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남소연
- 한나라당에서는 '복지시리즈'에 43조 원이 필요하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한다.
"건강보험만 갖고 얘기해보자. 입원 치료비 보장성을 현재 62%에서 90%로 28% 올리고, 외래 치료비 보장성은 12%를 올리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54조 원의 진료비가 30조 원 가까이 늘어나 진료비가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8%, 12%의 평균을 따지면 20% 올리는 건데 50%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추산이다. 무상의료, 무상 보육을 해주자는 것이 국민적 파급력을 일으키니까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신종 색깔론을 덧붙여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 지금은 이른바 프레임 전쟁을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복지국가 대 세금폭탄', 승산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결과로 생긴 상처와 부작용들로 국민들 생활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와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욕구가 충만하다. 이 부분이 유리한 점이다. 둘째, 범민주개혁진보진영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고, 그러면 민주개혁진보진영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상황에서 복지 정책만큼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는 지점이 없다. 범민주 진보개혁진영의 집권을 위한 과제에 딱 들어맞는 것이 복지분야인 것이다."
- 재원마련 방안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한 뒤 무상 시리즈를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원 부분은 다 마련해서 내놨다. 우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8조 1000억 원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부과 기반을 확대하는 것을 통해서 4조 2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 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1977년도에 건강보험은 근로소득세라는 봉급생활자의 투명한 유리지갑을 단일 기준으로 해서 도입이 됐고, 1988년도에 지역까지 확대됐는데 현재 지역 보험과 직장 보험의 부과 체계 균형이 깨져 있다. 지역의료보험은 자동차의 배기량까지 세서 부과하는데 직장의료보험은 소득세라는 단일 기준으로만 부과 해오고 있는 것이다. 임대 소득, 배당소득, 이자 소득 등을 종합소득으로 환산해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상당정도의 건강보험이 추가로 걷힌다.
전 국민에 해당하는 게 아니고 직장인의 상위 10%가 조금 더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어떤 직장인이 주식, 건물도 갖고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근로소득은 300만 원인데, 주식·임대 소득을 다 합치면 700만 원이다. 이 700만 원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징수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부양가족의 기준도 보다 엄격하게 개선하겠다. 본인이 건물을 갖고 있더라도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등록되면 본인은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 아들이 그냥 부양가족 수에 따라서 직장 보험에서 조금 더 내는 수준이다. 이런 부분들만 개혁해도 건강보험료가 4조 2000억 원 더 걷힌다. 정부가 건강보험 공공재정의 20%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OECD 평균 지원 규모가 30%다. 우리도 20%를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아울러서 지출 구조도 개혁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제를 포괄 수가제로 전환하고, 주치의 제도와 총액 계약제 도입 등을 통해 지출 구조를 개선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나는 부분은 최소화 하면서 보장성은 강화할 수 있다."
"세금 올려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돈 때문에 치료 못 받는 일이 없는 정도로 가려면 증세가 필연적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20일 '복지는 세금이다'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연다. "새로운 목적세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양극화로 국민들이 지쳐 있는데 새로운 활력소로 사회 보장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하면서, 증세나 새로운 세목의 신설부터 들고 나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하는 데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면서 복지패러다임이 정착할 수 있도록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문제는 먼저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 그렇게 가는 것은 엄밀하게 얘기해서 새로운 패러다임도 아니다.
우리의 재정 지출 구조를 보면 GDP대비 복지 관련 예산의 수준이 OECD의 평균치에서 현저히 떨어져 있다. 우리는 예산 대비 복지비 편성 비율이 28%인데 OECD 평균치는 45% 정도다. 현재의 총예산 대비 복지비 예산 편성이 OECD 평균이라면 증세를 얘기하는 게 맞다. 그런데 수준이 OECD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이 복지를 담당할 세금부터 새로 만들고, 세금을 올리자는 건 맞지 않다. 우리가 갖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어떤 목적의식과 가치에 따라 배분해 갈 것이냐부터 정리하는 것이 맞다."
- 사실은 선거 때문에 증세 얘기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 아닌가."세금 올려서 복지하자는 프레임으로 갈 것 같았으면 이런 의제를 먼저 던질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세금 올려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성장과 효율, 경쟁 만능 사회였기 때문에 복지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 적었고, 복지에 대한 투자와 자원 배분이 소홀했다는 부분을 스스로가 먼저 반성하고 처음부터 재설계하겠다는 식으로 가야한다. 종래의 자원 배분과 예산 편성, 복지에 대한 인식을 동일하게 가지면서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서 +α 하겠다는 것은 본질적인 시각과 가치관이 다른 것이다. 민주당은 새로운 사회 질서와 구조, 국정 운영 기조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