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혐의'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무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검찰 제시한 10개 사항, 이적성이거나 입증 못해"

등록 2011.02.01 10:25수정 2011.02.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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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월 1일 낮 12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1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101호 법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윤성효

"무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고무찬양 등)를 받아오던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역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 박재철 판사는 1일 오전 최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검찰은 2008년 2월 최 교사의 집과 간디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해 그해 8월 최 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 지난 3년 동안 재판이 이어졌지만, 결국 1심 법원은 검찰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검찰은 10가지 이유를 들어 최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10개 사항 모두 이적성이 없거나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최 교사가 8·15 범민족대회 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것에 대해, 법원은 "정세분석 자료의 일부 내용이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간디학교 교재(역사배움책)에 대해, 법원은 "그 책은 <조선일보>의 '이달의 책'에도 소개되었고, 자유민주주의를 해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책 속에 실린 '미군정' 등 현대사 관련 자료는 관점에 따라 어느 부분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북을 찬양하거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경남진보연합(준)과 한국진보연대의 자료를 인터넷 카페에 게재하고 다른 사람한테 전송한 행위에 대해 박재철 판사는 "'반미' '반전' '양심수 석방' '국보법 철폐' 등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 있지만, 당시 정세를 분석한 논리 전개과정에서 북을 찬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진보연합이 반국가단체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교조 산청지회 홈페이지에 '한미FTA' 관련 자료를 올리고 컴퓨터에 저장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 예속이 된다는 내용은 북의 주장과 유사하나 헌법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이적 목적으로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택 압수수색 때 나온 <조국통일 3대 헌장> 자료에 대해, 박 판사는 "자료를 소지한 행위만으로 이적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려는 가능성은 검찰이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재철 판사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책자나 자료를 만들거나 소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검찰의 자료를 볼 때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최 교사의 변호인 측이 경남진보연합과 한국진보연대, 전교조에 대해 유죄가 나지 않았는데 최 교사를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받은 최보경 교사 "고맙습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1일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참가자들이 창원지법 진주지원 101호 법정 앞에서 간단한 환영 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재판부가 최 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방청석에는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비롯해 경남진보연합과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자 등 많은 이들이 자리했다.

선고 뒤 최 교사와 이석태 변호사는 법정을 나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최 교사는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고맙다, 제 문제를 함께 풀어가도록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늘 무죄 판결의 기쁨을 제자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에 판사가 무죄를 선고할 때 잘못 들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2008년 금강산 통일수련회에 참석해 있을 때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막막했으며, 어떻게 풀어야 하나 걱정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정의와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최 교사는 "제자들로부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배움의 시간이었다,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태 변호사는 "개운한 판결이다"라며 "재판을 진행하면서 법리적으로 무죄를 예상했다, 간디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지가 많은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남호섭 간디학교 교감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판결이다, 무죄가 되어 기쁘다"며 "학생과 학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진선식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상급심에 가더라도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간디학교 박민성(고3) 군은 "3년 동안 버틴 최보경 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정의와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반인권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하라"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던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간디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1호 법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국가보안법 철폐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최보경 선생님을 위한 간디학교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유죄가 날 것으로 보고 성명서를 함께 써 왔다고. 때문에 한 참가자는 '유죄 성명서'를 바닥에 던진 뒤 발로 밟아 버리기도 했다.

대책위는 "일제가 독립운동을 가로막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만들어져 분단독대의 칼날로 사용된 반시대, 반통일, 반인권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통일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남북간의 대결과 전쟁을 부추기며 통일 교육을 탄압하는 공안기구를 해체하고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이 땅의 평화와 통일, 민주와 인권을 바라는 모든 세력과 힘을 합쳐 공안탄압을 분쇄하고 국가보안법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역사는 오늘 최보경 교사를 시대의 참교사로, 역사의 승리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창원지법 진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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