한 탐욕에 눈먼 사람들에게 물을 뺏겨 목이 타들어가는 부시맨(산족, san tribe)에게 '다이아몬드 재앙'이 또 닥쳤다.

부시맨을 내쫓고 그들에게서 물을 뺏었던 보츠와나 정부가 이번엔 부시맨 거주 지역 근처에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허가했다고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이 18일(현지 시각) 밝혔다.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소수 종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보석 가공업체인 젬다이아몬드(Gem Diamonds)가 중앙 칼라하리 사냥 금지 구역 안에 있는 부시맨 공동체 인근에 30억 달러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보츠와나 정부에 신청했고, 보츠와나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또한 젬다이아몬드는 광산이 들어설 지역에 사는 부시맨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다.

보츠와나 정부의 이번 결정은 물 접근권을 뺏은 정부에 맞서 부시맨들이 법원에 낸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내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부시맨 A는 "물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낸 항소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는 왜 지금 광산 허가증을 내주는가"라며 "이건 우리 소송에 대한 그들의 답 같다, 그들은 설령 우리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우리 생존권을 위협한)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은 광산이 들어설 경우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한 독립적인 조언을 부시맨들이 받을 권리가 있음을 젬다이아몬드에 여러 차례 알렸지만, 그러한 조언을 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코리 서바이벌인터내셔널 대표는 "'부시맨들이 광산 개발에 동의했다'는 젬다이아몬드의 주장은 비극적이거나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부시맨들이 '정부가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를 쫓아내고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보츠와나 정부는 '그 지역의 다이아몬드 매장층은 경제성이 낮다'고 반박해왔지만, 이번 젬다이아몬드 건으로 정부의 거짓말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자기 땅에서 물을 뺏긴 부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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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 있는 짙은 파란색 부분이 보츠와나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목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고 있는 부시맨들의 문제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아몬드 광산에 눈독을 들인 보츠와나 정부가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부시맨들을 강제로 쫓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2002년 보츠와나 정부는 남아 있던 부시맨들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지하수 관정을 막아 이들의 목을 조였다.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을 빼앗아 부시맨들이 알아서 떠나게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정부와 대화해 문제를 풀고자 했지만 실패한 부시맨들은 결국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갔다. 2006년 보츠와나 법원은 "강제 퇴거는 위헌"이라며 부시맨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부시맨들은 다시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힘겨웠던 싸움의 끝이 아니었다. 보츠와나 정부는 부시맨들이 우물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냥 금지 구역 안에 있는 부시맨들에게 외부에서 물을 가져다주지도 못하게 했다.

부시맨들은 물 접근권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들을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처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다시 법에 호소했다. 그러나 2010년 보츠와나 고등법원은 우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시맨들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렸다. 부시맨들이 기존에 있던 지하수 관정을 이용하는 것도, 새로운 관정을 뚫는 것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부시맨들은 보츠와나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젬다이아몬드의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이 허가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인권 단체들은 유엔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공식 인정한 물을 뺏어 부시맨의 생존권을 부인한 판결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부시맨 쫓겨난 자리에 들어선 관광객용 시설

이런 방식으로 부시맨을 서서히 몰아낸 보츠와나 정부는 사냥 금지 구역 안에 있는 부시맨들의 땅에 술집과 수영장을 갖춘 관광객용 호화 숙박시설을 세울 수 있게 해줬다. 카마 대통령은 부시맨의 생활방식을 "낡아빠진 환상"이라고 비난했는데, 대통령의 조카이자 개인 변호사는 그러한 호화 숙박시설을 만든 기관 이사회의 일원이다.

또한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도 속도를 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장애물'로 여겨진 부시맨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보츠와나 정부와 광산 개발업자, 보석 가공업체들 사이에 은밀한 거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맨이 뺏긴 물이 관광객 접대와 다이아몬드 광산 용수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보츠와나 정부는 부시맨이 물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 것과 동시에 사냥 금지 구역 안에 야생동물을 위한 새 우물들을 팠다. 명분은 야생동물 보호였다.

관광객을 맞이하고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사용하고 짐승들의 목을 축일 물은 있었지만, 타들어가는 부시맨들의 목을 적실 물은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맨들은 물을 긷기 위해 사냥 금지 구역 바깥까지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서 혹은 당나귀를 타고 고된 여행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대해 부시맨 A는 서바이벌인터내셔널에 이렇게 말했다.

"이것(젬다이아몬드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허가)은 우리가 사냥 금지 구역에 거주하는 것을 원치 않는 이유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최종 증거다. 누가 야생동물에게 해를 끼칠까?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인가, 아니면 도로를 내고 송전선을 설치하고 수천 톤의 물을 사용하고 수백 명이 왔다 갔다 하게 만들 30억 달러짜리 광산인가?"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부시맨 B는 보츠와나 정부를 향해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여전히 정의와 우리의 권리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우리에게서 물을 뺏어 우리를 다시 한 번 사냥 금지 구역에서 내쫓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우리가 옛날 옛적부터 알아왔던 땅에서 조상들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시맨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전통적인 수렵 채집 경제와 부족 단위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6만여 명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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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을 위한 청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서바이벌인터내셔널 홈페이지. ⓒ 서바이벌인터내셔널


#부시맨 #다이아몬드 #보츠와나 #서바이벌인터내셔널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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