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4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는 제시카 린치(앞)와 케빈 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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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된 린치 일병 "난 람보처럼 싸우지 않았다"지난 2007년 4월 24일 미국 하원에서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영웅담을 고의로 조작하거나 과장했는지 밝히기 위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대표적 영웅담의 주인공이었던 제시카 린치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펫 틸먼의 동생과 동료 군인들이 증인으로 참석했죠.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 보병 3사단에 배속된 507 보급정비중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제시카 린치 일병은 동료들이 모두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상황에서 끝까지 싸우다 총상을 입고 포로로 잡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것으로 발표돼 당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입니다.
2003년 4월 2일(현지시각) 쿠웨이트에 주둔한 미 중부군의 빈센트 브룩스 부사령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라크군에 생포됐던 미군 포로 7명 중 한 명인 제시카 린치 일병(당시 19세)이 구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린치 일병의 구출 작전은 이날 자정 미 해군 특수부대(SEAL)와 육군 레인저부대, 미 중앙정보국(CIA)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죠.
린치 일병의 구출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전역은 환호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대단한 일"이라고 좋아했고, CNN, ABC, CBS, NBC 등 미국의 방송사들은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특수부대원들이 이라크 나시리야의 한 병원을 급습, 린치 일병을 무사히 구해내는 전 과정을 담은 비디오 화면을 방영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마치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시카 린치가 청문회에서 밝힌 진실은 알려진 것과 달랐습니다. 그녀가 "나는 람보처럼 싸우지 않았다. 내 M-16 소총은 고장이 나서 교전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독일 병원에서 내 부상은 총격 때문이 아니라 타고 있던 험비가 뒤집혀 발생한 것으로 진단했다"며 "실제로 하지 않은 일로 칭찬을 받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던 것이죠.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구출작전의 전말도 밝혀졌습니다. 미군의 구출작전이 벌어질 당시 그녀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는 이라크군이라곤 단 한 사람도 없었지만, 중무장한 미군 특공대가 '고 고 고(Go Go Go)' 하고 외치며 총탄을 쏘면서 들어왔다는 것이죠. 이 광경을 목격했던 이 병원의 의사는 "미군들은 마치 실버스터 스탤론이나 재키 찬이 나오는 액션 영화처럼 '쇼'를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미군이 병원을 급습하기 이틀 전 이라크 의료진이 린치 일병을 앰뷸런스에 태워 송환시켰지만 앰뷸런스가 미군 초소에 앞에 이르자 미군은 총을 쏘아 대며 앰뷸런스를 돌려보냈다는 것이죠. 애당초 구출작전이란 필요치 않았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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