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들이여, 대칭 얼굴 가진 이를 주목하라

[서평] 마커스 드 사토이의 <대칭>... 대칭적인 사람이 훨씬 매력적이다?

등록 2011.02.15 16:52수정 2011.02.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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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술집 술통, 다들 잠들다"
"아! 좋다 좋아, 다시 합창합시다"
"색갈은 짙은 갈색"

이 문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문장이 된다. "다 같은 것은 같다" "여보 안경 안보여" "자 빨리 빨리 빨자" 도 마찬가지다.


물론, 영어문장도 예외는 아니다. "Desserts, I stressed!" "Ten animals I slam in a net." "Gateman sees name, garageman sees name tag." 등의 문장도 모두 좌우대칭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수학적 정의를 들이댄다면 위에서 예로 든 문장들은 결코 '대칭'이 아니다. 우연히 앞뒤로 읽어 같은 문장이 된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칭이란 점이나 직선 또는 평면의 양쪽에 있는 부분이 꼭 같은 형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거울 면을 통해 물체의 두 반분이 똑같은 모양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거꾸로 읽어서 같은 문장이 아닌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단어가 있다. 우선 점대칭이 있다. '곰국' '논문'등이 대표적인 예다. '곰국'에서 '곰'과 '국' 사이에 점을 찍고 180도로 회전하면 '논문'이 된다. '근' 이나 '늑' 그리고 알파벳 'S' 'Z' 'N' 등은 글자의 가운데 점을 기준으로 점대칭을 이루고 있다.

또, 입춘에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써 붙이던 글귀 입춘대길(立春大吉)은 네 글자 모두가 완벽한 선대칭을 이루고 있다. 각 글자의 가운데에 거울을 두면 좌우가 같다.

a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도' ⓒ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칭이라는 이 독특한 현상은,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근본적 방식이다. 화학과 물리학에서, 대칭은 결정의 구조나 기본입자들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자연계에서 대칭은 생존 경쟁의 수단이다. 인간은 진화에 따라 대칭에 대한 본능적 취향을 갖게 되었음이 심리학적 뇌과학적 분석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대칭의 유전자는 가장 우월한 유전자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본다.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 빈도 수가 높다. 하지만 대칭이 완벽한 얼굴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혹 대칭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연예인들을 우리는 '컴퓨터 미인'이나 '자연 미인'이라고 부른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도 자로 잰 듯 똑 떨어지는 불변의 미모를 선보이는 황신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느 한곳 흠잡을 데 없는 그녀였지만 한때 그녀의 미모는 연예생활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만 볼 뿐이지, 연기는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녀의 얼굴에 열광하는 것이 순전히 본능에 의한 것일까?

누구나 필연적으로 이성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그 사랑의 결과물로 아기를 갖고 싶어 한다. 이것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것이다. 미모에 대한 갈망과 선호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뿌리 깊은 본능이며, 이는 종족보존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하여 인류의 생존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마디로 '대칭'의 유전자가 우월한 유전자라는 이야기다.

대칭은 획득하기 쉬운 형질이 아니다. 하나의 식물이 열심히 노력하여 중요한 천연자원들을 활용해야만 난초와 해바라기 같은 아름다움과 균형을 이루어낼 수 있다. 아름다운 형태는 사치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고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식물들만이 균형 잡힌 모양을 이루어 내기에 충분한 여분의 에너지를 갖는다.

대칭적인 꽃의 우월함은 그 꽃이 생산해내는 꿀의 양이 많고 당분의 함량도 더 높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대칭은 달다. 대칭을 갖춘 꽃과 동물들은 자신의 유전적 우수성을 나타내는 분명한 신호를 주위에 보낸다. 이 때문에 자연의 세계에 거주하는 형상들은 완벽한 균형을 위해 분발한다.

인간과 동물은 유전적으로 이러한 형태들을 아름답다고 인식하게끔 되어 있다. 우리는 유전적 구조가 매우 우수하여 대칭을 만드는데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동물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인간과 동물 모두 비대칭적인 얼굴보다 왼쪽 오른쪽이 완벽하게 거울대칭인 얼굴을 선택하게 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은 대부분 좌우대칭인 거울 대칭을 선호한다.

(중략) 대칭적인 사람일수록 이른 나이에 성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뭇사람들보다 훨씬 대칭적인 남자의 경우, 여성들은 그의 체취조차도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다. <본문 27쪽 중에서>

대칭 선호하는 이유는 '완벽한 균형추구'

a  <대칭>(원제 ‘Symmetry : A Journey into the Patterns of Nature’)

<대칭>(원제 ‘Symmetry : A Journey into the Patterns of Nature’) ⓒ 도서출판 승산

<대칭>(원제 'Symmetry : A Journey into the Patterns of Nature')의 지은이인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영국 옥스퍼드대학). 사토이 교수는 이 책에서 벌들이 꽃의 특정한 대칭과 패턴을 좇아 꿀을 따는 것도, 비눗방울이 가장 대칭적인 구 형태를 띠는 것도, 수많은 동식물이 대칭을 좇아 진화한 것도, 인간의 마음, 예술, 기술이 대칭을 선호하는 이유를 '완벽한 균형추구'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미모의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다. 요즘 미모의 기준은 일단 말라야 한다지만, 시대와 사회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보편적 기준은 무엇일까.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언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보편적 기준을 말할 수 있다. '대칭성'이 그 중 하나이다. 대칭? 이것이 아름다움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며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얼굴도, 인간의 몸도, 그 가운데를 위 아래로 죽 내리긋는 선분을 상상할 때 좌우 대칭하고 있지 않은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완벽한 대칭이라는 견해도 있다. 결국 연예인들이 이목구비가 서로 다름에도 다들 예뻐 보이는 건 얼굴이 대칭이면서 전체 윤곽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대칭성은 생물학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도 대칭은 하나의 진리다. 대칭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분열중인 사람의 세포에서 염색체라고 불리는 46개의 구조물이 있다. 이러한 염색체는 동원체를 중심으로 염색분체(chromatin)가 위 아래로 붙어 있는 구조다.

염색체가 좌우대칭의 구조를 가지는 이유는 분열을 통해 세포가 증식하기 위한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유사분열이나 감수분열의 중기때 염색체들은 중앙에 배열하게 되고 양극에서 나온 방추사가 동원체에 결합하여 양극으로 염색체를 이동시킬 때 정상적인 분리가 일어난다. 이러한 균형분열을 위해서는 좌우대칭인 구조가 필수였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균등분열이 아닌 불균등 분열이 일어나 어느 한쪽에 염색체를 더 많이 가지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부계와 모계로 부터 각각 물려받는 염색체는 상동염색체로 쌍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분열 중에 절반씩 양극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딸세포를 형성한다. 정확하게 양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대칭이 아니었으면 생명의 신비를 기묘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대중에게 수학을 알리는 소재로 '대칭'이 주목받고 있다. 물리학자 헤르만 바일은 수학적, 물리학적 의미에서의 대칭을 다룬 책 <Symmetry>를 저술했으며, 콘웨이는 <Symmetry of Things>에서 대칭의 상관성을 탐색했다. 수학자인 이언 스튜어트 역시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를 통해 수학의 추상적 아름다움의 발전 역사를 가장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소재로 다뤘다.

사각뿔의 피라미드를 아름답다고 생각한 고대 이집트인이나 오각형의 펜타곤을 세운 현대 미국인 처럼 인간의 눈과 마음은 대칭적 대상들에 계속 이끌려 왔다. 대칭과 비대칭은 예술, 건축, 음악 분야에서 핵심적 개념이다. 결국 대칭은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는 근본적 방식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을 3차원이라 하면 4차원은 우주라는 공간개념. 그렇다면 5차원은 어디일까. 5차원은 대칭을 이룬 또 다른 나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5차원의 개념을 가정할 수 있다면 두 개의 대칭된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차원의 수는 10차원. 결국 회전하고 대칭하는 우리와 서로의 존재가 회전하면서 대칭을 이룰 때 생기는 공간이 바로 11차원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무시무시하게도 사토이 교수는 19만6883차원에서나 볼 수 있다는 대칭의 대상물에 관한 얘기로 대칭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3차원도 4차원도 아니고 11차원도 아닌 무려 19만6883차원이라니…. 결국 수학적으로도 이해가 힘들다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큰 대칭 구조, 그래서 이 기괴한 존재는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만6883차원에 존재하는 불가분 군인 '몬스터군(Monster Group)'을 정점으로 급물살을 탄 탐구여행은 1980년 마지막 미지의 불가분 군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수학자들의 주기율표인 이 목록은 1986년 <유한군의 아틀라스>(Atlas of Finite Groups)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된다. 결국 이 분류가 유한하다는 증명은 2004년에 가서야 거의 완성되었다.

하지만 앤드루 와일스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이나 페렐만의 '리만 가설' 증명처럼 대중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었다.

19만6883차원에 존재하는 '몬스터군' 실체는?  

그러나 몇 백 년 동안 가능하리라 믿어지지 않았던 이 가공할 모험의 전 과정이, 마커스 드 사토이의 <대칭>을 통해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하버드의 유명 수학자에게 도서관에 불이 나 단 한 권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갖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유한군의 아틀라스(Atlas of finest groups)'를 선택했다. 이처럼 '대칭'에 대한 수학자들의 애정은 깊고도 각별하다.

특별한 수학지식이 없다고 주저하지 마시라. '생소한 수학용어와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겠구나'하는 두려움도 접으시라. 매일 아침 출근 전 거울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며 '대칭'을 실천하고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을 의심치 않는다.

대칭의 아름다움에 새롭게 눈뜨고 있는 당신, 아직 미혼이라면 오늘부터는 당장 대칭형 얼굴을 가진 선남선녀를 주목하시라.

a  아이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은 후 얼굴의 절반을 적용하고 놀라지는 마시라.

아이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은 후 얼굴의 절반을 적용하고 놀라지는 마시라. ⓒ http://itunes.apple.com/

완벽한 대칭이야 말로 가장 미인의 조건이라니…. 그렇다면 내 얼굴은 얼마나 대칭일까?

감히, 당신이 미인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장담하지는 마시라. 하지만 얼굴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칭적인 얼굴은 유전자 자질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척도라고 하지만, 아무리 미인이라도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좌우대칭이 다르다. 국내에서 제작된 어플 중에 아이폰으로 찍은 인물사진을 좌우대칭으로 바꾸어 결과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렇게 만든 상상외의 결과물을 공개하여 다른 사용자와 공유도 가능한 불러 '얼굴대칭놀이' 어플이다. 자신의 정면 사진을 찍은 후 얼굴의 절반을 적용해 보라.

그리고, 혹시라도 자기얼굴에 '깜놀'하지는 마시라.  어플 다운로드

덧붙이는 글 | 마커스 드 사토이 저, 안기연 역, 도서출판 승산, 484쪽


덧붙이는 글 마커스 드 사토이 저, 안기연 역, 도서출판 승산, 484쪽
#대칭 #승산출판 #마커스 드 사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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