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내 기억으로 1996년도다. 당시 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탈북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하여간 그때 많이 죽었다. 나는 통근학생이었는데 기차역에서 내려 강의를 받으러 대학병원까지 가는데 길가에 시체들이 한두 구씩은 꼭 있었을 정도로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병원 앞에는 리어카를 끄는 시민들이(북한은 윤전기재가 거의 없어 일제시대처럼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짐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은 태우고 다니지 않는다) 길가에 널려진 시체들을 병원 앞에 가져다 놓고 가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병원 원장이 시체를 받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정문 경비 아저씨와 리어카를 끄는 시민들 사이에 '싱갱이질(실랑이질)'이 끊이지 않았다.
리어카를 끄는 시민들은 보수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순수한 마음에 길가의 시체들을 병원에 담아 보내 주곤 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시체들을 처리해야 하는 병원으로서는 따로 국가의 보조금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그 사체들을 처리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병원 안으로 들어간 사체들은 사체실에 안장됐다가 모여서 한곳으로 가서 매장되곤 했는데 얼굴을 닦고(원래 병원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인데 재수 없으면 우리 학생들이 해야 했다) 사진을 찍어 병원 주재 담당 보안원이 보관해 두었다. 덕분에 당시 의학대학생들은(93학번~97학번까지) 전염병학하고 해부학은 확실하게 잘 배웠다. 의학대학 과정은 1학년 하반학기에서 2학년 상반기에 인체 해부학이 있고 4학년 상반학기에 극소해부가 있으며 3학년 하반학기에 전염병학을 배운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당시 상황을 이해하도록 설명하였다면 지금부터는 북한의 당시 기아상태에서 정신심리학적으로 또 정신범죄심리학적으로 탈북자 김혜경씨의 진술에 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
아들을 토막내 장마당에 판다? 현실성 떨어지는 얘기먼저 위의 사건들을 정신병리학적으로, 정신심리학적으로 진단해 보도록 해보자.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인간은 누구나 다 정신병적인 기질이 잠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적 기질들은 개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체로 어떤 외부자극이나 정신적 자극을 받으면 증상이 발로가 된다. 북한의 당시 열악했던 기아상황은 인간의 이러한 정신병적 기질을 발로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정신병이 발병되면 먼저 환각상태가 찾아온다. 환각상태란 환시·환청·환미·환후·환촉 등 인간의 5대 감각이 헛되게 인식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이 사건의 주제로 되는 기아상태에서의 엄마는(아들을 도끼로 살해한) 환각상태가 되였을 가능성이 있다. 환시상태는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기도 하는 실제의 모습과 다르게 보이는 증상으로 예하면 눈앞에 움직이는 물체가 괴물이 되어 보인다든가 움직이는 물체가 짐승으로 보인다든가 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여기서 그 주인공인 살인자 엄마는 아들이 짐승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만일 그 '짐승'을 도끼로 잡아 칠 만큼 과격해지려고 하면 그 정신병적 증상이 최대로 악화되어 '충동행위'(흔히 일반사람들이 미쳤다고 판단하는 최고조의 상태로 이때는 주변 기물을 부수거나,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동물을 살해하거나 한다)를 보일 정도여야 한다.
그러나 정신병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시, 환각이 오는 초기상태에서는 심리적 불안, 위축, 공포 같은 증상들이 먼저 수반되며 아주 소극적인 행동들을 보인다. 예하면 과묵하거나 공포스러움을 느끼거나 어디에 들어가 숨거나 이런 행동을 나타낸다. 그 단계를 훨씬 넘어서 '충동행위'가 발로될 때에는 이미 정신분열증이 최고조에 이루었다고 보는데 이런 환자의 경우는 같은 정신병동 내에서도 감금하지 않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신분열증의 증상진행과정을 근거로 그 살인한 엄마가 아들을 살해하고 도끼로 토막을 내어 장마당에서 팔았다는 증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이미 그 상황(증상)에 도달한 상태라면 장마당에 나가서 그 인육(고기)를 팔 정도로 말짱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 주기가 간헐기(잠시 증상이 소강상태인 시기)라 할지라도 그 상황에 도달한 '환자'라면 언제 또 '우발행동'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신병리학적으로는 환시증상까지는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들을 살해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무리다.
한국에서도 드물게 일어나는 '자식 살인'다음으로 정신범죄심리학적 관점에서 위 사건을 살펴보면 근친 살인, 더구나 자기 자식에 대한 살인은 그 자체가 가장 잔인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 예하면 같은 근친 살인의 경우에도 형제 간 살인이나,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경우는 모든 근친살인에 비하여 드물게 발생한다.
그 이유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종족보전의 본능이 있어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후대를 보전하려는 생물학적 본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식을 죽이는 범죄행위는 인간의 범죄에 있어서도 가장 잔혹한 행위로 취급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상황으로 하여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어미가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물론 어떤 사회에서나 살인과 같은 인간들의 죄는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만일 북한에서 일어난 이 사건이 얼마 전 한국사회에서 있었던 엄마가 어린 딸을 폭행하다가 죽인 사건이나, 아들이 엄마를 불태워 죽인 사건이나, 며칠 전 발생했던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다 숨지게 한 사건 등과 같이 사회적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드물게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일로 치부한다면 북한의 인권상황이나 경제상황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냥 사회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고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사건을 북한의 인권문제와 결부시켜 북한의 비도덕성을 선전하는 데 있다.
내가 북한을 탈출하여 사촌 형 집에서 처음으로 중국인을 만났는데 그가 묻는 첫 질문이 "북한에서 사람들을 막 잡아먹는다는데 그게 정말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렇게 질문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북한 사회가 마치 굶주림으로 하여 서로 동종 간에 힘이 센 개체가 힘이 약한 개체들을 잡아먹고 사는 원시적인 '흡혈상태'인 듯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인육 돼지고기 보도를 접한 적지 않은 사람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리고 북한이 아주 식량난으로 어려웠지만 사람이 사람을 마구 잡아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나도 북한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 내 눈으로 본 적은 없다"라고 말해주었다. 실제로 지금 탈북자들 중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이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이번에 캐나다 국회에서 증언한 김혜경씨처럼 직접 체험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아무리 폭력 국가라지만... 기름 가마에 사람 죽인다는 말은 허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