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광장 만들더니... 오세훈 시장 왜 이러시나

'서울광장 조례에 관한 법적 고찰' 토론회.... "광장 사용 허가제 말도 안돼" 한 목소리

등록 2011.01.28 11:07수정 2011.01.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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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조례 토론회 27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광장 조례에 관한 법적 고찰을 위한 토론회' ⓒ 김재민


"작년 여름에 아이들과 서울구경 왔던 이야기 먼저 해드리고 싶네요. 광화문광장에 갔을 때 세종대왕동상 양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샌들을 벗고 맨발로 그 물속을 걸었어요. 재밌어 보여서 저도 같이 했죠. 잠시 뒤에 어디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경찰이 눈을 부라리면서 '너 나와' 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광장 조례에 관한 법적 고찰'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서울시가 대법원에 제기한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을 "서울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기본권에 관한 국민적 문제"로 규정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의회가 재의결해 통과시킨 '서울특별시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광장 조례)'에 대한 조례무효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해 놓은 상태다. 당시 서울시가 내세운 소송의 근거는 서울광장 조례의 일부개정안이 상위법인 '공유물품관리법'에 위반되며, 자치단체장인 서울시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허가제가 합헌이면 신고제는 더더욱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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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교수 서울광장 조례에 관한 법적 고찰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김재민


"우리는 도대체 왜 서울시청 앞에 잔디를 깔았습니까? 한국 축구에 발전이 없어 잔디구장이 필요했나요? 요즘은 또 서울광장에다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데, 김연아의 영향인가요? 우리는 스스로 고민해봐야 합니다. 광장은 지켜보는 곳이 아니라 몸을 부딪치는 곳이고 그게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격앙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서울시의 입장에서 허가제가 시민들의 기본권인 집시권(집회·시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제도라면, 서울시의회가 개정한 신고제 또한 시민들의 집시권을 더 폭 넓게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며 조례 무효소송을 '국민 기본권' 문제로 규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것을 달리 말하면 허가제가 합헌이라면 신고제도 합헌, 허가제가 위헌이라면 신고제는 더더욱 합헌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며 "아주 당연한 법적 논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거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천안문사태로 죽었다"며 "우리는 중국의 광장이 중국인들에 의해 자유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서울광장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한다"며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을 제기한 서울시를 비판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도 발표를 통해 서울광장 '허가제' 운영의 위헌성을 설명했다. 또한 뒤이어 발제를 맡은 문병효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경찰행정과 공물행정법의 조율에 대한 발표를 통해 서울시의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이 부당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껍데기만 남아있는 광장문화, 존재이유 없다"

"과거에 광장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권위와 힘을 과시하는 공간이었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광장도 그런 목적이었다. 하지만 광장으로 인해 군중들이 응집하고 소통하는 역설적 효과가 있었다. 광장의 용도는 만든 사람 마음대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논리다."

이택광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시의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에 대해 법적문제를 제기한 대부분의 토론자들과 달리 문화적 관점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이후로 서울시 곳곳에 상당히 많은 광장들을 만들어 놨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서울시와 오 시장은 광장에 군중이 모이면 날파리가 꼬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허가제를 고집하는 서울시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09년 8월 개장한 광화문광장을 "서울광장의 폐해를 보여주는 또 다른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광장을 만들고 싶으면 광장의 기능 또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광장 곳곳에 경찰 등 관리 인력을 배치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사용을 제한하는 서울시의 운영방식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서울시의 전시 행정적 광장운영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19세기 쿠데타로 집권한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군중통제를 위해 도시곳곳에 지은 광장을 예로 들며 "나폴레옹 3세는 광장 건설로 군중을 통제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군중들을 모이도록 한 역설적인 효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기존 광장의 이 같은 역사성이나 기능을 무시하고 광장을 만들었다면 이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껍데기만 남아있는 광장문화는 존재이유가 없고, 서울시가 요구하는 광장사용 허가제는 법리적 문제들을 떠나서 문화적으로 오류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도 참석해 "60년 만의 추위라는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많은 마찰로 시민들을 더 춥게 만드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며 최근 서울광장 조례 및 무상급식 논란에 대한 시의회의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서울광장 조례 #오세훈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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