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은 내게 희망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어느 귀농인의 성공이야기] 강원도 화천군 유촌리 채향원 대표 김응수씨

등록 2011.02.13 16:23수정 2011.02.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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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블루베리 대표 마을을 꿈꾸는 귀농인 김응수씨
세계 블루베리 대표 마을을 꿈꾸는 귀농인 김응수씨신광태
"2005년도,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내가 강원도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갑자기 무슨 소리냐? 그러기에는 아직 젊지 않느냐? 삽자루 들어 본 적은 있느냐? 농사도 한 번 지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무슨...'하며 걱정 반 비아냥 반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강원도 화천군 유촌리 채향원 대표 김응수씨. 채향원이란 농장이름은 딸아이 채향이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딸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충실하고도 예쁜 농장을 일구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에서 채향원으로 정한 것이다.

"귀농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빈집을 하나 구해 일단 잠만 자겠다는 생각으로 부서진 창틀 보수와 가스렌지 설치, 도배를 끝낸 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진입로를 개설했습니다."

이후 전국 몇 군데 되지 않는 블루베리 재배 농가를 찾아 다니며 어렵게 구해온 블루베리 화분 20개를 집 앞에 두고 겨울을 맞았다. 수많은 블루베리 품종 중 어떤 품종이 이곳의 추운 날씨에 적응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에서였다.

패기 있는 도전, 그러나 실패

"그 첫해 겨울은 무척 길었어요. 긴 겨울동안 나는 블루베리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국내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던 블루베리 재배기술과 마케팅 기법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어설프기 짝이 없던 내게 베풀어 조언과 진심어린 지원을 해준 화천군 농업기술센터 한 공무원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기다리던 봄이 왔고, 산목장으로 쓸 첫 하우스 공사를 끝낸 후 전국 각지에서 구해온 블루베리 나무들을 식재 하고, 블루베리 확장을 위해 가지를 잘라 산목을 시작했다. 반복되는 실패, 그리고 도전. 방법과 환경을 바꿔가며 1년여를 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동안 심한 좌절도 많이 했다.

 지난해 채향원 블루베리 생과일 사진
지난해 채향원 블루베리 생과일 사진 채향원

"도시에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자 견디기 힘든 위기의식이 엄습해 왔다.


며칠간 잠이 오지 않았다. 한밤중에 나가서 산목한 나무를 돌아보며 하우스 내 온도, 화분의 토양 점검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 싹이 나오는 블루베리를 발견했다.

'이 방법으로 하면 산목이 가능하겠구나!' 예상은 적중했다. 90% 이상 산목 성공. 마을 사람들을 초청했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곳 마을은 파로호가 인접해 있는 여건 때문에 블루베리 농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라는 말에 주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수많은 실패 끝에 블루베리 산목에 성공했다.
수많은 실패 끝에 블루베리 산목에 성공했다.채향원

도전...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을 전체를 블루베리 농업으로 육성해 이곳을 '전국 블루베리 대표 마을로 만들자'라는 것이 1차 목표였으니 목표의 반은 이룬 셈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곳 유촌리 마을은 10농가가 참여해 5000주 이상의 블루베리 농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농가에서 생산된 블루베리의 판로 개척 등 판매에 대한 책임도 내게 있다는 것이었다.

 산목에 성공한 블루베리, 노지 또는 화분에 다시 옮겨심는다
산목에 성공한 블루베리, 노지 또는 화분에 다시 옮겨심는다채향원

3년여 기간 동안의 지독한 고생. 농장에 있는 블루베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풍성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소문을 내기 위해 2008년도 도시민을 초청, 블루베리 따기 체험 행사의 일환으로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는데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여성분들에게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이어져 생과일(블루베리)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생과일은 완벽하게 냉장 보관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의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생각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블루베리 홍보를 위해 산골마을 음악회도 열었다
블루베리 홍보를 위해 산골마을 음악회도 열었다채향원

블루베리를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

러시아 독일,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사례를 분석해 지역 농협의 협조를 얻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라고 할 수 있는 블루베리 잼과 식초를 개발하고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화천군수(정갑철)를 찾아가 의향을 물었더니, 지역 대표산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말과 적극적인 협조도 약속 받았다.

 김응수씨의 야심작 블루베리 불고기 소스
김응수씨의 야심작 블루베리 불고기 소스채향원

화천군청에서 블루베리 잼과 식초를 다량으로 구입해 외지에서 방문한 손님들에게 선물로 주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산한 블루베리 가공식품의 진가(?) 발휘되기 시작하더니 시중에서 고가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 졌으면 하는 것이 내 배램

대성공이다! 라는 자신감에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블루베리는 외국 과일이다. 이것을 한식문화와 연결해 음식의 세계화를 시도해 보자 거창한 타이틀 아닌가!

2년여 기간의 준비를 거쳐 개발한 '블루베리 불고기 소스'가 드디어 탄생했다. 지금은 비록 시작 단계이지만 나는 블루베리 가공식품을 통해 우리 음식문화의 업그레이드와 해외수출로 이곳 농민들의 주머니 또한 두둑해 지는 꿈을 꾼다.

 귀농으로 성공을 거두자 전국 각지에서 강연신청도 이어졌다
귀농으로 성공을 거두자 전국 각지에서 강연신청도 이어졌다 채향원

우리나라에서 별로 재배하지 않던 블루베리 농업을 먼저 시작한 탓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처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당시 내 처지가 생각나 대개는 토 달지 않고 기꺼이 응해 주는 편이다.
이 나이의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닌가!

몇 차례 블루베리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내가 경험한 실패담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 주기위해 애를 썼다.

내 꿈은 세계 3대 베리의 농장주가 되는 것

일불주이불휴(一不做二不休) 내 인생 좌우명이다. '어슬프게는 어떤 일도 시작하지 마라. 그러나 시작을 했으면 그치지 말고 끝장을 보라'는 뜻이다.

그간 농장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옛 모습은 흔적도 없고 몇 동의 하우스와 노지에 재배한 블루베리는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행복한 공간이 되었다.

작년에는 링콘베리 첫 재배를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3대 베리(Berry)라고 하면 블루베리, 크랜베리, 링콘베리를 말한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블루베리는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 크랜베리와 링콘베리 시험재배도 시작했다.

 김응수씨의 크린베리 시범재배 농장
김응수씨의 크린베리 시범재배 농장채향원

"10년쯤 후에 나는 세계 대표 3대 베리의 농장주가 되어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삶입니까!"

블루베리 박사 김응수씨의 말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홍보담당 공무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홍보담당 공무원입니다.
#채향원 #블루베리 #김응수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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