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후는 왜 신정을 선포했을까

[중국근현대사 속 오늘-1901년 1월 29일]신정상유(新政上諭) 110주년에 부쳐

등록 2011.01.29 16:44수정 2011.01.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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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대화, 최후의 몸짓 10년간 지속된 서태후의 신정은 중국의 근대화의 마지막 몸짓이었다.
중국 근대화, 최후의 몸짓10년간 지속된 서태후의 신정은 중국의 근대화의 마지막 몸짓이었다. 당대중국출판사
▲ 중국 근대화, 최후의 몸짓 10년간 지속된 서태후의 신정은 중국의 근대화의 마지막 몸짓이었다. ⓒ 당대중국출판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 1월 20일 발표한 95개 국가중점과학기술에 대한 수준을 평가한 결과, 2010년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기술의 최고수준을 100%로 했을 때 60.2%로 나타났다. 미국은 78.7%, 일본은 73%로 우리보다 각각 5.4년, 3.8년 앞섰고 중국은 51.7%로 우리와 2.5년의 격차를 보였다.

2008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의 과학기술 격차를 크게 줄이고 있지만, 동시에 뒤쫓는 중국과의 격차도 점점 좁혀지는 양상이다.

국가별로 존재하는 이런 기술 격차는 다양한 요인에서 기인하겠지만 '시간과의 경쟁'으로 대변되는 각국의 근대 경험과도 맞물려 생겨난다. 일본은 서방의 선진문물을 앞서 수용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은 뒤늦은 근대화로 일본의 식민지, 반식민지로 전락하며 더디고 험난한 국가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1850년대 마르크스는 청나라가 곧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청나라는 잦은 민란과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비틀거리면서도 놀라운 생명력을 보이며 1912년까지 존속했다. 근대화의 관점에서 보면 만주족이 지배하던 청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정권이 하루 빨리 들어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역사의 다음 발전단계는 청 제국이 전제왕정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충분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린 연후에야 도래하였던 셈이다.

1901년 1월 29일, 의화단운동으로 시안(西安)에 피신해 있던 서태후가 선포하는 신정상유(新政上諭)는 서양열강에 침탈당하며 한없이 추락하던 청 제국이 사회 전반에 걸친 근대적 개혁을 위해 시도한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백일유신(百日維新)이라 불리는 광서제가 시도한 무술신정을 진압했던 서태후가 의화단운동으로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고 서양열강의 개혁요구가 거세지자 어쩔 수 없니 시작된 신정은 청나라가 망할 때까지 10년간 지속된 위로부터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제도개혁 시도였다.

이 기간 동안에 교육, 군사, 재정, 관제 등이 개혁되고 전족, 아편흡연 등이 금지되었으며 만주족과 한족의 차별 등도 철폐되어 근대적 사회로의 본격적인 변혁이 생겨났다.
 
특히 1905년 과거제의 폐지는 800년 넘게 유교적 지배이데올로기가 세습되던 관행을 깬 것으로 과거에만 전념하던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역할을 했으며 이는 쑨원(孫文)이 조직한 동맹회 등으로 규합되어 신해혁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신정은 비록 만주족 정권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청정부의 체제 존립을 위한 보수적인 의도에서 시도되었지만 정치, 경제, 교육, 군사, 사회문화 전반에 획기적인 중국의 근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신정으로 이룩한 근대적 변화와 사회적 에너지가 청정부의 체제 보존이 아닌 청정부의 타도와 혁명의 에너지로 변용될 것이라고 아마 신정을 추진한 주체들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정으로 이룩한 근대 공간에서 근대적 인재가 육성되어 2000년 넘게 지속된 전제권력을 허물어뜨리고 아시아 최초로 근대적 정치체제인 공화정을 수립하였다. 신정은 비록 중국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이뤄내며 발 빠른 근대화를 이룩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독립국가로서 반식민지의 길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로써 중국은 근대화라는 '시간과의 경쟁'에서 비록 늦었지만 조금씩 출발선에 다가서고 있었다. 
2011.01.29 16:44ⓒ 2011 OhmyNews
#신정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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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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