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성 농양응급 수술 과정도 고통 스럽고 장기간의 입원도 필요한 질환이다.
병원 도착이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치과 영역의 죽을 병이다.
이승훈
위의 사진은 '그깟 이 하나' 제때 안 뽑아서 생긴 질환이다. 그나마 제때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았으니 망정이지 몇 시간만 더 지체됐으면 생명이 위험했을 응급환자들이다.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 중에 발바닥에 봉와직염에 걸렸거나 걸린 것을 보신 분들 많으실 것이다. 사회에서는 드문 봉와직염이 군에서 특히 발에 많은 이유는 군화 때문이다. 통풍이 잘 안 되고 습기가 차기 쉬운 데다가 세척도 용이하지 않은 군화에 몸에서 가장 감염에 취약한 발이 장기간 들어 있다 보니 세균 감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군인도 아니고 더욱이 피의 흐름이 좋아서 감염에도 강한 구강 내에 감염 질환인 농양이 생기는 이유는?
치료 중에 중단한 근관치료, 치료 시기를 놓진 치주 치료, 발치 시기를 넘긴 치아의 잔존(이상 세 가지를 묶어서 이하부터는 구강 내 감염원)이 원인이다.
우리가 평소에 세균 감염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사는 이유는 몸의 방어 기전이 잘 발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어 기전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피부에 의한 물리적인 방어이다. 즉 신체의 표피 쪽에는 상당한 방어력이 있지만 내부 방어력은 생각보다 감염에 취약하다. 그까짓 세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지 못에 찔렸다는 이유로 파상풍에 감염돼서 다리를 자른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을 생각해 보자. 실제로 혈관이나 내부장기까지 감염이 확산되는 패혈증에 걸리면 병원에서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입안에는 수없이 많은 세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 몸에 상주하는 모든 세균이 다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몸 안에 있는 대부분의 세균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적절한 위치에 존재할 때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장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은 구강 내에서는 충치의 원인균으로 작용한다.
강아지에게 물리면 공수병을 걱정해야 하겠지만, 만약 사람에게 물리면 그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세균 감염 위험이 있다. 입안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세균이라 하더라도 내부 기관에서는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강 내 감염원이 위험한 이유는 그렇게 세균이 많은 입안과 세균에 취약한 몸 안쪽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함으로써 세균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젊고 건강하다면 신체 내부에 세균이 침입하더라도 방어해 낼 수 있지만 몸이 약한 노인이라던지 당뇨병 등의 전신질환자, 과음이나 과로, 환절기 감기 등으로 몸이 약해진 상황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제까지 아무것도 아닌 구강 감염원이 오늘 아침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위의 사진처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양까지 생긴 환자의 경우 이미 신체 방어기전이 세균에 완전히 패배한 상황이기 때문에 세균 증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응급 환자를 보던 중에 조금 부어서 온 환자를 별 생각 없이 항생제 처방해서 돌려보냈다가 정확히 3시간 후에 얼굴이 2배 크기로 부어서 달려오는 바람에 큰일 날 뻔한 경험도 있다.
그럼 구강 내 감염원이 어떻게 신체에 위해한지는 잘 알았고, 위의 환자들이 어떻게 진료를 받을지도 알아보자. 치과에서 하는 대부분의 진료는 염증의 정도를 낮춘 상태에서 진행한다. 염증이 심한 상태에서는 마취가 잘 듣지 않고, 또 마취제가 들어갈 때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와 같이 농양까지 생긴 감염환자는 한가하게 투약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세균의 개체수를 낮춰놓지 않으면 농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서 잘못하면 정말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좀 부은 것 가지고 너무 과장한다고? 기도 막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