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주세요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을 보며

등록 2011.01.21 09:47수정 2011.01.21 09:4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부유한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그리 부유하지 않다.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이나 '강부자'들이 우리나라의 부를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제대로 사람대우도 못 받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근로자들 1400만 명 중 절반에 이르는 600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부유한 나라에 살면서도 제대로 임금도 못 받고, 언제 잘릴까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런 실정은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40년 전에 고 전태일도 이런 실정을 고치고자 한 것이다. 그는 평화시장의 어린 여공들이 최소한의 임금, 최소한의 대우만이라도 받게 하기위해 노력했다. 그리하여 최저임금 같은 제도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구제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최저임금은 너무나 적은 돈이 되어버렸다. 더욱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람들이 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고치기 위해 올해도 사람들이 일어났다.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용역회사에서 해고한 것에 반발해서 농성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성의 대가는 없다. 학교와 총장은 농성을 그만하라 그러고, 이들의 편을 들어야할 학생회는 제발 외부의 시민단체나 노조가 관여하지 말라고 오히려 학교 편을 들고 있다. 정말 이 노동자들은 참담할 것이다.

<빵과 장미>(켄 로치 감독)라는 영화가 있다. 멕시코에서 불법 입국한 여자가 청소부로 취직한 뒤 암담한 현실을 접하곤 시위, 농성, 파업을 해 결국 청소부의 임금 인상과 보험 가입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내용. 노동자들 단결의 결과였다. 이 영화의 내용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도 빵(임금)과 장미(인권)를 원한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은 말은 "이 청소부 옷의 비밀이 뭔 줄 알아? 우리를 안보이게 만들어 준다는 거지..."였다. 맞다. 사람들은 청소부에게 아무런 관심을 쏟지 않는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데도 그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청소부들에게 그에 맞는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갔던 청소부들이 모두 일을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출근길에 도로를 막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 예로 프랑스에서 청소부들이 파업하자 단 며칠 만에 파리가 마비된 일이 있었다.

드디어 이 일에 관심을 가진 배우까지 나타났다. 그(김여진)는 트위터에 관심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조선일보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광고를 싣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홍대 청소노동자 농성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내가 이것과 관련한 기사들을 보다가 정말 놀란 사실이 있었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밥값이 하루에 단돈 300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용역 업체는 몇 푼 안 되는 청소부 밥값까지 깎아 어디다가 쓰려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웃긴 사실을 말한다. 내가 인터넷 검색창에 '홍대 청소노동자'를 치니, 뉴스의 95%가까이에 '김여진' 배우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김여진이 나서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농성이었는데, 배우 하나가 관여하자 산골에 사는 나까지 알게 된 큰 사건이 된 것이다.

이 사회의 사람들은 꼭 이런 사람이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안다. 지금 홍대 청소 노동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김여진'배우의 홍보 덕택에 그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도 분신한 일이 있었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 소식에 묻혀 아주 작은 기사가 났을 뿐이었다. 나도 엄마가 중고생들한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때는 이런 배우마저도 없어서 더욱 초라한 사건이 되었었다.

사람들이 배우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청소 노동자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걱정하고 도우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으면 한다. 빨리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빵(임금)과 장미(인권)를 가지게 됐으면 하는 마음인데, 새해가 되고 열네 살이 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2011년 열네 살이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류옥하다 기자는 2011년 열네 살이 되었습니다.
#홍대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빵과 장미 #전태일 #켄 로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2. 2 김흥국 "'좌파 해병' 있다는 거, 나도 처음 알았다"
  3. 3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4. 4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5. 5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