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때문에...' 5·18 묘비 상석 밟았다
MB 이어 안상수까지도...단체들 "큰 결례"

한나라당 안 대표, 광주 묘역갔다가 실수...누리꾼 비난 폭주

등록 2011.01.26 18:09수정 2011.01.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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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묘지 '상석' 밟고 올라 선 안상수 대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만지며, '상석'(제사 때 제물을 올려 놓는 곳)을 두발로 밟고 올라 서 있다. ⓒ 연합뉴스

▲ 5.18묘지 '상석' 밟고 올라 선 안상수 대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만지며, '상석'(제사 때 제물을 올려 놓는 곳)을 두발로 밟고 올라 서 있다. ⓒ 연합뉴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에는 5·18 희생자 묘비의 상석을 발로 밟고 올라서 크게 비난받고 있다.

 

안 대표를 비롯한 김무성 원내대표, 정두언·정운천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16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 중앙에 자리한 박관현 열사(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의 묘를 참배했다.

 

동행한 당직자들과 함께 묵념한 안 대표는 비석에 두 손을 올리고 추도의 예를 하면서 무덤 앞 상석(床石)을 두 발로 딛고 섰다. 

 

무덤 앞에 마련된 상석은 제사상의 용도로 쓰인다. 제사에 쓰이는 음식물 등을 올려놓는 곳이어서 상석을 발로 밟는 건 제사상에 올라선 것과 같은 결례다.

 

안상수 대표, 이번엔 5.18묘역 상석 밟아

 

이번 결례에 대해 안 대표는 "이유를 막론하고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배은희 대변인이 전했다.

 

안 대표의 광주행에 동행한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묵념을 하고 나니 묘역 안내자가 '대표자 1명이 비석에 두 손을 올리면서 추도의 예를 갖추라'고 해서 안 대표가 나갔다"며 "안 대표의 왼쪽 어깨가 오십견으로 굉장히 안 좋아서 팔을 뻗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도의 예를 갖추려고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석에 올라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 대변인은 "안 대표가 80년 5·18 시기 전주에서 검사를 하고 계셨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마음이 굉장히 숙연해지신 상태에서 안내자의 말에 따라 몰두해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안 대표는 오십견 증세가 심해 지속적으로 치료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13일 같은 장소를 참배한 이명박 당시 대선 예비후보 역시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무덤 비석을 어루만지면서 상석에 한 발을 올려 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이 예비후보측 해명은 "안내하는 사람이 묘비 뒤에 적힌 글을 보라고 해 (이 예비후보가) 글을 보다가 자세가 그렇게 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7년 5월 13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던 중 '상석(床石)'을 밟아 논란이 됐다. 이 전 시장은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무덤 비석을 어루만지면서 상석을 발로 밟았다. ⓒ 광주드림 임문철

지난 2007년 5월 13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던 중 '상석(床石)'을 밟아 논란이 됐다. 이 전 시장은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무덤 비석을 어루만지면서 상석을 발로 밟았다. ⓒ 광주드림 임문철

벌써부터 안 대표에 대한 누리꾼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직후 '보온병 포탄'과 '룸살롱 자연산' 발언 등으로 많은 비난을 받은 안 대표가 또다시 '상석 밟기' 결례를 범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트위터에 "그새를 못 참고 보온 안상수 선생이 또 사회적 통념을 전복하는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를... '쥐신밟기'랍니다"라며 "이명박과 안상수... '상식'만 짓밟는 게 아닙니다. '상석'도 밟습니다"라고 풍자했다.

 

여러 트위터 이용자는 "보온 안상수 어르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우리나라 개그맨들이 불쌍해서. 어르신, 제발 남의 밥그릇 좀 넘보지 마시라구욧!!!(cowkim)" "여의도의 미친 존재감(yb0321)"이라며 안 대표의 행동을 풍자했다.

 

또 "어떻게 하면 이렇게 교양이 철철 넘칠 수가 있는 거지?(cbl317)" "정말 교양이 없어 그러는 거 같다가도 가만 보면 일부러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seojoong)"라는 등 안 대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5·18 단체들 "큰 결례, 진정성 의심"

 

5·18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 유족회, 기념재단 등 4개 5·18유공자 단체는 안 대표의 '상석 밟기'가 논란이 되자 곧바로 유감을 표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울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울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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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경찰 조사 도중 고문살해당한 박종철 열사 24주기를 맞아 당시 부검을 담당한 검사였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옛 대공분실) 4층 박종철 기념전시실을 방문해서, 5.18광주민주화운동 사진앞에서 자신이 겪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87년 경찰 조사 도중 고문살해당한 박종철 열사 24주기를 맞아 당시 부검을 담당한 검사였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옛 대공분실) 4층 박종철 기념전시실을 방문해서, 5.18광주민주화운동 사진앞에서 자신이 겪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낸 보도자료에서 "안 대표의 행위가 설사 많은 사람과 함께 참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 하더라도 숭고한 5·18 민주화 영령이 잠들어 있는 묘역의 상석을 밟는 것은 5월 영령에 대한 큰 결례이며, 정부 여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바른 행동이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안 대표는 5·18묘지 참배 후 '1980년대 시대정신이 불의에 맞서는 항거였다면 2011년 시대정신은 국민화합, 국민통합'이라며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했으나 안 대표의 경솔한 행위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크게 뉘우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안 대표는 지난 14일 박종철 열사의 24주기를 맞아 박 열사가 숨진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 있는 박종철 기념관을 찾아 추모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함으로써 전두환 정권에 의한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이어간 셈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에 앞선 지난 5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해 전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안상수 #상석밟기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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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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