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이 뭐기에... 소화기 쏘고 새우젓 던지고

[현장] 아수라장 된 안양시 뉴타운 개발 공청회장... "사실상 뉴타운 무산"

등록 2011.01.26 16:38수정 2011.01.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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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만안뉴타운 공청회장 뉴타운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단상을 점거한 상태에서 호르라기를 부는 등 거세게 반발해 공청회가 무산됐다. ⓒ 최병렬

▲ 안양시 만안뉴타운 공청회장 뉴타운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단상을 점거한 상태에서 호르라기를 부는 등 거세게 반발해 공청회가 무산됐다. ⓒ 최병렬

경기도 안양시가 추진하던 만안뉴타운 사업 행정절차 중 하나인 주민공청회가 반대 측 주민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돼 뉴타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게 됐다. 

 

안양시는 경기도에 만안뉴타운 지구결정승인을 신청하기 위해 25일 오후 3시 시청 별관 2층 강당에서 '안양 만안지구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공청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반대 측 주민이 연단을 점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해 오후 5시 40분께 결국 공청회 포기를 발표했다.

 

시는 공청회가 끝나는 대로 만안재정비촉진계획안을 수정, 보완해 이달 말까지 경기도에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신청을 한 후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만안뉴타운 법적 실효 종료일인 4월 6일 이전에 '만안뉴타운 결정고시'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정공청회가 무산됨에 따라 지구결정승인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더욱이 법적 시효도 불과 2개월밖에 채 남지 않아 공청회를 추가로 열기가 불가능하다. 안양시장도 추진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어 만안뉴타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주민공청회 무산은 애초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초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보류되고, 반대 측 주민이 공청회 저지를 천명해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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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안뉴타운 공청회가 열리는 안양시청 강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선 주민. 경찰도 찬성, 반대 주민의 충돌을 우려해 사이를 갈라 놓았다. ⓒ 최병렬

만안뉴타운 공청회가 열리는 안양시청 강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선 주민. 경찰도 찬성, 반대 주민의 충돌을 우려해 사이를 갈라 놓았다. ⓒ 최병렬

만안뉴타운 공청회장 욕설과 몸싸움으로 '아수라장'

 

주민들은 이날 새벽 5시 50분부터 안양시청에 모이기 시작했다. 찬성 측 주민은 '만안뉴타운' 노란색 스마일 배지를 가슴에 부착했으며, 반대 측 주민은 '만안뉴타운 결사반대' 머리띠를 두르고 나타나 오전 11시경에는 총 500여 명 정도가 세몰이를 과시했다.

 

특히 반대 측은 관광버스로 석수동, 박달동 등에서 주민을 릴레이로 운송하는 등 오후 1시 무렵에는 800여 명으로 불어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예고했다.

 

이날 공청회장 안팎에는 500여 명의 시 공무원과 경기도경에서 나온 여경 1개 중대를 포함한 경찰 4개 중대(800여 명) 병력이 동원된 가운데 공청회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 50분부터 10명씩 입장이 시작됐다. 하지만 소지품 검사 과정에서 페트병 등 시위용품을 압수하자 일부 주민과 공무원, 경찰 간에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입장 시작 20분도 채 안 돼 공청회장 연단을 반대 측 주민 300여 명이 순식간에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연단 진입을 막던 200여 명의 공무원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호루라기 소리가 난무하는 등 강당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강당 안에는 찬반 주민 약 700여 명이 입장한 상태로 시와 경찰은 오후 2시 30분께 입장을 중단시켰다. 이에 입장하지 못한 주민 300여 명이 민원실 1층에서 "뉴타운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히 항의했고, 다시 오후 3시 40분께 다시 입장이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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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안양시장 공청회장 연단을 반대 측 주민들이 점거하자 최대호 안양시장이 공무원에게 둘러 싸인 채 강당 뒤에서 무선마이크로 공청회를 개회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병렬

▲ 최대호 안양시장 공청회장 연단을 반대 측 주민들이 점거하자 최대호 안양시장이 공무원에게 둘러 싸인 채 강당 뒤에서 무선마이크로 공청회를 개회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병렬

시장은 기습 강행, 주민은 소화기 분사하고 새우젓 던지고

 

"지난 3년간 준비해온 만안뉴타운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찬반 양론의 극단적 대립이 아닌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모두가 승리하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반대 측 주민이 연단을 점거한 상태에서 오후 4시 15분께 강당 옆 출입구에서 기습적으로 무선 마이크를 이용해 일단 공청회를 강행했다.

 

최 시장은 뉴타운 사업 필요성을 강조하고 곧바로 빔프로젝터를 통해 사업 추진 경위와 향후 일정, 기본구상 등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 이에 찬성 측 주민 200여 명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지만 반대 측 주민 800여 명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특히 단상에 있던 반대 측 주민은 영상이 보이지 않게 대형스크린과 커튼을 찢어 버렸다. 결국 시청 측은 화면을 무대 위 천장으로 올려 상영했고, 찬성 측 주민은 "최대호! 최대호!"를 연호했다. 

 

이에 분노한 반대 측 주민은 영상을 비추는 영사실을 향해 물병과 계란, 옷, 의자 등을 집어던졌고, 일부는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진 주민은 공무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곳곳에서 찬성과 반대 주민 간에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져 찬성 측 주민 한 명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고, 반대 측 주민이 찬성 측 주민에게 새우젓을 던져 공청회장은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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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보이는 만안뉴타운 공청회장 안양시가 만안뉴타운 공청회를 강행하고 만안뉴타운 사업계획안에 대한 영상을 상영하자 반대 측 주민이 빔프로젝트를 향해 소화기을 분사해 아수라장이 됐다. ⓒ 최병렬

▲ 앞이 안보이는 만안뉴타운 공청회장 안양시가 만안뉴타운 공청회를 강행하고 만안뉴타운 사업계획안에 대한 영상을 상영하자 반대 측 주민이 빔프로젝트를 향해 소화기을 분사해 아수라장이 됐다. ⓒ 최병렬

공청회 강행 1시간 20분 '무산' 

 

"공청회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패널 토론과 주민에게 찬·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토론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공청회를 강행하더라도 무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으로 (공청회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공청회 강행 1시간 20여분 후, 최 시장이 집무실에서 시 관계자와 공청회 패널, 변호사와 대책회의를 연 후 상황은 반전됐다. 최 시장은 대책회의 후 기자와 만나 논의 결과를 말했다.

 

"오늘 만안뉴타운 관련 공청회 개최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 여러분의 이견 표출로 원활히 진행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공청회에서 원활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찬반 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코자 합니다."

 

결국 안양시는 오후 5시 40분 이봉우 도시정비과장이 "오늘 공청회에서 원활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청회가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1시간 전만 해도 박수와 만세를 부르며 뉴타운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확신했던 찬성 측 주민은 무표정하게 하나 둘 강당을 빠져나가 귀가했다.

 

안양시가 '무산'이라는 공식 선언 대신 "향후 찬반 주민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애매하게 발표하자 반대 측 주민은 "뉴타운사업이 취소됐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듣기 전에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반발하며 농성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인 이종걸 의원(안양만안)이 반대 측 주민이 농성하는 현장을 찾아 "최대호 시장에게 '뉴타운사업을 안한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대 측 주민 300여 명은 "최 시장이 와서 뉴타운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직접 말하라"고 요구하며 밤 12시10분께까지 농성을 벌였다. 

2011.01.26 16:38 ⓒ 2011 OhmyNews
#안양 #만안뉴타운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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