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재스민 혁명과 여성

튀니지 여성은 혁명 후에 무엇을 두려워하나

등록 2011.02.09 16:40수정 2011.02.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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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현지 시각)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젊은이들이 촛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있다. 튀니지에서는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시위를 하다 사망한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날부터 사흘 동안 국기를 조기로 게양하고 방송국의 코란 암송 등의 의식이 계속됐다. ⓒ AP=연합뉴스


튀니지 시위가 한창일 때 내 관심을 끈 것은 시위에 참가하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언론은 시위 속의 여성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가두 시위에 참가하여 구호를 외치는 여성의 사진은 무슬림 국가 여성들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뜨리고 있었다. 튀니지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튀니지의 여성과 재스민 혁명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최근 전 세계 여론의 중심에 선 튀니지와 이집트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정교분리주의를 중요한 국가원리로 하고 있으며, 주변 무슬림 국가와는 다르게 높은 여성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서방의 언론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위를 이슬람 근본주의와 연결시키며, 이들 국가들이 다른 이슬람국가와 비슷하게 정치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위협(?)을 하고 있다. 이런 경고가 튀니지와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기를 왜곡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불구하고 사실상 여성들은 이런 경고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튀니지 여성들은 재스민 혁명 후 영향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 여성도 이와 비슷하다.

튀니지 여성의 현재 지위는 초대 대통령이던 하비브 부르기바 정부의 유산이다. 부르기바 집권 당시 민법과 개인법의 제정을 통하여 일부다처제가 금지되고 피임권, 낙태권, 이혼권이 보장되었다. 그리고 여성이 정계와 사회에 진출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현재 판사 1/3이 여성이며, 의회 진출(상원 15.3%, 하원 22.8%)도 한국보다 높다. 이런 여성의 권리가 정교분리주의와 동시에 진행되어서 여성들에게는 정교분리주의는 여성 권리를 위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독립하기 전부터 정교분리주의는 지도층과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독립 후 정교분리주의는 엄격하게 적용했는데, 그것이 이슬람 운동에 대한 금지였다. 수많은 이슬람 정치인들이 구속되고 해외로 망명을 하게 되었다.

1987년 벤 알리는 쿠데타로 부르기바를 해임하고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그후 벤 알리는 구속된 이슬람 정치인들을 석방하고, 이슬람 운동단체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벤 알리에게 충격적이었다. 이슬람 운동의 가장 큰 조직인 엔나흐다(아랍어로 부흥이란 뜻)는 총선에서 17%의 투표율을 얻었고 제1야당이 되었다. 선거 부정을 고려하면 30%를 넘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에 벤 알리는 다시 자신의 정책을 번복하여 엔나흐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탄압하였다. 이런 반복 속에 재스민 혁명으로 축출된 벤 알리 이후의 과도정부는 금지된 이슬람단체의 활동을 회복시켰고, 구속 중이던 이슬람 정치지도자들을 석방하였다. 이런 영향으로 런던에서 망명중이던 엔나흐다의 지도자 라치드 간누치가 귀국하였다. 간누치는 튀니지 시민들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 특히 여성의 지위 등 인권적인 면에서 이뤄진 진보가 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튀니지와 이집트 여성들이 민주주의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주변 국가와 달리 그들이 지위가 일정 정도 보장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성의 지위가 당장은 후퇴하지 않고, 법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정교분리가 무너지면서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왜래 서구 문화로 격하하면서 동시에 반여성적인 문화가 강화될까 걱정하고 있다.

튀니지 여성소식을 전하는 블로그들은, 사실상 몇몇 언론에서 재스민 혁명 과정에서 보여준 여성의 역할을 잊고 여성들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보수적 주장들을 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웃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욱 여성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무바라크 현 대통령의 폭력적인 대응으로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는 장기화되고, 여성 권리, 제도가 서구적 지향으로 오인되어 보수적 이슬람주의가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반세기 동안 축적해온 여성 자유와 평등을 향한 열기와 저항의 힘이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를 넘을 수 있을지 그 분수령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들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재스민 혁명이 남기는 깊은 향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애화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애화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튀니지 #재스민 혁명 #정교분리주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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