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대출 지원, 불난집에 기름 붓는 정부"

전세대란 간담회 열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해야"

등록 2011.02.01 16:42수정 2011.02.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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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세값 2년 만에 50% 폭등, 서민은 아우성" 박영선 민주당 의원 주최로 전세 대란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31일 국회에서 열렸다.

"전세값 2년 만에 50% 폭등, 서민은 아우성" 박영선 민주당 의원 주최로 전세 대란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31일 국회에서 열렸다. ⓒ 이승훈

▲ "전세값 2년 만에 50% 폭등, 서민은 아우성" 박영선 민주당 의원 주최로 전세 대란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31일 국회에서 열렸다. ⓒ 이승훈

'전세 유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는 등 전·월세 폭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1월 31일 오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선 그동안 야당이 내놓았던 전·월세 상한제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박영선 의원은 "서로 협의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1월에 법무부와 한 번 회의를 했는데 이게 전체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 같아 이번 간담회를 기획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엔 법 전문가뿐만 아니라 법무부 관계자와 공인중개사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세값 인상률 상한제, 위헌인가 아닌가?

 

현재 국회 상임위에는 강기갑 의원(2010년 8월), 박영선 의원(2010년 9월), 조경태 의원(2011년 1월)이 각각 발의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태다. 각 법안의 세부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계약 갱신 시 집값을 일정한 비율 이상으로 못 올리게 하는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임차인이 무분별하게 내쫓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그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인상률 상한제'에 대해서는 위헌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현재 인상률 상한제는 전세값 인상률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또는 물가상승률과 연동시켜 상승폭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나온 상태다.

 

법무부를 대표해 참석한 박하영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 상한제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헌법 119조에 명시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모순될 수 있다, 또한 임차인과 임대인의 평등권과 재산권 문제도 있고 법 적용에 있어서 소급적용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검사는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임대인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며 "재산권을 제한할 땐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하고 과잉 제한 등 논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뉴욕에는 (인상률 상한제와 같은 법인) 차임통제법 있는데 비상시에만 (적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에도 200평 이상의 택지 소유를 금지하는 상한제가 있었지만 이 제도 시행 전부터 택지를 기준 면적 이상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제재를 가해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 집행 시 나올 수 있는 부작용 우려도 제기됐다. 박 검사는 "(인상률 상한제) 시행 직전 마지막 계약에 값을 올리자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89년도 임대차보호법개정 당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심하게 올리는 바람에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참여연대의 김남근 변호사는 "(박 검사의 사례는) 2차 세계 대전 직후 주택이 매우 부족했을 당시에 적용됐던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 사례"라며 "(인상률 상한제는) 기존 임대료에 상한선을 정하자는 것이지 금액을 정해서 제한하자는 건 아니다, 금액을 못 박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소급입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존에 이미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새로 시행되는 법에 따라) 깎으라고 하면 분명 소급입법이지만 장래에 갱신하는 계약에 대해서 깎는 건 위헌이 아니다"며 "인상률 상한제를 법령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해서 행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하게 하면 위헌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꾸로 가는 정부 대책... "공급은 안 늘리고 대출만 늘려"

 

토론에 나선 공인중개사 이철영씨는 정부의 대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현재 임대시장에서는 임대공급물량이 부족한데 정부가 공급은 늘리지 않고 (수요만 늘리는) 전세자금 대출 지원만 하고 있다"며 "이는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전세대란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구조에 비춰봤을 때 (앞서 논의된 법안들이) 시행되더라도 과도기에는 혼란이 크고 (임대인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할 것"이라며 "(임차인 보호 대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홍보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법적으로 2년인 전·월세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 임차인이 원하는 경우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 다만 이철영씨는 "현장에서는 임차인만을 위한 법이란 반발이 있다"며 "임대인들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법에 명시돼야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의 빠른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영선 의원은 간담회를 정리하면서 "갱신 청구권 문제는 합의를 이룬 것 같다, 인상률 상한제 대해선 토론을 해봐야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이견 없는 듯해 큰 진전을 봤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전월세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혜영 의원은 "(토론자들이 지적한) 부작용들이 많겠지만 (주택 대책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지 않은가"라며 "(임차인들이) 쫒겨날 걱정 없이 임대차 계약이 보장되는 길을 마련하면 사회적으로 큰 기여 아니냐, (임대인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선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전세대란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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