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공사중인 학교 모습색깔은 아름다워졌지만, 네모꼴인 학교 모습은 여전히 답답하고 권위적입니다.
이부영
3월부터 근무하게 될 학교는 새로 지은 신설 학교입니다. 3월 개교를 앞두고 지금 마무리 작업이 한창입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니 웅장하기까지 하면서 고운 색깔로 단장하고, 학교 앞뒤로 공원같은 화단도 만들어 놓고, 키 큰 노송도 심어놓고 해서 다른 학교와 견줄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설도 강당겸용으로 쓸 수 있는 아주 큰 체육관도 있고, 400여 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큰 식당도 있고, 시설 좋은 시청각실도 갖추고 있습니다.
모두들 학교가 참 아름답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얼마나 좋으냐고 합니다. 저도 29년 동안 오래되어서 낡고 시설이 좋지 않은 학교에서만 근무하다가 좋은 시설을 갖춘 새 학교에 근무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꽤 설레었습니다.
그러나 색깔은 예쁘게 칠했지만 멀리서 바라본 학교 건물은 네모반듯한 모습에 웅장하기까지해서 매우 권위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문도 꼭 저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고, 중앙현관 앞 모습을 보면 더욱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우리나라 학교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만 오면 이상하게 춥고 주눅이 드는 것이 바로 권위적인 학교 건물 때문이 가장 큽니다. 솔직히 그동안 학교는 '수용'과 '통제'의 의미만 있었을 뿐, 그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새 학교를 보니 외장재가 다릅니다. 벽을 붉은 벽돌로 마감하고 복도 바닥에는 대리석을 깔았습니다. 교실 천정에는 냉온방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공기정화시설도 새롭게 갖춰져 있습니다. 옥상에는 옥상공원도 있고, 태양열집열기판도 모두 세 곳에 설치했습니다. 관리실마다 상하수도도 설치되어 있고, 전기배선도 바닥에 깔아놓았습니다. 한 마디로 돈을 꽤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교사들이 가장 궁금하고 관심을 갖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교실입니다. 왜냐하면 교실이 하루 종일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학교 교육에서 진행하는 교수-학습의 중심이 바로 교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다른 교실보다 가장 먼저 교실이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지길 바랍니다.
교실은 변함없이 예전 그대로, 실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