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중앙좌석, 시승해봤더니

서울도시철도공사 자체 제작 전동차, 과연 편할까

등록 2011.02.15 11:19수정 2011.02.15 18:53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12월 28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도봉차량기지에서 공사 자체제작 전동차 SR-001이 첫 공개된 후(관련기사: 모습 드러낸 철도공사 제작 전동차, 기대되네) 14일 같은 장소에서는 SR-001의 시승 행사가 열렸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진두생 서울시의회 부의장 등 관계자와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여하였다.

a

중정비고에서 출발 대기중인 SR-001 ⓒ 한우진


지난번 행사보다 한층 규모를 키운 이번 행사에서는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공사 자체제작 전동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서울시 외에도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7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인 부천시와 인천시 등의 공공기관 인사들과,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전국의 도시철도 관계자들도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행사는 개회선언과 귀빈소개, 시장 격려사로 시작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격려사에서 전동차 제작의 비용을 절감하고 기능을 개선시켜 궁극적으로 승객의 편의를 개선하는 전동차 자체 제작 사업은 서울시가 추구하고 있는 '창의시정'과 일맥상통 한다면서, 그동안 전동차 개발을 위해 애써온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우리나라 도시철도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하였다.

a

행사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 한우진


이어 간단한 홍보동영상 시청 후, 음성직 공사 사장이 직접 나서 전동차와 함께 개발된 신제시스템(STOMS: SMRT Train Operation Monitoring System) 기술 시연을 하였다. 기존 전동차들은 전동차 내외부의 정보들을 기관사만 확인할 수 있어서, 사령실에서 전동차 상황을 곧바로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전동차의 정보가 기관사를 통해서 사령실로 전달되므로, 정보 전달 속도가 느리고 관리도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신 관제시스템에서는 사령실에서 전동차내의 정보를 직접 알 수 있게 되었다. 속도 같은 열차운행정보는 기본이고, 차내 혼잡도, 전동차 고장 상황도 알 수 있고, 차내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보면서 사령실에서 차내에 방송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시스템이 조기에 갖추어졌다면 2003년에 있었던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시에 사령실에서 차내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던 것도 하나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a

신 관제시스템 시연 화면 ⓒ 한우진


이어 일행들은 10개로 구성된 도시철도공사 경영, 기술 홍보 부스를 지나, 귀빈들의 테이프 커팅 후 8량으로 구성된 SR-001에 올라탔다. 중정비를 하는 주공장을 빠져나온 전동차는 차량기지내 곡선 구간을 천천히 통과한 후, 직선 구간에 접어들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a

곡선이 심한 곳을 통과하는 SR-001. 차내 뒤쪽에서 앞쪽이 보인다. ⓒ 한우진


시승객들은 서 있는 전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던 승차감과 소음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운전실 투명창을 통해서 객실 내에서 기관사가 운전을 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전동차들과 동등한 주행성능을 갖고 있는 것 같았으며, 새롭게 디자인된 의자와 LED로 개선된 조명, 객실 내 각종 IT기기들로 인하여 더 편해진 것으로 보인다.


a

차내에 설치된 IT단말기를 이용해보는 참가자들 ⓒ 한우진


차내는 기본적으로는 지난번 공개된 것과 같았지만, 입석 승객을 위한 봉이 설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시승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끈 곳은 역시 중앙좌석이었다. 8량 중 2량에 설치된 중앙좌석은 좌석 승객들끼리 서로 마주보지 않고 등지고 앉을 수 있어, 좌석에 앉을 때마다 앞사람과 마주보면서 눈 둘 곳을 찾을 수 없는 어색함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반면 입석승객들이 서로 마주보게 되며, 차내에서의 빠른 이동도 힘들어지는 등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차내에서 이동을 하기 어려운 것은 지하철 내 잡상인 방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화재같은 비상시에 차내에서 대규모로 승객이 이동해야 할 때는 위험할 수도 있다. 다른 장비와 달리 전동차 내 좌석 설치와 배치 변경은 매우 간단한 편이므로, 중앙좌석은 도입을 미리 확정짓지 말고 시민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a

가운데의 중앙좌석과 계속 앞쪽으로 이동중인 참가자들 ⓒ 한우진


이윽고 종점에 도착한 전동차는 귀빈들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지인 주공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승한 총 거리는 약 3.3km, 시간은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차내에서는 많은 시민들과 관계자들이 전동차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행사에 초대받은 도시철도 관계자들은 직원들과 전동차 기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시민들은 차내에 설치된 IT단말기인 '5678행복터치'를 사용해보거나, 의자에 앉아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등 새로 제작된 전동차를 즐겼다.

시승 후 전동차 앞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사장은 "전동차 제작 노하우를 운영기관과 공유하여 우리나라 철도기술발전과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시승을 마치고 귀가하는 승객들에게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농수산물 직거래 프로그램인 '5678 행복장터'에서 제공하는 사과를 무료 증정하고, 차량기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등 배려도 잊지 않았다.

a

SR-001앞에서 인터뷰중인 서울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사장 ⓒ 한우진


이날 공개시승행사를 마친 SR-001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시운전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기지 안에서만 주행하였지만, 앞으로는 본선 구간에도 들어가서 시험을 하게 되며,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항목에 대해 성능을 시험한다. 이 같은 내용은 철도안전법과 도시철도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 같은 규정에 따라 다양한 검사를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SR-001이 실제 영업에 들어가도 된다는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동차는 공사의 영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승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철도운영사에는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 같은 전동차에 대해서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그 결실로 자체 제작 전동차를 만든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체 제작 전동차 개발의 주된 목적이 효율성 및 안전성 증대와 고객서비스 개선인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이 계속되어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현재 자체제작 전동차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대내외적으로 많은 실정이지만, 전동차 자체제작을 통해서 제작비와 부품비를 절약하면 지하철 요금 인상 압력도 줄어들어 시민들이 '저렴한 대중교통비'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따라서 시민들도 자체제작 전동차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전동차가 실제 영업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응원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우진은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입니다.
#전동차 #SR-001 #서울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지하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에 관심많은 시민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2. 2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3. 3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4. 4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5. 5 한국의 당뇨병 입원율이 높은 이유...다른 나라와 이게 달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