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나?

류샤오보의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등록 2011.02.11 20:25수정 2011.02.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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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책겉그림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 지식갤러리

▲ 책겉그림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 지식갤러리

중국은 세계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나라다.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까닭이다. 조만간 일본을 넘어 미국까지 앞지를 것이라 전망한다. 앞으로 10년 뒤면 중국은 명실공히 세계초일류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래서 모두들 중국 열풍이다.

 

왜 그런 진단이 먹힐까? 대륙 사람들답게 호방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막대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사실 중국은 땅 떵어리가 광활하여 사람들이 느긋하고, 지하자원도 막대하고, 값싼 임금 덕택에 세계 기업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 당연히 경제력에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예견이 정확히 맞아 떨어질까? 류샤오보의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지식갤러리)는 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그는 중국의 인권을 위해 대외적으로 활동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은 자국의 정권에 반기를 드는 일이라 하여 그의 평화상 수상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그의 가족들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것까지 가로 막고, 그를 감옥에 넣고 말았다.

 

그런 분노 때문에 중국이 세계 강국이 될 수 없다고, 그가 비판하는 걸까. 아니다. 이 책은 이미 20년 전부터 중국의 진정한 개혁개방과 인권향상, 그리고 토지개혁 등, 부패한 공산당 정권 내부의 참 모습을 드러내준 것이다. 썩어가고 있는 살들을 도려내고픈 마음에서, 중국의 실상을 세계에 알려온 치열한 흔적들이다.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공산당의 민족주의 선동과 무분별한 업적 찬양이 잘못됐음을 꼬집고 있다. 일례로 1993년의 중국 올림픽 유치 실패를 서양의 반중국 세력이 개입됐다고 공산당 정권이 선전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1984년의 LA 올림픽 이후의 금메달 지상주의 선전도,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에 빗대어서, 열심히 광고를 해 댄다고 한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때 쏟아 부은 430억 달러는 사치스런 행사일 뿐임을, 류샤오보는 역설한다. 그 일을 치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납세자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체조의 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천이빙(陳一陳)의 인터뷰 기사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는 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이, 오직 중국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신념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애국심이 그에게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또 이야기하는 건 뭘까. 그는 중국이 대외개방을 하고 있다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탄압국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내 참된 인권을 주장하는 그를 감옥에 넣은 것만 봐도 그렇고, 홍콩 반환문제나 자치를 부르짖는 티벳을 향한 강경책만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까지 감시하는 공안당국의 서슬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민의 사유재산론이나 공정거래권과 인신보장권 같은 인민의 기본권리는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라고 하니, 그의 이야기는 없는 일을 꾸며낸 것은 아닌 것 같다.

 

"권력만능주의 혁명시대에서 황금만능주의의 소강시대로 넘어오는 동안 중국 인민의 도덕은 타락하고 정신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경제 우선과 안정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포스트 전체주의 사회에서 정기가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도 양심을 버린 지 오래다. 공무원은 정치의 독을 논하지 않고, 상인은 신용을 중시하지 않고, 학자는 진리를 추구하지 않고, 사회는 신뢰를 따지지 않는다. 중국에는 오직 거짓과 가짜만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거짓은 정치공작이다."(179쪽)

 

"중국의 국력과 군사력이 크게 강화되기는 했지만, 현재 중국은 자유국가에 대응할 만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없기 때문에 20년 후에 미국을 초월한다느니, 세계를 주도한 최대 강국이 될 것이라는 말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서양에서 '중국위협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그들 자신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세계구조변화에 가하는 충격요법일 뿐이다."(272쪽)

 

한 마디로 그의 주장 속에는,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중국이 전 세계가 납득할 만한 자유와 보편적 가치가 내부적으로 실종된 상태인 까닭이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중국이 경제대국인 것도, 저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과 노동력 착취에서 비롯된 일이요, 극심한 에너지 낭비와 환경오염을 대가로 얻어낸 결과라고 한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이 첨단 무기를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근거도 그것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이른바 국민의 자원을 독점하고, 국민의 고혈을 자기 재산처럼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만큼 중국이 겉으로는 안정된 사회 같지만, 정부와 인민의 충돌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나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을 이끌어갈 젊은이들은 어떨까? 그는 중국 내 젊은이들이 중·미나 중·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신경을 세우며 애국주의 행세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 전쟁까지 발발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취업문제나 해외유학과 해외혼인문제, 그리고 중국 공산당 정부에 낙점 받는 일에는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태세라고 한다. 아울러 중국내 젊은이들의 혼전 성경험도 60% 이상이요, 고급 화이트칼라로 갈수록 원조교제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중국의 비판에 대해 어떠한가? 그의 시각을 단순히 좌파적 생각이라고 치부해야 할까. 아니면 아예 제쳐 놓아야 할까? 분명 그의 시각은 중국 공산당의 발전 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그것을 감안하면 그 속에서 곪아가고 있는 부분은 심각한 수준일 것이다.

 

그의 시각을 우리나라에 환원시킨다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공산당 정권도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렇다면 그의 비판이 우리에게는 쓸모없는 걸까? 아니다. 그의 시각으로 비춰 본다면, 현재 우리 정부는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4대강 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 동의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말이다. 그것으로 우리의 경제력을 세계에 자랑하고 떠들지 모르지만, 그것은 러시아의 첨단무기를 허락도 없이 구매하여 국력파워를 자랑하는 중국 정부와 닮은 꼴일 수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우리에게 쓰디 쓴 보약과도 같은 부분이 많이 수록돼 있다. 그만큼 류사오보의 시각은 중국 내 좌파적인 시각으로 그칠 게 아니라, 전 인류의 보편적인 시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겠는가.

2011.02.11 20:25ⓒ 2011 OhmyNews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류샤오보 지음, 김지은 옮김,
지식갤러리, 2011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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